한가한 주말 오후, 다시 막국수 투어에 나서기로 했다. 포천시의 왠만한 막국수 집들은 모두 섭렵했으니 인근의 다른 도시로 가야한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맛집이 많기로 유명한 동두천시였다. 동두천시는 도시가 크지 않지만 분위기있는 식당과 술집이 정말 많은 곳이다. 당연히 포스가 넘치는 맛집도 많다. 없는 것 없다는 동두천시에서 장인의 손길이 느껴지는 막국수 집을 찾는 것이 어렵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집은 송내동에 있는 쇠목막국수라는 곳이었다. 아주 유명세를 타는 곳은 아니지만 다녀온 사람들의 리뷰에서 뭔가 전문가의 느낌이 풍긴다고 해야할까?
여긴 다른 막국수집과 차별화된 메뉴가 있는데 참기름 막국수이다. 여기 메뉴이름으로는 순한막국수라 되어 있다. 이 음식은 까막골 막국수 같은 집에 있는 참기름을 듬뿍 넣은 담백한 막국수를 의미하는 것이라 보였다. 하지만 우린 그냥 늘 먹던 물과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다. 아무래도 처음 오는 집인데 모험을 하기는 그렇고, 가장 노멀한 것부터 공략하는 것이 현명한 일이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서브 메뉴로 감자전도 주문했다. 보통 막국수 집들은 메일전이나 녹두전을 만드는데 여긴 감자전이다. 하긴 이건 정석이라는 것이 없다. 가게마다 특징이 있는 부분일 것이다.
여긴 주문이 들어오며 그때 반죽을 해서 면을 뽑는다고 했다. 아무래도 국수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하지만 그만큼 맛있고, 신선하다. 그래서인지 먼저 감자전이 나왔다. 두 장이 나오는데 비주얼을 보면 딱 녹두전처럼 생겼다. 그런데 먹어 보면 감자전이 맞다. 아주 고소하고, 진한 맛이 나는 것이 전 전문점의 그것보다 더 낫다 싶었다. 기름을 듬뿍 두르고 붙어낸 감자전의 고소함은 막국수의 쌉쌀한 메밀맛과 아주 잘 어울리는 것이 맞다. 감자전을 먹고 있노라니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막국수가 나왔다. 정말 특이한 것은 메밀싹을 고명으로 올려 준다는 것이다.
메밀싹을 올려주는 집은 여기가 처음이 아닌가 싶다. 비빔막국수는 엄청 매울 것 같은 강렬한 붉은빛이었다. 하지만 막상 먹어 보면 그리 맵지는 않다. 비빔이라고는 하지만 이것도 참기름을 엄청 넣어 고소함이 더 강하게 다가오는 맛이었다. 물 막국수는 비주얼이 예사롭지 않았다. 먹어보니 정말 그랬다. 이건 막국수라기 보다는 평양냉면에 더 가까운 것이었다. 만일 면만 조금 가늘었다면 이것이 평양냉면이라 해도 믿었을 것이다. 깊고 담백한 육수는 평양냉면 고수들의 맛과 아주 흡사했다. 동두천에서 평양냉면과 막국수의 중간쯤 되는 진정한 강자를 만난 셈이다.
심심한 듯 고소하고 깊은 육수와 쌉쌀한 메밀의 향이 잘 배어있는 면은 말 그대로 찰떡 궁합이었다. '어떻게 이런 맛이 나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거기에 신선하면서 건강한 맛이 듬뿍인 메밀싹을 고명으로 함께 먹으니 왠지 몸도 입도 다 만족스러운 한 끼의 식사가 되는 느낌이었다. 심심한 듯 하지만 계속 손이가는 육수를 결국은 다 마시고 말았다. 솔직히 왠만한 평양냉면 집보다 여기가 더 깊은 육수의 맛이 났다. 함께 간 모두가 만족스러웠다. 어딜 가나 요즘 막국수 한 그릇에 10,000원은 넘는데 여긴 아직 9,000원이었다. 가성비도 좋다. 결론적으로 이날 막국수 투어는 아주 성공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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