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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한적한 시골길에서 만나는 수수하고 든든한 국수 한 그릇, 포천시 신북면 변사또 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4. 28.

어딜 가나 국수집이 새로 문을 연 것을 보면 한 번 꼭 가보겠다는 생각을 한다. 특히 동네 근처에 생긴 집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날 가본 집은 신북면 하심곡에 새로 생긴 국수집이다. 하심곡이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사거리 부근은 엄청 차가 많이 다닌다. 국수집이 생기기 전에도 여긴 뭔가 음식을 파는 집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이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요즘 정말 없어지는 가게들을 많이 본다. 우리 나라 경제의 한 축인 사람들인데 마음이 안 좋다. 아무튼 그래도 이집처럼 새로 문을 여는 곳도 있다. 

 

하심곡의 사거리는 엄청 복잡한 곳이다. 가게 앞에 별도 주차장은 없다. 그래도 시골의 좋은 점이 무엇인가? 대충 근처에 과감하게 차를 세우고 가게 안으로 들어갔다. 밖에서 보는 것과 달리 가게 안은 무척 넓은 편이었다. 왜 그런지 몰라도 가게 실내는 한계단을 사이로 둘로 나뉘어있다. 이 계단이 왜 있지? 하는 생각을 해봤다. 우린 비빔국수와 잔치국수 그리고 수육도 작은 사이즈로 주문했다. 잔치국수 집에 수육이 있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아마 이집은 국수 육수를 고기로 만들어 내는 모양이다. 국수집에서 먹는 수육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소사이즈라서 이렇게 수육을 조금 주나 싶었는데 실은 오전에 수육을 단체로 주문해서 가지고 간 사람이 있어 남은 것만 조금 준 것이란다. 우리가 먹는 동안 삶아 주겠다고 하는데 짧은 점심시간에 언제 수육 삶는 것을 기다릴 수 있을까? 그냥 돈을 덜 받는 선에서 우리는 협의를 보았다. 수육은 아주 부드럽고, 야들거린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오전 일찍 삶아 놓았다는 주인장의 말처럼 조금 식었고, 고기는 단단한 편이었다. 수육이 목표는 아니었지만 할 수 없다. 국수는 일반적인 평범한 맛이었다. 우리가 흔히 기대하는 멸치와 고기육수가 함께 들어간 진한 국물이었다. 

 

비빔국수에는 특이하게 새순을 고명으로 얹었다. 콩나물 같기도 하고, 무순 같기도 한 새싹을 올려 먹으니 상큼하고 신선한 느낌이 들어 좋았다. 아주 달거나 시큼하지 않은 집에서 만든 것 같은 느낌의 비빔양념이었다. 이런 비슷한 맛을 내촌면의 풍미식당에서 본적이 있다. 거기도 마치 집에서 누군가 막 해주는 것 같은 투박하지만 자연스럽고, 몸에 잘 받는 비빔국수를 파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기도 비슷한 느낌이다. 아주 달고, 강력한 매운맛을 원하는 사람은 좀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자연스럽고, 집에서 먹었던 익숙한 맛을 원하는 사람이라면 이집의 비빔국수가 딱이다. 

 

처음 수육이 나왔을 때는 국수와 잘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든데 비빔국수와 함께 먹으니 맛이 배가 되는 느낌이었다. 아마 이런 식으로 먹으라는 의미에서 메뉴에 넣었나 보다. 안 어울릴 것 같지만 꽤나 궁합이 잘 맞는 음식조합이었다. 동네 분위기가 그런지 국수집이지만 젊은 사람들보다 아재들이 더 많이 들어왔다. 우리 바로 옆 테이블에서는 현장을 하는 것 같은 사람들이 대낮부터 술판을 벌였다. 아재들과 술꾼들의 천국이 따로 없다. 이렇게 편안하고 수수한 식당이 근처에 있다는 것도 참 기분좋은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