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고 행복한 곳...

저렴하고 부담없지만 맛은 진한 동네 칼국수집의 전형, 포천시 영중면 권가네 손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4. 22.

어릴 적에도 칼국수는 자주 먹었다. 지금 아이들도 그렇겠지만 어린 나이엔 칼국수보다 라면이 더 좋았다. 하지만 라면은 귀했고, 밀가루는 흔했다. 확실한 것은 아니지만 집 근처엔 작은 국수 공장도 있었다. 국수 면발을 자연 바람에 말리는 모습을 자주 보았던 것 같다. 하지만 역시 면은 라면이이었다. 그렇게 좋아하지 않았던 칼국수지만 자주 먹다보니 정이 들었다. 이런 것도 미운정이라 해야 할까? 그래서일까? 지금은 칼국수가 더 좋다. 어느 동네나 가장 흔한 식당 중에 하나가 바로 칼국수를 파는 곳이다. 이날 가 본곳은 그렇게 어느 동네에나 있을 법한 그런 집이다. 

 

포천 영중의 성동삼거리를 조금 못 미쳐 있는 집으로 권가네 손 칼국수라는 집이다. 놀라운 것은 칼국수 한 그릇의 값이 단 돈 6,000원 이라는 것이다. 요즘의 시중 물가를 생각하면 참으로 착한 가격이다. 비슷한 가격의 칼국수집이 선단동 이마트 옆에 있다. 소흘칼국수인가 그런 집인데 여기와서 먹어보니 맛도 그집과 아주 흡사했다. 혹 비슷한 시기에 장사를 같이 한 사이일까? 아무튼 여긴 값이 저렴하다 보니 모든 서빙은 손님들이 알아서 해야 하는 셀프 서비스 가게이다. 물이며 반찬이며 심지어 음식도 손님이 가져다 먹어야 한다. 꼭 고속도로 휴게소 비슷한 방식이라 보면 된다. 

 

주문도 키오스크에서 해야 한다. 우린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인 칼국수와 수제비, 그리고 물만두를 주문했다. 수제비는 6,500원이다. 나중에 보니 여긴 감자랑 호박이 더 들어갔다. 아마도 그 값인 모양이다. 물만두는 그냥 시중에서 파는 공장 만두지만 만두를 워낙 좋아하다 보니 이런 4,000원 짜리 물만두가 여간 반가운 것이 아니다. 조금 앉아 기다리면 몇 번 손님 음식가지고 가라고 안내 멘트가 나온다. 그래서 드디어 이집의 시그니쳐 칼국수를 만나게 되었다. 앞서 말한대로 비주얼이 선단동의 그 칼국수집과 아주 비슷했다. 맛도 그랬다. 그런데 이 맛이 괜찮다. 아니 훌륭했다. 

 

칼국수는 몰라도 수제비는 끓는 육수에 바로 밀가루 반죽을 집어 넣었는데 엄청 걸죽했다. 중국집의 울면 비슷한 식감이었다. 이런 걸죽한 죽같은 국물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아주 일품인 메뉴다. 물론 담백하고 맑은 국물을 원하는 사람은 좀 아닐 수 있다. 수제비는 공장 반죽 같기도 하고 여기서 직접 만든 것 같기도 하고 헛갈렸다. 하지만 얇게 편 밀가루 반죽을 진한 국물과 함께 먹는 맛은 아는 사람은 누구나 인정하는 바로 그것이다. 꾸물꾸물한 날씨에 더욱 잘 맞는 영혼을 달래주는 맛이다. 칼국수나 수제비나 이렇게 비가 추적거리는 날씨엔 정말 잘 어울린다. 

 

칼국수나 수제비의 국물이 아주 짠 편이었는데 아무래도 칼국수는 짭짤해야 맛이 나긴 한다. 하지만 김치 겉절이는 짜지도 않은 것이 시원한 식감에 훌륭한 편이었다. 원래 칼국수는 김치맛이 반이다. 김치가 맛없는 집에서 먹는 칼국수는 아무래도 만족도가 반감된다. 하지마 여긴 맛이 좋았다. 두 번을 더 갖다 먹을 정도로 입에 잘 맞았다. 국물이 짠 편이라 다 먹지는 않았지만 면발이나 전체적인 식감은 만족스러웠다. 물론 이 가성비에서 뭘 더 바라겠는가만은 그래도 염도 조절은 좀 필요할 듯이다. 가성비 좋은 괜찮은 칼국수 집을 하나 발견했다. 동네에 이런 집이 있음 왠지 모르게 든든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