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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많이 익숙한 맛이 나는 돼지고기 짜글이의 정체는... 포천시 어룡동 포천 맛집신서방

by jeff's spot story 2024. 6. 23.

국도변에 있는 이집은 얼마 전 새로 문을 연 곳이다. 원래 빵집이 있던 자리였는데 어느날 민물매운탕이라는 아주 다른 아이템으로 오픈을 했다. 지나면서 한 번은 와 보고 싶었다. 물론 민물매운탕을 먹으며 소주 한 잔 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 강했지만 누군가 여기서 파는 짜글이가 맛이 좋다고 귀뜸을 해 주었기 때문이다. 이날은 작정하고 찾아 나섰다. 사실 민물매운탕 집에서 돼지고기 짜글이를 파는 곳은 거의 없을 것이다. 조금 다른 느낌의 아이템들인데 과연 정말로 맛이 좋을까 싶은 생각에 기대하며 찾아갔다. 

 

막상 안에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볼 때보다 깔끔하고 뭔가 색다른 분위기였다. 정말 특이한 것은 간판에는 신서방이라 되어 있지만 저녁엔 조서방이 호프집을 한단다. 그래서 메뉴도 아예 다른 두 가지가 있다. 뭔 관계일까? 혹 동서지간일까? 그렇다면 여기서 일하는 여자 두명이 자매라는 말이 되나? 암튼 이런 한 점포 내에 두 가게인 곳은 보기 드문 일이라 좀 신기했다. 정말로 밤에 와서 호프집도 한 번 이용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해야할까? 우리는 돼지고기 짜글이를 주문했다. 나중에 먹으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처음 기대한 것과는 아주 많이 다른 짜글이를 만났다. 

 

짜글이라는 말을 들으면 의례 사람들은 당연히 김치가 들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우리도 그랬다. 하지만 여기선 김치를 볼 수 없다. 말 그대로 그냥 돼지고기와 양념을 졸여 먹는 짜글이였다. 물론 약간의 야채가 있긴 하다. 하지만 김치가 없는 짜글이를 먹게 될 줄은 몰랐다. 그리고 어느 정도 국물이 졸여졌을 때 먹으니 어디선가 많이 먹어 본 아주 익숙한 맛이었다. 과연 이 맛을 어디서 봤을까? 몇 번 더 먹어보니 이것은 그냥 닭볶음탕, 즉 닭도리탕의 양념이었다. 그랬다. 메뉴에도 닭도리탕이 있으니 그 양념을 사용한 것이리라. 돼지고기로 만든 짜글이지만 맛은 닭도리탕이었다는...

 

밥 잘 먹는 성인 남자 둘이 먹긴 약간 아쉬운 감이 있는 양이지만 익숙하고 맛이 잘 배어난 닭도리탕 같은 돼지고기 짜글이는 그냥 밥도둑이었다. 달달하고 덜 매운 양념은 밥을 비벼 먹고 싶게 만드는 마성의 맛이었다. 충분히 들어간 야채도 그렇고, 양념의 맛도 그렇고 담에 분명히 닭도리탕을 먹어봐야 할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 정도의 내공이라면 시그니쳐 메뉴인 민물 매운탕도 과연 제대로 맛이 나지 않을까 싶은 기대감이 생겼다. 점심시간이라 소주 한 잔을 하지 못하는 것이 영 아쉬운 순간이었다. 

 

잘 익은 돼지고기를 상추쌈에 싸 먹는 재미도 쏠쏠했다. 원래 닭도리탕은 양념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국룰이다. 그러니 당연히 이런 양념을 밥과 함께 먹어야 한다. 여기는 라면사리가 무료에 무한리필이란다. 그렇지만 이 양념을 쫄여 버리기 싫어서 라면사리를 넣지 않았다. 그렇게나 좋아하는데 말이다. 진하고 달달하면서 뭔가 먹은 것 같은 넉넉한 맛이 이집의 장점이라 해야겠다. 그렇지만 역시나 김치가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은 먹는 내내 아쉬웠다. 한국사람들의 찌개에는 역시 김치가 들어가야 하는데 말이다. 그래도 참 맛나게 잘 먹은 점심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