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날이 더워도 점심 한끼는 제대로 먹고 싶다. 맘 같아서는 시원한 열무국수나 냉면 한 그릇 대충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오후를 버티려면 속 든든하게 국밥 같은 것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땀을 흘리는 한이 있어도 말이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국수집 바로 옆에 있는 순대국 집이었다. 이름하여 방축리 순대국이다. 이 근처가 방축리는 맞을 것이다. 예전에 몸 보신 한다고 여길 자주 왔었는데 이젠 추억이 되었다. 하지만 순대국 역시 생각해 보면 몸 보신 음식일 수 있다. 어떤 음식이든 그 사람의 몸에 잘 받으면 그것이 보신인 것이다.
일단 이집은 가성비가 아주 좋다. 순대국 한 그릇에 9,000원이면 착한 편인데 순대와 간, 염통 같은 서브음식이 무한리필이 된단다. 먹성 좋은 사람들은 이것만으로도 본전을 뺄 수도 있을 것이다. 술꾼들 역시 순대 몇 점으로 소주잔을 비워낼 수 있다. 그러니 인심이 넉넉한 곳이다. 사실 순대국처럼 대표적인 서민음식점들은 이런 마음씀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주머니 사정 넉넉치 않은 사람들에게 푸근한 인심을 보여준다면 단골은 늘어날 것이고 서로가 좋은 것이다. 무한리필 순대라고 하지만 맛이 아주 좋았다. 우리도 두 번이나 갖다 먹었다.
우리는 얼큰 순대국과 일반 순대국을 주문했는데 얼큰 순대국은 순대국이라기 보다는 해장국에 가까운 것이었다. 얼큰하고 진한 국물이라는 점에선 반가운 일이지만 담백한 순대국과는 거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얼큰 보다는 시그니쳐 순대국이 더 낫더라는... 건더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어 가격이 싸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였다. 사람에 따라 취향이 다르겠지만 일단 양념장과 파를 듬뿍 넣는것이 상식이다. 거기에 새우젓과 들깨가루는 알아서 넣는 것이고, 고추씨기름도 넣고 후추까지 넣는다. 담백한 국물이 양념들로 새롭게 변신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서둘러 밥을 말아 넣는다. 이것도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국물을 한껏 머금은 밥알을 좋아하기 때문에 일단 밥부터 국물에 말아 버린다. 그리고나서 천천히 순대국 속에 들어있는 고기들을 음미하듯 먹는 것이다. 돼지고기와 새우젓의 궁합은 이미 잘 알려진 것이고, 의외로 마늘과 새우젓을 함께 먹으면 맛이 참 좋다. 김치를 올려 먹기도 하고 국물과 함께 고기를 먹기도 한다. 순대국은 작은 놀이공원처럼 매 숟가락이 다채롭고 재밌다. 이런 다양하게 즐기는 맛의 향연이 좋아서 순대국을 찾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그렇게 먹다보면 어느덧 건더기들이 비워져 간다.
이렇게 먹다 보면 속도 든든해지고 이마에 땀도 맺히면서 왠지 모를 만족감이 밀려 온다. 한국사람의 밥심은 역시 국밥에서 비롯되는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서민적이고 푸짐한 것이 바로 순대국일 것이다. 가성비가 좋은 편이라 이집은 앞으로 자주오게 생겼다. 국물도 적당하게 고깃국물 향이 나면서 운치가 있다. 원래 순대국은 시장통 한쪽에서 허름한 식당에 앉아 먹는 것이 상례지만 이렇게 어엿한 식당으로 거듭나도 또한 그 맛이 변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래서 사람들이 순대국을 그리 찾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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