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 때문에 성남시청을 가게 되었다. 한 달 새 벌써 두 번째이다. 다행히 포천~세종 간 고속도로의 연장구간 일부가 개통되어 예전 100번 도로를 이용해서 올 때보다 많이 수월해진 느낌이다. 하지만 아무리 길이 좋아져도 회의하러 가기엔 먼 곳임에 틀림없다. 이날은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움직이는 일정이었기 때문에 우리는 좀 일찍 도착하여 일을 보고 성남시청 근처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어느 동네를 가든 관청 근처에는 식당도 많고, 맛집도 많은 법이다. 성남시청처럼 큰 관공서의 경우는 더욱 그럴 것이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성남시청 건너편 먹자골목은 규모가 아주 큰 편은 아니었고, 손님도 그렇게 많아 보이지 않았다.
주차하기 편하면서 맛집처럼 보이는 곳을 찾는다고 돌다가 발견한 집은 바로 이집, 어부네 코다리 조림이었다. 코다리찜을 워낙 좋아하고, 몸에도 잘 맞는 편이라 주저하지 않고 들어갔다. 요즘 우리나라에서 명태가 잘 잡히지 않아 덩달아 코다리찜 값도 많이 올랐다. 당연한 일이지만 코다리찜을 좋아하는 마니아 입장에서는 좀 짜증스런 일이다. 그런데 그나마 이집의 가격은 합리적인 수준이었다. 둘이 먹을 수 있는 소 사이즈의 가격이 30,000원이다. 이러면 한 사람의 가격이 15,000원이니까 그래도 받아들일 수 있는 정도라 하겠다. 원래 코다리찜이 좀 비싼 음식이긴 하지 않던가?
전문점 답게 주문하기 무섭게 반찬들이 나왔다. 다 그렇지는 않겠지만 요즘 코다리찜은 매운 양념이 대세다. 어딜가나 맵게 양념한 코다리찜을 볼 수 있다.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매운 양념 때문에 마른 김과 간을 하지 않은 콩나물 데침이 나온다. 매운 맛을 중화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시청 앞의 식당답게 반찬도 제법 있었고, 아주 정갈한 비주얼이었다. 이러면 코다리찜도 맛있을 것이란 기대치가 올라간다. 어디서나 반가운 미역국도 나왔다. 생일도 아닌데 미역국만 보면 참 정겹고, 푸근한 기분이 된다. 이 국물에 밥을 푹 말아서 먹고 싶어진다. 이집의 미역국도 그런 정겨운 맛이었다.
드디어 메인 디시인 코다리찜이 나왔다. 보기엔 그렇게 매워보이지 않았는데 나중에 알게 되었다. 먹다보니 뒤에 올라오는 그 묵직한 매운 맛이 아주 강렬했다. 갑자기 매웠다 사라지는 월남고추가 아니라 우리네 청양고추 같은 양념을 사용한 모양이다. 그리고 정말 맘에 들었던 것은 달지 않고, 자연스러운 맛이었다는 점이다. 맵지만 집에서 한 것 같은 부담없는 양념은 부드러운 코다리와 정말 잘 어울렸다. 말 그대로 밥도둑이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렇게나 좋아하는 양념을 푹 머금은 무도 너무나 좋았다. 저런 무만 있으면 다른 반찬이 필요없다.
부드럽지만 강렬한 양념의 코다리 살을 김에 넣고 콩나물과 밥도 약간 넣는다. 쌈처럼 싸 먹는 것이다. 아마도 코다리찜은 이렇게 먹는 것이 가장 노멀한 방식이 아닐까 싶다. 소 사이즈라고는 하지만 둘이 먹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는 넉넉한 양이었다. 그냥 코다리 두 마리가 들어 있다고 보면 된다. 커다란 가래떡도 푸짐한 식감을 담당하는 일꾼의 하나다. 점심메뉴로 그냥 밥과 함께 우다다 먹어 버리기엔 뭔가 아쉬운 만찬같은 음식이었다. 정말 오랫만에 맛있는 코다리찜으로 푸짐하게 점심을 먹었다는 포만감과 만족감이 밀려왔다. 역시 잘 모르는 동네에 가면 관공서 앞으로 가야 한다. 그러면 최소한 실패는 하지 않는 법~ 운 좋으면 오늘처럼 맛집도 만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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