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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물총칼국수라는 특이한 컨셉과 진한 국물의 황태국이 있는 곳, 포천시 군내면 포천돌담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10. 9.

군내면에는 골프장 덕분에 큼직한 식당과 카페가 제법 많다. 골프장을 찾는 외지인들은 시간을 가리지 않기 때문에 이른 아침부터 장사하는 곳도 많아 덕분에 지역에 사람들도 해장을 하러 가기 좋은 곳들이다. 하지만 역시 이것도 경쟁이 치열한 편이다. 아무리 골프족들이 많이 온다해도 맛이 없거나 경쟁력이 떨어지면 바로 도태되는 곳이 또한 이 부근이다. 얼마 전 이곳에 새로 문을 연 칼국수집이 있다. 이름은 포천돌담칼국수 이다. 이름만 봐서는 어떤 종류의 칼국수인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가까이 가보면 물총칼국수라는 특이한 컨셉의 칼국수를 파는 곳이란 것을 알 수 있다. 

 

새로 생긴 집답게 실내는 엄청 깔끔했다. 해장을 위한 칼국수 집이라기 보다는 백반을 파는 집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특이하게 황태국이 있다. 즉, 황태 해장국이란 말이다. 칼국수집에서 이렇게 황태해장국을 함께 파는 경우는 보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다정하게 물총칼국수와 황태국을 함께 주문했다. 다소 이질적인 두 메뉴가 과연 맛이 어떨까? 물총 칼국수는 자세히 들여다 보니 바지락이나 사골이 아니라 백합조개 같이 다소 크기가 있는 조개를 이용하여 국물을 낸 칼국수였다. 그러니까 결국 우리가 좋아하는 조개국물의 칼국수인 셈이다. 

 

먼저 황태국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해장국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아이템이다. 황태해장국은 만들기 쉽다지만 이렇게 단순한 음식일수록 더 제맛을 내기 어려운 법이다. 뽀얀 국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 키포인트인데 이집에선 그런 포인트를 잘 잡아 냈다. 마치 우유를 풀어 놓은 것같은 뽀얀 국물은 황태 해장국의 전형인 비주얼이다. 그리고 한 입 먹어 보면 구수하면서 고소하고 담백하면서 진한 국물의 맛이 나야 제대로 된 황태 해장국이다. 과연 이집은 이런 황태 해장국의 조건을 어느 정도는 다 만족시키고 있었다. 즉, 내공이 있는 집이라는 말이 된다. 오랫만에 만났다. 이런 제대로 된 황태국을 말이다.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인 물총 칼국수도 나왔는데 바지락이 아닌 백합 같은 조개를 사용하는 것 같았다. 이걸 모시조개라고 해야할까? 아무튼 바지락보다는 조금 큰 조개이다. 꼬막으로 칼국수를 만들어 파는 곳은 봤지만 이런 조개로 파는 곳은 처음인 것 같다. 그런데 나름 국물이 괜찮다. 찌걱거리는 식감 때문에 바지락을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유난히 바지락을 칼국수 재료로 많이 사용하는 이유가 바로 국물 때문이다. 다른 어떤 조개류도 바지락만큼의 국물맛을 내기 어렵다. 하지만 이날 먹어보니 백합이나 모시조개 같은 류도 나름 시원하고 해물 특유의 맛이 살아 있는 국물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압권은 황태국이었다. 잘 만들어진 김치와 황태국물 그리고 밥 한 숟가락이면 완벽 그 자체인 해장국이 된다. 콩나물이 넉넉하게 들어 있어 시원함이 살아 있고, 정성으로 만든 것 같은 느낌이 강하게 다가오는 계란 지단도 있었다. 뽀얀 국물을 정신없이 먹다 보면 어느덧 이마엔 땀을 송글 송글 맺힌다. 바로 이것이 해장의 정수라 하겠다. 평소 뜨거운 국물을 즐기는 편이 아니지만 이날은 바닥을 보게 되었다. 그만큼 깊이 빠져 먹었다. 둘 다 가격이 9,000원으로 착한 편이다. 그런데도 국물이 이렇게 깊은 맛이 나다니... 물론 조미료가 안 들어간 것은 아니지만 아무튼 참 만족스럽고, 맛나게 잘 먹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