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맵질이라도 뭔가 일이 안 풀리고 스트레스가 만땅으로 쌓일 때 화끈하게 매운 맛으로 술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 분명 엄청 매울 것이고, 그러면 땀을 과도하게 흘릴 것이란 예상을 하지만 그래서 무척이나 불편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있지만 그래도 도전하고 싶은 것이다. 이날이 그랬다. 일이 잘 안 풀려 꽉 막힌 하수구 모양으로 답답하다 싶어 화끈하게 술 한 잔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우리가 생각한 곳은 송우리 주공 3단지 앞의 먹자골목이었고, 거기서 봐 두었던 바로 이집이었다. 이집의 상호는 '직화 왕손 쭈꾸미'라는 곳이다. 지금은 주인이 바뀐 것 같은데 우린 여길 몇 년 전에도 왔었다.






육고기를 그닥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시그니쳐 쭈꾸미를 주문했다. 거기에 반드시 필요한 소주 한 병, 오늘은 깔끔한 느낌이 강한 새로를 먹기로 했다. 맵기 조절이 안 된다는 말에 더 긴장이 되었다. 과연 어떨까... 하지만 사나이가 일단 칼을 빼 들었으면 뭐라도 해야 하는 법~ 수련하는 기분으로 쭈꾸미가 나오길 기다렸다. 옆 테이블에 아는 사람들이 일행으로 와서 먹길래 반갑게 인사도 했다. 동네에서 술 한 잔 하면 늘 있는 평범하지만 훈훈한 장면이다. 날치알이 먼저 나왔다. 아마도 쭈꾸미에 올려 먹으라는 의미인 것 같았다. 폭풍 전야같은 느낌으로 본 메뉴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개인적으로 매운 것이 취약하다는 것을 잘 알기에 치즈사리도 미리 주문해 두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이 나타났다. 별 다른 첨가물이 거의 없는 쭈꾸미로만 구성된 음식이었다. 가스불을 켜니 벌써 매운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이상하지 모두들 이런 강렬한 매운 냄새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평온해 보였다. 심지어 우리 옆 테이블 손님은 "맵게 해 주세요~"라는 엄청 도전적인 멘트를 날리기도 했다. 그러지 마라고 말리고 싶었지만 선택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다. 쭈꾸미는 그리 오래 익히지 않아도 된다. 그냥 어느 정도 익었다 싶으면 먹을 수 있다.






매운맛 때문인지 몰라도 쭈꾸미 볶음에는 꼭 깻잎이 나온다. 분명 매운 쭈꾸미도 여기 싸 먹으면 중화되는 느낌이 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평소엔 쳐다보지도 않는 마요네즈가 있다. 분명 건강한 식재료는 아니지만 쭈꾸미 집에선 이만한 위안이 되는 아이템이 또 없다. 이상하게도 매운 음식은 소주를 더 잘 부르는 것 같다. 술이 말 그대로 술술 들어간다. 그런데 분명 잘 취하지 않는 것 같다. 아마도 매운맛에 정신이 팔려 취할 새도 없는 모양이다. 이러니 스트레스가 정말 훌훌 날아가 버리는 기분이다. 이래서 나름 고통스럽지만 매운 쭈꾸미를 찾게 된다. 우리가 어느 정도 먹어 갈 무렵 손님들이 제법 많이 들어왔다.






이렇게 매운 음식의 대미는 남은 양념에 밥을 볶는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무엇이든 남는 양념에 볶아 먹는 습관이 있는데 정말 맛있는 전통이다. 우리도 그런 과거의 지혜를 따라 밥을 볶았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밥을 볶지 않는 사람은 없었다. 쭈꾸미든, 낙지든, 심지어 서양식의 볶음일지라도 우린 남은 양념에 밥을 볶는다. 그런데 이것이 또한 맛이 좋다. 그리고 평화를 상징하는 계란찜도 추가도 주문했다. 너무 매운 맛으로만 달리면 다음날 화장실에서 엄청난 후회를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두 어시간 남짓한 우리의 회식은 끝났다. 땀을 1리터는 흘린 것 같지만 기분은 홀가분했다. 역시 뭔가 막힐 때는 화끈한 쭈꾸미가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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