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하면 부대찌개가 가장 유명한 음식이다. 그 중에서도 오뎅식당은 부대찌개의 대명사처럼 되어 버린 집이다. 오래 전부터 부대찌개 골목을 다녔던 사람으로서 생각해 보면 오뎅식당이 지금처럼 유명하지는 않았다. 개인적으로 오뎅식당보다 형네식당을 더 자주 갔었다. 출발은 비슷했지만 지금은 부대찌개 하면 오뎅식당을 따라가기 쉽지 않을 정도로 번성한 곳이 되었다. 이유는 잘 모른다. 그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분명 형네식당이 더 크고 잘 되던 집 같았는데 말이다. 아무튼 오뎅식당 모르는 사람이 별로 없는 요즘, 축석고개 마루에 오뎅식당의 분점이 새로 생겼다.
본점에서 직영을 하는 곳 같아 보였다. 드나들며 자주 보던 곳을 이번에 가보게 되었다. 부대찌개는 의정부가 아니라도 평소 자주 먹는 음식이니 여기서 본고장의 맛을 보게 되면 더 좋을 것이라 생각했다. 밖에서 보면 엄청 커보이지만 막상 들어가니 약간은 아담하다는 생각이 드는 식당이었다. 원래 빵집인가가 있던 곳인데 이렇게 식당이 되니 드디어 들어 오게 되었다. 유명세 때문인지 역시나 손님이 많았다. 어떻게들 알고 오는지 신기하다. 암튼 우리는 부대찌개 2인분과 라면사리를 주문했다. 라면사리가 500원도 안 되는 가격인데 여기서는 2,000원이다. 비싸다.
오뎅식당의 특징은 다소 심심한 듯 한 담백한 맛이다. 이 맛에 빠지면 송탄부대찌개처럼 진득한 국물이 부담스러워진다. 심심한 듯 한 국물은 마구 퍼 먹어도 질리지 않는 맛을 선사한다. 그래서 사람들이 오뎅식당을 찾는지 모른다. 일단 국물이 다 끓을 때 까지는 절대 솥뚜껑을 열면 안 된다. 예전에 오뎅식당 주인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는 뚜껑 미리 열다 혼나는 사람들 많았다. 30년 단골 입장에서 보면 그저 종업원이 와서 열어 줄 때까지 기다리면 된다. 그렇게 약간 인고의 시간을 지나면 드디어 오뎅식당의 부대찌개를 먹어 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오뎅식당의 큰 특징 중에 하나는 반드시 라면사리를 넣어야 한다는 것이다. 왜 그런지 몰라도 라면사리를 넣고 안 넣고에서 국물 맛이 차이가 많이 난다. 아마도 라면에 들어 있는 전분기를 통해 국물이 약간 걸죽해 지는 것이 맛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그래서 당면사리나 우동사리도 있지만 반드시 라면사리를 넣는다. 다소 비싸도 말이다. 건더기가 충실하게 들어 있는 부대찌개는 어찌보면 약간 정크푸드 비슷한 분위기도 있다. 소시지를 이렇게나 많이 먹는 것이 절대 몸에 좋을리는 없다. 하지만 입에서 즐거운 이 시간에 꼭 그런 생각을 하지는 말자.
그렇게 흰쌀밥과 너무 잘 어울리는 이질적인 찌개가 완성된다. 파가 듬뿍 들어간 오뎅식당의 부대찌개는 야채를 먹어서 소시지의 안 좋은 부분을 어느 정도는 상쇄시킬 수 있다는 합리화를 하면서 먹을 수 있다. 다 배 부르자고 하는 짓인데 돈까지 내면서 먹는데 무슨 그런 양심의 자책을 한단 말인가? 그런데 여기서 약간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었다. 오뎅식당을 간지 오래되어 그런지 원래 이렇게 심심한 맛이 강하게 다가 왔단 말인가? 너무 심심하여 과연 예전에도 이랬나 싶은 생각이 들긴 했다. 사람 입맛이 변하는 것이니 내가 좀 단짠맵에 익숙해진 탓도 있겠지... 암튼 든든하고 배 부르면서 소시지 듬뿍 먹은 점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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