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이야기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우리나라 재벌의 노동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

by jeff's spot story 2024. 3. 8.

삼성의 무노조 경영은 우리나라 재벌의 노동에 대한 시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노조는 경영과 생산성에 방해가 된다는 생각은 자본주의의 한 축인 노동을 필수 요소가 아니라 정치적으로 판단했기에 나타난 것이다. 노동조합이 회사 운영을 방해하고 생산성 보다 높은 임금을 요구하여 글로벌 경제, 무한경쟁의 시대에 회사의 경쟁력을 떨어트릴 것이라는 우려가 깔려 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IMF 불평등에 맞서다.’ 라는 보고서에는 노동조합이 약화될 경우 근로자의 실질임금이 하락하거나 제자리에 있게 되고, 이는 근로자들의 구매력 약화로 이어져 전제 시장 경제가 흔들릴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또한 이렇게 중산층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의 임금이 하락하면 미숙련, 저학력 근로자가 많아져 전체 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즉,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임금 상승이 오히려 회사 경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봐도 부자나 근로자나 소비하는 양은 비슷하기 때문에 중산층의 구매력이 높아야 전체 국가 GDP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삼성의 무노조경영 포기는 단순히 국민들에게 사과하는 모양새가 아니라 미래 삼성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반드시 해야 할 일인 것이다.


삼성은 3세 경영을 계획대로 확보하기 위하여 순환출자의 복잡한 지분관계를 이용하였다. 삼성전자에 지분이 없었던 이재용 부회장을 대주주로 만들기 위해 에버랜드와 제일모직의 합병,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이라는 과정을 통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세금도 적게 내면서 경영권을 인수받으려고 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 과정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국민연금이 삼성의 손을 들어 주는 바람에 국민연금은 엄청난 손실을 보게 되기도 했다. 이를 두고 정권에 기대 경영권을 헐값에 넘겨받으려는 꼼수였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2개월에 걸쳐 작성했다는 4세 경영 포기와 무노조 경영 포기 발표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 이 부회장은 검찰에 의해 다시 구속영장이 청구되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 비록 구속 영장이 기각되었다고는 하지만 이미 삼성이 저지른 부정적인 경영권 승계에 대한 국민들의 시각은 매우 부정적이다.


비슷한 처지인 LG의 경우 상속세를 자진 납부한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왜 삼성은 이렇게 무리하게 탈법, 불법을 저지르면서까지 무노조경영, 경영권 승계에 집착했을까? 앞서 살펴 본 삼성의 기업가치와 경쟁력은 세계적인 수준이며, 다국적 기업으로서 삼성은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이다. 이런 글로벌한 기업이 상속세를 내지 않으려고 꼼수를 쓴다거나 노조를 못 만들게 공작을 한다는 사실은 무척 아이러니하다.

결국 삼성의 이런 모습은 우리나라 재벌들이 가지고 있는 기업 윤리나 기업관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본다. 우리나라 재벌은 ‘중후장대형’ 산업을 육성한다는 군사정권의 계획에 의해 민관 협력 사업으로 주로 성장했다. 기업의 성장을 통해 국가가 부강해진다는 생각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재벌들의 비리와 정경유착이야기는 끝없이 나왔고, 소위 기업을 하려면 정치권의 힘을 얻어야 한다는 것은 영업 노하우 같은 것이었다.


어느덧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로 성장했지만 아직도 정치권과의 유착, 최고의사결정권자를 통한 우회, 편법이 기업 운영에 주요한 요소로 인식되고 있다. 삼성은 정치권의 회사가 아니라 대한민국이 성장시킨 국민 기업이다. 삼성을 바라보면서 자부심을 가졌던 국민들의 실망은 세계적인 기업이면서 아직도 후진적인 경영승계와 무노조 경영을 고집하던 삼성 오너들에 대한 실망이라고 할 수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이제라도 기업 이미지에 걸 맞는 전문 경영인과 조직력을 갖춘 노조가 있는 삼성의 변신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