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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상호는 호프집인데 먹고 싶은 것을 해주는 맘 편한 주점, 포천시 포천동 달밤호프

by jeff's spot story 2024. 7. 21.

포천 시내를 그리 자주 다녔지만 이집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시내가 큰 편도 아닌데 사람은 역시 보이는 것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포천동 시내 한복판 사거리에 있는 오래된 호프집의 지하에 이 집이 있다. 이렇게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에 지하에 있는 식당을 간다는 것이 현명한 선택은 아닐 수도 있지만 이날 우리는 긴밀한 얘기도 하고, 단합도 다지는 의미에서 여길 택했다. 이집의 가장 큰 장점은 분위기가 조용하고, 주인장이 원하는 안주를 가능하면 만들어 준다는 것이다. 말이 호프집이지 그냥 맘 편한 주점 같은 곳이다. 

 

이날도 후배들은 내가 좋아하는 동태찌개를 특별히 부탁을 해 주었다. 호프집에서 동태찌개를 먹을 줄 누가 알겠는가? 하지만 여긴 그런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말하자면 동태찌개도 좋았지만 이집의 총각김치는 정말 예술이었다. 세번인가 더 달라고 하여 먹었다. 입이 싼 편인 것 같지만 아무튼 왠만한 한식집보다 이집의 김치가 더 맛이 좋았다. 아늑한 분위기에 지하지만 눅눅한 분위기는 거의 없었고, 여기 저기 향초를 피워 잡내를 없애는 센스도 돗보였다. 이 정도 센스라면 주인장은 비록 지하지만 괜찮은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셈이다. 

 

지하라는 공간은 조금 묘한 구석이 있다. 밖이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에 한층만 내렸왔을 뿐이지만 밖의 세상과 완전할 만큼의 단절이 있다. 그리고 당연히 조용하다. 지나다니는 차들이 내는 소음도 행인들의 듣기 싫은 잡음도 없다. 그리고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아늑하다. 원래 지하란 그런 곳이다. 물론 단점도 있지만 이날 우리에겐 이런 장점들이 많이 와 닿았다. 맛난 동태 찌개가 함께 하니 술이 술술 들어갔다. 지하에서 술을 마시면 단절된 바깥 세상과 멀어질 수 있어 조심해야 한다. 항상 엄청 과음을 하는 곳은 이렇게 지하의 술집이었다. 

 

저녁 겸 술 모임으로 만난 자리이다 보니 이날은 밥도 함께 먹었다. 원래 술은 밥과 함께 먹을 때 제일 맛이 좋다. 맛난 음식을 먹을 때 술 생각이 나는 법 아니던가? 함께 간 후배들의 말처럼 동태찌개가 참 맛이 좋았다. 동태찌개는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흔한 음식이지만 오래 끓여야 하고 육수도 잘 만들어야 끝이 맛나고 좋은 법이다. 동태가 흔하던 예전부터 술 안주 하면 늘 동태찌개가 생각났었다. 푹 끓인 동태찌개의 국물은 김치찌개나 된장찌개와는 또 다른 족보를 가진 족속이다. 소주와 잘 어울리는 동태찌개는 언제나 반가운 법이다. 

 

호프집에서 먹는 1차 술자리가 맞을까 싶을 정도로 한식을 제대로 갖춘 자리였다. 김치도 그렇고, 오이소박이도 그렇고 너무 입에 잘 맞았다. 솔직히 이 안주가 얼마인지 궁금했지만 묻지 않았다. 굳이 값을 따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별로 즐기지 않은 후라이드 치킨과는 비교가 자체가 안 되는 소울 푸드로 제대로 잘 먹었다. 중간에 돼지껍데기도 주인장이 갖다 주었다. 그러고 보면 여긴 호프집이라기 보다는 그냥 주점이나 한식집이라 하는 것이 더 맞지 않나 싶다. 아무튼 요즘 먹은 주점 중에서 가장 저녁 식사를 잘 한 집이라 보면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