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유는 잘 모르지만 포천시 신북면 하심곡 인근에는 오리고기집이 많다. 처음 시작은 미미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젠 오리고기의 성지처럼 되었다. 오리고기는 흔한 것 같지만 쉽게 먹을 수 있는 고기는 아니다. 아마도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는 그래도 희소성이 더 있는 고기라서 그런 것 같다. 하지만 오리고기가 몸에 좋다하여 일부러 찾아 먹는 사람들도 있다. 물론 몸에 좋다는 이유만이 아니라 맛도 괜찮기 때문에 사람들이 선호하는 것이리라. 이날 우리는 복날을 맞아 닭고기가 아니라 오리고기를 먹기 위해 이집을 찾았다. 식당의 이름은 '오리덕후'이다.
물가상승의 압박을 체감적으로 느끼는 요즘이지만 오리 한 마리에 77,000원이라는 가격의 묵직함은 대단한 것이다. 과연 이 가격에도 우리는 오리구이를 먹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루비콘 강을 건넜다. 다행인 것은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양은 네명이 먹기에 충분했다는 것이다. 이러면 또 생각이 바뀐다. 네명이 77,000원이라면 한 사람에 20,000원이 안 되는 가격이다. 이 정도라면 무난하게 받아 들일 수 있는 가격이 아닐까 싶었다. 우리는 어차피 가성비를 따지면 먹을 상황은 아니었다. 그저 맛이 좋으면 되는 것이었다. 그래도 사람인지라 먹으면서 가격을 따지게 된다는...
원래 자주 먹었던 오리고기는 생고기였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주물럭 고기를 먹게 되었다. 주물럭이라는 것이 결국 양념고기라는 말인데 오리고기로 주물럭을 먹는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다. 그래서 이 자리가 더 귀하게 느껴졌다. 누구나 다 먹는 음식이 아니라 특별하게 먹는 생경한 음식이 주는 잔잔한 감동이었다. 돼지고기 양념은 매운 것도 있고, 달달한 간장 양념도 있다. 심지어 카레에 넣어 먹기도 한다. 과연 오리고기는 어떻게 먹어야 가장 맛이 있을까? 이날 우리가 경험한 것은 매콤한 제육볶음 같은 양념이었다. 이런 양념고기구이는 하얀 쌀밥에 올려 먹어야 제맛이기는 하다.
달달하면서 매콤한 양념에 다양한 채소가 듬뿍 어울리니 오리고기가 아니라 그냥 고급진 소불고기를 먹는 맛이었다. 오리고기는 특유의 맛난 부위가 있다. 바로 껍질이다. 양념이 잘 배어 든 껍질을 불판에 익혀 단단하게 먹으니 그 맛이 또한 일품이었다. 다소 간이 센 양념이 잡내를 싹 잡아주고, 입안에서는 감칠맛이 폭발하듯 계속 터져 나왔다. 이 가격이 비싸다고 누가 그랬나? 먹어보니 전혀 아니다. 차라리 주인장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오리고기의 기름과 양념이 듬뿍 들어간 야채의 맛도 장난이 아니었다. 싫든 좋든 그냥 숟가락을 들고 쌀밥을 찾을 뿐이다.
여기는 짝수로 밥을 줄 때 솥밭을 준다. 바로 익혀 내어 주는 솥밥은 그 자체로 힐링이 된다. 다소 취향이 다른 사람이 있다면 시원한 국수를 먹을 수도 있다. 진한 양념으로 뒤덮인 입안을 산뜻하게 비워주는 디저트 같은 음식이다. 다소 가볍운 듯한 국수의 육수는 진득한 양념의 오리 주물럭과 정말 잘 어울렸다. 이런 것이 천생연분일 것이다. 마지막을 장식한 것은 오리탕이다. 배가 부르지만 않다면 오리의 맛이 강하게 우러난 오리탕에 밥 한 그릇을 더 먹어야 한다. 그래야 한국인의 밥상이 완성된다. 하지만 너무 배가 불렀다. 그래서 그냥 국물만, 그 애꿎은 국물만 떠 먹었다. 아쉽다. 그래도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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