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사람들은 겨울에도 치맥을 즐겨 먹는다. 당연히 요즘처럼 더운 날 일한 뒤에는 더 치맥 생각이 간절하다. 이게 치킨이 더 먹고 싶은 것인지 시원한 맥주가 생각나서인지 잘 모르겠다. 아무튼 치맥은 이런 날 진리이다. 치맥도 순대국처럼 여러 버전이 있다. 어딜가야 오늘의 이 지침을 잘 달래줄까? 시청 근처에도 여러 치킨집들이 있지만 이날 선택한 곳은 유한 아파트 사거리에 있는 짱닭치킨이었다. 이 상가 건물엔 짱닭치킨과 바로 옆에 바른치킨이 있다. 닭집이 나란히 붙어 있는 셈이다. 누가 나중에 오픈했는지 몰라도 잘 얄궂은 일이다.
퇴근시간이 되어도 밖은 훤하기 때문에 낮술을 먹는 기분이다. 유한아파트 앞 사거리의 풍경이 그대로 눈에 들어 오는 비주얼 좋은 호프집에 앉아 시원한 생맥주로 목을 축인다니 자체로 신선이 된 기분이다. 솔직히 막상 들어와 맥주 한 잔 마시니 치맥의 진짜 이유가 닭이 아니라 맥주였음을 금새 알 수 있었다. 물론 이렇게 시원하고 알싸한 맥주에 기름진 후라이트 치킨이 더해진다면 당연히 천상의 조합이 될 것이다. 짱닭치킨은 흔한 후라이드 치킨보다 셋트 메뉴로 먹는 것이 더 가성비도 좋고, 다양한 맛을 볼 수 있어 좋다. 그런데 여기 젊은 주인장이 혼자 요리도 하고, 서빙도 하는 모양이다.
주인장은 비교적 넓은 홀을 누비고 다니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손님들을 계속 들어 오고 21세기 대한민국의 자영업은 정말 힘들다. 우린 이름이 가물가물한 셋트메뉴를 주문했다. 후라이드 치킨 두 종류와 떡볶이, 샐러드까지 나오는 것이었다. 이런 구성인데도 가격이 그렇게 비싸지 않았다. 브랜드 치킨 한 마리 시키는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가성비는 정말 짱인 닭집이었다. 여기서 맛도 좋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곳이다. 먼저 간단한 먹을거리와 하얀 크림이 덮힌 떡볶이가 나왔다. 물론 만들어진 기성품을 넣어 끓인 음식일 것이다. 그런데 맛이 좋았다. 이런~
떡볶이 집에서 먹을 때보다 맛이 좋으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잠시 뒤 메인인 후라이드 치킨 삼총사가 나왔다. 간장양념 후라이드와 달달한 양념과 매운 양념, 이렇게 세 가지였다. 솔직히 간장양념이 제일 입에 맞았다. 만일 다음에 온다면 이런 구성보다 그냥 간장양념을 한 마리 주문할 것 같다. 바싹 튀겨진 후라이드는 주인장이 정신없이 다니면 만들었겠지만 나름 온도를 잘맞춘 괜찮은 맛이었다. 두툼한 튀김옷도 씹는 식감을 더해주었고, 시간을 잘 맞춘 닭고기도 훌륭한 편이었다. 평소 닭에 그렇게까지 매니아가 아니라 그런지 비싼 브랜드 후라이드나 이런 동네 후라이드나 큰 차이를 모르겠다.
말 그대로 맥주가 쭉쭉 들어갔다. 치맥이 왜 진리인지 다시 한 번 깨닫은 날이라 하겠다. 대단한 요리도 아닌데 전국민을 애끓게 만드는 마성의 조합이다. 아마 이날도 전국적으로 엄청난 양의 닭들이 뜨거운 기름에 튀겨졌을 것이다. 이 시점에서 닭들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인간을 위해 그렇게 엄청난 희생을 당한 닭들을 위해 애도를... 하지만 닭이 없는 현대 사회는 상상할 수 없기에 앞으로도 이런 신세를 계속 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 다시 한 번 머리를 숙인다. 그냥 술 한 잔 편하게 가성비 좋은 곳에서 먹는다면 짱닭치킨 참 괜찮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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