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부터 일하러 돌아다니는 사람들에게 아침식사는 참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아주 일찍 일어나 밥을 챙겨 먹을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 일어나서 씻고 나가기 바쁜 것이 현실이다. 그렇게 한동안 일을 했지만 아직 시간은 오전 9시가 되지 않았다. 이럴 때 든든하게 아침밥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어디있을까? 근처에 있는 식당들을 거의 다 오전 10시는 넘어야 문을 연다. 그렇다고 편의점에서 가서 컵라면과 김밥으로 때우기는 그렇고... 그렇게 일단 길을 나서보자는 생각에 차를 몰고 가다 이집을 발견했다. 철원양평해장국이라는 상호만 봐도 우린 뭘 파는 집인지 알 수 있다.
지명이 두개나 들어갔으니 이집은 철원에 있는 해장국집을 말하는 것인지, 양평에 있는 해장국을 말하는 것인지 알기 쉽지 않은 곳이다. 하지만 양평해장국은 진하고 자극적인 붉은 빛의 국물과 소의 양과 선지가 들어가는 해장국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제대로만 끓여 낸다면 이것보다 더 나은 아침밥은 없지 싶다. 이른 시간이지만 근처에 골프장들이 있어 화현면의 식당들은 대체로 문을 일찍 연다고 한다. 지역경제에 골프장이 그래도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이다. 요즘 골프장 말고 제대로 장사가 되는 곳이 또 있을까?
모두들 일찍 나온터라 속이 비어 있었다. 선지가 싫다는 사람들은 내장탕을 주문했다. 사실 선지처럼 가성비 좋은 영양식도 없다. 싸고 맛나고 영양도 듬뿍이다. 철분이 많아 특히 여자들이 많이 먹어야 한다는데 정작 여자들은 그렇게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펄펄 끓는 선지 해장국과 하얀 쌀밥은 색만으로도 궁합이 참 잘맞는 음식이다. 양이 듬뿍 들어간 매워 보이는 해장국 한 그릇을 앞에 놓고 앉으니 먹지 않았는데도 땀이 나는 것 같다. 서둘러 밥을 말고 눈치 볼 것 없이 그저 입에 해장국을 넣기 바빴다. 가장 한국적인 아침이자 해장인 셈이다.
고소하고 부드러운 선지와 밥을 함께 말아 먹으면 영양이 그대로 몸에 주입되는 기분이 든다. 이래서 예전부터 해장국이라 하면 선지를 떠올렸는지도 모른다. 다만 이젠 이런 스타일의 양평해장국이 여기 저기 많다보니 식당들 간에 어느 정도는 순위가 메겨지기도 한다. 과연 이집은 어느 정도의 순위를 가질 수 있을까? 기본적으로 이마에 땀이 맺히면서 숟가락으로 푹푹 떠 먹는 해장국이란 점에선 여느 집들과 다를 것이 없다. 약간 덜 자극적인 맛이 흠이 될까? 아침엔 이런 부드러우면서 자극적인 해장국이 필요한 법! 부드러우면서 자극적인 것은 어떤 맛이냐?
아무튼 우리는 그렇게 아침을 든든하게 잘 먹었다. 편의점에서 간단하게 사먹는 컵라면과는 영 다른 든든한 아침이다. 전날 과음한 사람들도 해장국 먹으면서 땀 한 번 흘리고 나면 몸이 거뜬해지는 법이다. 그래도 이날은 아침부터 푹푹 찌는 더운 날씨는 아니었다. 그러니 이런 자극적인 해장국도 먹을 수 있었겠지... 생각해 보면 해장국도 여러 버전이 있다. 콩나물도 있고, 북어도 있고, 해산물이나 생선으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역시 선지해장국이 그 중에 제일 갑이 아닌가 한다. 지극히 개인적인 취향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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