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해장을 위한 것이 아니더라도 콩나물 국밥은 늘 시원한 국물 때문에 먹고 싶은 음식이다. 가장 흔하고 값이 저렴한 재료지만 영양도 많고 맛도 좋은 콩나물이 주재료인 해장국으로 담백한 맛이 강점이기도 하다. 소흘읍에 다른 콩나물 해장국 집도 있지만 여기는 어쩌면 세월이 참 오래된 곳인지 모른다. 맞는지 모르겠지만 과거 하송우리 부근에서 콩나물 해장국을 팔았던 주인장이 여기로 옮겨 온 것일 수도 있다. 우리가 가본 전주콩나물국밥 집은 43번 국도변 무봉리 순대국 본점 부근에 있다. 원래 이곳은 알천 국수집이 있던 자리다.
다른 집들도 그랬지만 어릴적 콩나물을 집에서 직접 재배하여 먹기도 했다. 검은 천으로 빛을 가린 콩나물 시루에 매일 물을 부어가면서 콩나무가 아니라 콩나물을 만드는 과정을 본적이 있다. 물이 밑으로 그냥 빠져 버리는 것 같지만 조금씩 먹으면서 나물이 되어간다고 하여 평생교육이나 사회복지 분야에서 콩나물을 밑빠진 독에 물 붓는 과정이지만 꼭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콩이란 작물이 참 신기한 것이 그렇게 나무도 되고 나물도 된다. 이집에서는 그런 콩나물을 한방재료를 넣어 기른다고 했다.
우리는 그렇게 개인적으로 좋아라 하는 굴국밥과 매생이 떡국으로 주문했다. 오리지널 콩나물 국밥에 굴을 넣은 아이템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언제부터인가 콩나물 국밥에 굴을 넣지 않으면 뭔가 허전하더라는... 굴이란 식재료가 계절을 많이 타는 것인지라 아마도 여기는 다른 굴 전문점처럼 잡자마자 냉동한 굴을 사용할 것이다. 아니라면 더운 여름에 상하기 쉬운 굴로 국밥을 만들기는 어렵다. 분명 냉동인것 같지만 신기할 정도로 굴의 식감과 향이 살아 있었다. 과연 이 정도라면 국밥이 아니라 그냥 해동하여 생굴로 초장을 찍어 먹어도 맛이 좋을 것 같았다.
매생이 굴 떡국은 밥이 아니라 떡이 들어 있는 국이었다. 매생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식감을 즐긴다고 한다. 하지만 매생이가 별로인 사람은 미끌거리는 식감이 좋지 않다.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매생이는 다 먹을 때까지 엄청 뜨겁다. 하지만 매생이가 그닥 맘에 들지 않았는데도 떡국으로 먹으니 묘할 정도로 맛이 좋았다. 큼직막한 굴도 맘에 들었다. 이런 떡국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콩나물 국밥을 먹으러 왔는지 굴국밥을 먹으로 왔는지 헛갈리 정도로 이날 굴의 활약은 대단한 것이었다. 콩나물 국밥과 굴은 정말 천생연분인 것 같다.
담백하고 깔끔하기를 콩나물 국밥을 따라갈 음식이 별로 없다. 거기에 어른 엄지 손가락 만한 큰 굴들이 들어 있으니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 이런 구성으로도 값은 그닥 비싸지 않다. 한 그릇에 9,000원 이면 아주 착한 가격인 셈이다. 밥을 말아 잘익은 김치와 함께 먹으면 말 그대로 천상의 맛이다. 이런 맛난 음식이 열량도 낮고, 영양도 많으니 얼마나 고마운가? 사실 집에서 콩나물로 국을 끓여 보면 너무 싱거워 자꾸 맛소금을 넣게 된다. 그래도 맛이 안 나서 새우젓 넣고, 국간장 넣고 그런다. 그러다보면 망친다. 그래서 이집의 담백하고 진한 맛의 콩나물 국밥은 대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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