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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쌈밥이나 먹으러 가자며 들렀다 푸짐하고, 감칠맛 나는 밥상에 반하다. 동두천시 안흥동 미식

by jeff's spot story 2024. 3. 11.

휴일 드라이브는 언제나 즐겁다. 이날은 양주로 해서 동두천을 거쳐 전곡으로 가기로 했다. 가면서 맛난 집이 나오면 그냥 가는 것으로... 동두천쯤 갔을 때 마눌이 쌈밥이 먹고 싶다고 했다. 동두천의 맛난 쌈밥집이 어디에 있는지 내가 어찌 알까? 검색을 해서 나오는 집을 무조건 가기로 했다. 그래서 우리가 선택한 집은 동두천에서도 좀 외곽에 있는 안흥동의 미식이라는 쌈밥집이었다. 가만히 보니 위치는 좀 구석진 곳 같지만 여기 저기 방송에도 많이 나오고, 나름 팬이 있는 맛집이 맞는 것 같았다. 예기치 못한 맛집을 만났을 때 그 묘한 흥분을 잘 알기에 우리는 그렇게 네비를 따라 이집으로 왔다. 


한창 도로공사로 번잡한 길목에 이 집이 있었다. 쌈밥집이니 만큼 한정식집 처럼 맛난 반찬과 신선한 채소로 승부를 거는 집 같았다. 정말이지 제대로 된 간판이나 네온사인도 없는 그냥 시골 밥집인데도 손님이 엄청 많았다. 우리가 간 시간이 3시가 좀 넘었는데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인산인해였다. 도대체 이집이 얼마나 맛나길래 이렇게 손님이 많은 것일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요즘 대부분의 쌈밥집들이 들쑥 날쑥하는 쌈 채소 가격 때문에 장사를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여긴 식당 들어가는 입구에서부터 신선하고 먹음직한 쌈채소들이 가득 가득했다. 이런 모습만 봐도 얼마나 이집이 인기가 있는지 알 것 같았다. 


꽤나 넓은 식당 안에 가득한 손님들 모두 쌈싸먹는데 심취해 있었다. 쌈 채소를 유난히 좋아하는 마눌과 그래도 매니아라 할 수 있는 나는 이런 집이 참 고맙다. 아마 우리가 이날 리필해 먹는 쌈 채소는 싯가로 2만 원 어치는 넘을 것 같다. 서 너 번을 족히 왔다 갔다 하면서 쌈 채소를 싣어 날랐다. 우리가 주문한 것은 돌솥쌈밥 간장 양념 제육이었다. 매운 것에 취약한 나의 먹기 능력을 반영한 주문이었다. 이집에서 또 하나 특이한 것은 김치는 손님이 직접 갖다 먹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요즘처럼 열무김치 값이 비쌀 때는 이런 영업정책이 불리할 수도 있을 텐데 이집은 그 방식을 고수했다. 역시나 우린 열심히 김치를 퍼다 날랐다. 이러니 우리가 먹은 김치값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많은 가짓수의 반찬이 나오는데 하나같이 손이 많이 가는 집밥 반찬들이었다. 이 집은 이런 정성으로 승부를 거는구나 싶었다. 거기에 달달한 간장 양념이 듬뿍인 돼지고기는 아마도 다리살 같았다. 전문가들이 삼겹살 보다 돼지는 다리살을 먹는 것이 건강에 좋다고들 하는데 어디 우리네 정서가 그런가? 암튼 삼겹살을 그닥 즐기지 않는 나는 만족스러웠다. 특히 맘에 든 것은 커다란 모두부를 하나 내어 주는 것인데 배가 불러 남길 정도로 그 크기가 장난이 아니었다. 저 정도 두부면 그냥 두부김치로 안주삼아 술 한 잔 해도 될 정도였다. 내가 평소 그렇게나 좋아하는 다양한 나물과 김치를 맘껏 먹을 수 있으니 이미 나의 만족은 충만했다고 하겠다. 


숭늉을 먹으려고 일부러 시키는 돌솥밥도 참 먹음직했다. 엄밀히 말하면 여긴 돌솥밥이라기 보다는 무쇠솥밥이라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아무튼 쌀의 맛을 극대화 시켜주는 영양 밥임에 틀림없다. 우리네 한국 사람들, 밥하면 하얀 쌀밥에 맛난 반찬으로 푹푹 퍼 먹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식사 아니던가? 무쇠솥밥의 밥을 덜어 내 다양한 쌈 채소에 싸먹는 맛은 이런 맛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몸서리 쳐 질 정도로 맛난 것이다. 이런 밥상이라면 굳이 고기가 없어도 된다. 맛이 진한 쌈장에 마늘 몇 조각만 있어도 그 맛이 정말 강렬하다. 


거기에 한국 사람들의 영혼을 달래주는 된장찌개가 합세하니 이 밥상이 말 그대로 한 끼 식사의 완전체가 된다. 얼마나 열심히 먹었는지 우리는 한동안 말을 잊었다. 나 역시 이렇게 집중해서 먹는 식사가 얼마나 될까 싶을 정도로 열중하여 먹었다. 왜 우리 같은 아재와 아줌마가 손님으로 많은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아무리 아니라 해도 빵이나 스테이크, 라면으로는 만족할 수 없는 이런 진정한 밥상에 대한 동경이 있다. 

 

어릴적에는 그냥 늘상 먹던 밥상이지만 어느날 인가 부터 잘 먹을 수 없게 된 추억속에나 있는 그리운 음식인 것이다. 그러니 예기치 못한 자리에서 만난 이 밥상이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우리는 식당을 나서면서 열무 김치도 사서 나왔다. 그만큼 이집의 투박하면서 자연스러운 밥맛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그리고 어느 순간인가 부터 그리운 추억이 된 우리의 예전 밥상을 떠 올렸던 것 같다. 거리가 다소 있지만 그 밥상이 그리우면 여길 또 올 것 같다.  자연스러움이 얼마나 만족스러운 것인지 미처 몰랐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