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길에 만나는 감칠맛의 칼국수와 만두국, 남양주시 별내면 향촌

JLPT를 보러 가는 아들을 잠실까지 태워주고 오는 길에 뭔가를 먹으려고 했다. 아침도 먹지 않고 부산을 떨었기에 무척 시장했다. 하지만 역시 서울 시내 한 복판에서 차를 세우고 먹을 수 있는 맛집을 찾는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예전 같으면 자주 가던 동네를 떠 올릴 수도 있겠지만 잠실 근처도 와본지가 오래 되어 딱이 생각나는 집이 없었다. 포천 구리 간 고속도로 덕에 잠실이 멀게 느껴지지 않는 까닭에 일단은 고속도로를 타고 가면서 기회를 보기로 했다. 그러다 평소 가지도 않던 별내 IC로 나갔다. 이 근처도 예전에 일 때문에 정말 자주 왔던 곳인데 참 많이도 변했다. 세월 가는 것이 정말 빠르게 느껴지는 것을 보니 나도 나이 깨나 먹었나 보다.

오늘 가 본 이집은 그렇게 전혀 예상하지 않고 지나다 들어간 집이다. 밖에서 보니 주차장에 차들이 제법 서 있길래 그래도 맛이 좋은 집인가 보다 하고 통밥으로 찍었다. 대부분 밖에서 부터 맛집의 포스가 느껴지기 마련이고, 이런 비오는 휴일 왠만한 칼국수 집들은 모두 이렇게 문전성시일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이집이 근방에서는 꽤나 이름이 있는 집이었다. 별내 사람들이 아끼는 집이라면 우리 입맛에도 분명 잘 맞을 것이다. 일단 실내는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겨우 자리 하나를 얻어 앉을 수 있었다. 메뉴판을 보니 가격도 괜찮은 편이었다. 해물 칼국수가 7천 원 이라면 분명 착한 가격이다.

우리는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라는 해물칼국수와 만두국을 주문했다. 그런데 주문을 하고 보니 가게 안에 들어 와 있는 손님 대비 서빙하는 사람이 너무 적었다. 가족으로 보이는 주인아줌마와 남자 한 사람이 실내를 가득 메운 손님을 상대하고 있었다. 족히 테이블이 30개 정도는 되어 보였는데 두 사람이 이 많은 손님을 상대하려니 분명 부하가 걸리는 눈치였다. 아니나 다를까 여기 저기에서 "주문이요, 왜 음식 안 나와요?" 등등 주인을 부르는 호출 소리가 요란했다. 그렇지만 그 많은 사람을 상대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이렇게 손님이 많은 휴일이라면 단기 알바라도 고용해야 하는 것 아닌가 싶었다. 우리야 오늘 시간에 여유가 많은 날이라 상관없었지만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면 화를 낼 법한 상황이었다. 하긴 그러고 보니 여긴 요즘 흔하게 사용하는 포스기기도 없었다. 손님의 주문과 동시에 주방으로 그 내역을 날려주는 장치 말이다. 

그러니 중간에 주문한 메뉴가 날아 가버려 사과하는 모습이 종종 보였다. 이런... 이러다 우리가 주문한 음식은 언제 나오려나? 그렇게 한 40분 정도 기다리고 있자니 그래도 우리가 주문한 칼국수와 만두국이 무사히 나왔다. 손님들은 계속해서 밀려 들어 오고, 입구 근처에 앉은 까닭에 어찌나 부산스럽던지... 하지만 일단 칼국수와 만두국의 국물은 무척 맛이 좋았다. 처갓집에서 장모님이 끓여 주시는 것 같은 느낌의 구수하고 진한, 그리고 자연스러운 맛이었다. 황태를 기본으로 약간의 다른 재료와 역시 마무리는 내가 좋아하는 MSG 같았다. 이게 들어가야 전체적으로 음식의 균형이 잡히면서 완성된 맛이 된다. 솔직히 나는 MSG가 정말 제대로 된 발명품이자, 인간의 삶의 질을 올려주는 좋은 기술의 걸작품이라 생각한다. 

칼국수의 면은 울퉁 불퉁 손으로 썰어낸 손 칼국수였고, 면발이 무척 부드러웠다. 손님이 밀려 드는 까닭에 조금 덜 익은 느낌도 있었지만 이런 고슬한 면을 좋아하니 오히려 더 맛이 좋았다. 만두국의 만두는 무척 특이했는데 대부분 만두의 크기는 맞추기 마련인데 이곳의 만두는 크기 자체가 달랐다. 어떤 것은 대왕 만두였고, 어떤 것은 중국집의 물만두처럼 앙증맞았다. 왜 이런 조합이 되었을까? 아무튼 김치 속이 들어간 만두가 내 입엔 더 잘 맞았고, 그런대로 괜찮았다. 칼국수의 국물이 조금 짠 듯한 느낌은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가성비가 훌륭한 집이었다. 평소 칼국수 국물을 그렇게 잘 마시지 않는데 거의 내가 다 먹다시피 그렇게 국물을 마셨다. 아 또 생각난다. 아마 이런 자연스럽고, 익숙한 맛 때문에 이집을 찾아들 오는 모양이다. 비오는 휴일 오후에 찾아 가기에 정말 전형인 그런 괜찮은 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