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많은 여주에서 3대 해장국으로 불리는 깊은 육수의 해장국, 여주시 상동 마을 해장국

여주에서 하룻 밤을 자게 되면 늘 엄청난 양의 알콜을 섭취하게 되어 아침이면 의례 해장국 생각이 난다. 실컷 퍼 마셔 놓고, 아침이면 그것을 또 풀겠다고 난리를 치는 셈이다. 돈을 벌기 위해 건강을 해치고, 그 해친 건강을 다시 살리겠다고 돈을 쓰는 우매하고도 단순한 인간 삶의 모습이 나에게도 역시 투영된 셈이다. 예전에 왔을 때는 오래 된 재래시장에서 해장국을 먹었었다. 그곳 역시 내공있는 정말 맛난 집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친구의 추천으로 새로운 곳을 가게 되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이집이 여주의 3대 해장국 집 중 하나란다. 이름하여 마을 해장국 집이었다. 

친구 말로는 이집이 원래는 지금 위치보다 아랫쪽에 있었단다. 장사가 잘 되어 건물을 새로 짓고 여기로 이사를 왔다는 것이다. 다른 모든 맛집 식당들이 그렇듯 솜씨 좋은 음식을 팔면서 집안이 일어난 곳이라 하겠다. 새로 지은 건물이기 때문에 실내나 외관이나 모두 엄청 깔끔하고 세련되어 보였다. 비교적 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식당 안에는 사람들이 꽤나 많았다. 역시 인기 높은 집이라는 것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었다. 무엇을 먹을까 메뉴픞 살펴 보면 너무나 단촐하다. 해장국과 순대국 밖에 없다. 모두 9,000원 이다. 다른 집들에 비하면 분명 가격이 센 편이다. 뭘 믿고 이렇게 단촐하게 비싸게 팔고 있을까 하는 의아심도 들고, 자신이 넘쳐 이런 영업방식을 취하는 것이겠지 싶기도 했다. 

우리는 이집의 시그니쳐 메뉴라는 해장국과 평소 다른 집에선 만나기 힘든 매운 순대국을 주문했다. 평소 매운 음식을 잘 먹지 못하지만 처음 발견한 신대륙을 만나는 흥분으로 이 음식을 주문했다. 메뉴가 단촐한 까닭인지 음식은 바로 나왔다. 사실 이런 음식은 만드는 과정이 힘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막상 손님 상에 오를 때는 충분히 맛이 우러난 국물을 퍼 담아 오는 것이니 당연한 일이다. 정말 특이한 것은 해장국 보다 순대국이 더 뻘건 국물이라는 것이다. 양평 해장국에 익숙한 우리에게 된장국에 가까운 이집의 해장국도 생경한 것이지만, 매운탕 처럼 빨간 국물의 순대국도 참 낯선 것이었다. 

유통이 잘 되는 선지 해장국집의 특징이자 장점은 선지가 신선하다는 것이다. 그저 국물을 내기만 하는 것 같지만 선지도 신선할 때 먹는 것과 오랫 동안 냄비 안에서 끓여진 것과는 당연히 맛에 차이가 난다. 이집의 선지는 매우 신선한 것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손님들이 몰려드는 집이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순대국에는 정말 특이하게 우거지가 듬뿍 들어 있다. 내가 평소 먹던 순대국은 돼지부속고기 들이 그득하게 들어간 고깃국이었다. 다른 야채가 들어간 틈이 별로 없는 것이 순대국이기 마련이데 여긴 아니었다. 그리고 정말 마지막 신선한 충격은 엄청 매우면서 깔끔한 국물이었다. 비록 아침부터 육수를 이마에서 연신 뽑아 낸다 해도 이런 국물이라면 마다하고 싶지 않다. 

아무리 맵다 해도 한국 사람은 이 국물에 또 매콤한 김치나 깍뚜기를 얹어 먹어야 한다. 고슬한 밥을 말고 정말 국밥처럼 숟가락을 푹푹 떠서 김치와 함께 먹어야 제맛이다. 정말 제대로 된 해장이다. 어제 먹은 술들이 몸 안에서 피할 곳이 없다. 남김 없이 죄다 없애 버리겠다는 심정으로 이 맵고 뜨거운 국물을 한약 먹듯 그렇게 정성을 다해 먹었다. 아 이집의 9,000원 이라는 가격이 결코 비싼 것이 아니었다. 이런 뜨거운 국밥을 먹을 땐 대화가 끊어진다. 당연한 일이다. 사람이 입라는 것이 컴퓨터 처럼 멀티태스킹이 제대로 되긴 어렵다. 먹을 땐 그저 먹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하지만 우린 또 참 많은 말들을 주고 받았다. 재밌다. 즐겁다. 그리고 참 고맙다. 여주를 자주 오려고 한다. 여긴 먹거리 천국같다. 그리고 나의 친구가 있어 전혀 낯설지 않다. 좋은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