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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오랜만에 제대로 된 파스타와 스테이크 먹었네, 의정부시 민락동 피셔맨스 키친

by jeff's spot story 2024. 3. 11.

어려운 시험을 보는 아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고, 저렇게 먹고 사는 길이 어렵네 싶기도 하고 마음이 짠하다. 요즘 젊은 사람들, 특히 대학생들은 부모 잘 만나 시작부터 좀 가진 애들이 아니라면 모든 길이 가시밭길이다. 그런 점이 미안하기도 하고, 짜증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문제는 우리만의 것이 아니니 이해하고 일단 힘든 시험 본 아들이 원하는 스테이크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의정부 민락동에 고객들의 평이 좋은 집을 미리 봐 두었다. 이름하여 피셔맨스 키친이다. 


규모가 엄청 크거나 고급진 곳은 아니지만 나오는 음식이 다 맛나다는 평이 주류를 이루는 곳이다. 당연히 궁금하기도 하고, 가보고 싶기도 했다. 양식이라면 뭘 줘도 거의 먹지 않는 사람이지만, 그래도 먹고 싶다는 아들을 데리고 가는 길이라 신나고 즐거웠다. 규모에 비하면 일하는 젊은 친구들이 많았다. 언뜻 보아도 6~7명은 되는 것 같았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그들의 모습을 보니 저렇게 꼭 공부가 아니라도 본인이 하고 싶고, 잘하는 일을 찾아 즐겁고, 신나게 몰입할 수 있다면 그것도 행복한 인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워낙 양식과 안 친하다 보니 먹을 것이 별로 없었다. 아들은 살치살 스테이크 하나 시켜주고 우리는 파스타를 주문했다. 


에피타이저 식으로 첨에 빵이 나오는데 올리브 오일에 찍어 먹는다. 시큼한 소스가 뭔지 잘 몰라도 빵과 어울린다. 가만히 보면 여기도 이태리 식 뭐 그런 분위기다. 이태리를 가 본적이 없으니 정통의 맛이 뭔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분위기는 좋았다. 내가 주문한 파스타는 알리오올리오 였는데 유일하게 파스타 중에 그래도 잘 먹는 것이 이것이다. 올리브 오일을 얼마나 잘 섞느냐와 파스타 면을 어떻게 조리하느냐에 성공과 실패가 갈리는 음식이다. 그런데 이집의 알리오올리오는 여지껏 내가 먹어 본 것 중 제일 좋은 편이었다. 특히 마늘을 잘 볶아서 그 향과 맛이 잘 어울렸다. 


뒤에 나온 새우와 해산물이 들어간 파스타는 접시 윗 부분에 치즈를 눈처럼 뿌려 주는 정성이 들어갔다. 솔직히 소스는 알리오올리오 만 못했지만 그래도 면과 해산물의 조화는 괜찮았고, 특히 아주 커다란 새우 두 마리가 들어가 식감을 살려 주었다. 저렇게 얇게 치즈를 저미는 실력도 알아줘야겠다. 파스타가 나오고도 한참이 지나도 아들의 스테이크가 나오지 않았다. 우리가 나누어 먹긴 했지만 거의 파스타를 다 먹을 무렵에야 스테이크가 나왔다. 그런데 왜 늦었는지 보니까 이해가 되었다. 


이곳에선 스테이크를 기본적으로 미디움 레어로 구워준단다. 잘 구워진 스테이크 고기는 붉은 빛이 도는 먹음직 스러운 것이었다. 그 스테이크를 아주 잘 달궈진 돌판 위에 올려 놓았다. 아마 레어가 맘에 안 드는 사람은 이 돌판에 고기를 좀 더 두어 웰던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는 방식인 것 같았다. 만일 웰던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다 접시에 고기를 내려 놓으라고 했다. 잡내를 제거하기 위한 불꽃 쇼를 잠깐 보여주고, 허브솔트에 고기를 찍어 먹으면 되었다. 그런데 정말로 이 소금이 압권이었다. 고기도 고기지만 허브솔트에 찍은 고기는 풍미가 장난이 아니었다. 평소 스테이크를 쳐다보지 않는 사람인데도 몇 점을 집어 먹었을 정도로 맘에 들었다. 


그리고 야채를 즐기지 않는 아들 대신 내가 가지며, 호박이며 다 갖다 먹었다. 이렇게 야채를 함께 구워 먹으니 이 맛도 괜찮았다. 이래서 스테이크 구울 때 야채를 함께 넣는 모양이다. 아무튼 이집 덕분에 새로운 스테이크의 세계를 경험한 셈이다. 가격이 아주 싼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퍼블릭 코스라 할 만한 합리적인 선이었다. 다만 내가 늘 원하는 '술과 함께' 라는 구호와는 좀 안 어울리는 곳이라 그 점이 아쉬웠다. 그래도 잘 먹는 아들을 보니 지갑 여는 손길이 행복했다. 이런 맛에 사는 것 아니겠는가? 결과야 어찌 되든 일단 최선을 다하고, 부모의 뜻을 따라 준 아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이렇게 밥 먹으면서 대신했다. 주말에 이렇게 보내는 시간 나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