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인력관리공단에서 한 달 한 번 교육을 하기 때문에 고산동을 한 달에 한 번은 가는 셈이다. 의정부의 마지막 신도시라는 고산동은 아직도 아파트들이 막 들어서고 있다. 상가도 마찬가지다. 인근에 민락동이라는 신도시가 있지만 여긴 또 다른 느낌의 의정부인 셈이다. 아직은 자리를 잡지 못한 느낌인데 이날 가본 국수집은 그런 고산동의 입구쪽에 있다. 새로 생긴 건물의 1층에 아담하게 들어서 있다. 이런 국수집은 배가 고프지 않아도 한 번은 그냥 들어가 앉아 있고 싶은 부담없는 분위기의 집이다. 국수라는 아이템처럼 편안함을 주는 식당이다.
크지 않은 식당이라 주인장이 주방이며 서빙을 모두 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셀프로 이것 저것 해야 한다. 주문도 키오스크로 하는 방식이다. 우린 떡만두국과 멸치국수를 주문하고 앉아서 기다렸다. 통창으로 밖이 훤히 내다 보이기 때문에 전망은 아주 좋은 편이다. 마치 테라스에 앉아 국수를 먹을 것 같은 그런 분위기이다. 토요일 오후 고산동은 무척이나 한산했다. 일종의 베드타운 느낌이라 사람들이 모두 집에서 쉬고 있는 모양이다. 깔끔한 건물만큼이나 실내가 깨끗한 국수집에서 한가롭게 밖의 풍경을 내다 본다는 것이 참 편안했다.
김치나 단무지는 셀프로 갖다 먹어야 하는데 중국산 김치 같지만 맛이 좋았다. 떡만두국의 만두를 여기서 만들지 않았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공장만두라도 주인장의 선택에 따라 또 달라지는 법이다. 만두 네개와 떡들이 들어 있는 만두국의 국물은 멸치국수와는 분명 다른 것이었다. 그냥 같은 국물을 쓸 것 같은데 왜 굳이 이렇게 진한 국물을 사용했는지는 모르겠다. 먹어보니 황태 국물 같기도 하고, 들깨 칼국수에 쓰는 국물 같기도 하고 암튼 멸치국수보다는 분명 진하고 묵직한 국물이었다. 이런 국물이 역시 만두와는 더 잘 어울리는 것 같다.
멸치국수는 마치 디포리나 가다랑어를 넣은 국물 같은 비주얼이었다. 검은빛이 도는 국물이었는데 생각보다 라이트하고 담백했다. 깊은 멸치의 맛이 밑에서부터 받쳐주는 것 같은 그런 국물이었다. 소면과는 잘 어울리는 국물인데 다른 집에서 맛보기 어려운 독특한 맛이었다. 이런 국물은 여느 잔치국수집과는 분명 다른 버전이다. 우이동이라는 지명은 행정명은 아니다. 우이동은 엄밀히 말하면 수유4동이라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우이동이라는 이름이 더 편한 것은 우이동 근처에서 중고등학교를 나온 사람들에겐 고향같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만두국에는 앙증맞게 작은 공기에 밥도 한 덩어리 준다. 첨엔 그냥 눈에 잘 들어오지 않았는데 진한 국물을 먹다보니 밥에 저절로 손이 갔다. 이런 국물은 그냥 마시기엔 뭔가 부족한 감이 있다. 진한 국물과 밥 한 그릇의 조화는 국수나 만두보다 오히려 더 잘 맞을 수 있다. 한국사람은 역시 국밥충들이 아닌가? 부담없이 동네 마실가 듯 그렇게 나와 간단하게 멸치국수 한 그릇먹고 든든하게 오후를 지낼 수 있는 곳이 바로 여기 우이동 멸치국수가 아닌가 한다. 가격도 부담없고, 분위기도 편안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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