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광안리는 관광지이고 젊은 취향의 지역이다 보니 밤 문화는 화려하고 충분하지만 과연 이른 아침의 해장문화도 있을까 궁금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술도 많이 마시지 않는다 하는데 이른 아침에 나와 해장국을 사먹는 것이 취향에 맞을지 모르겠다. 어젯밤 그렇게 화려했던 광안리 해수욕장은 산책을 나온 중년 이상의 성인층이 대부분이었고 간간히 운동을 하는 젊은 사람들이 있긴 했다. 하지만 역시나 문을 연 아침 해장 전문 식당은 보이지 않았다. 과연 어디에 우리가 원하는 식당이 있을까 둘러보다 이집을 발견했다. 부산의 광안리에 있지만 식당의 이름은 서울깍두기 곰탕집이다.
아침 8시도 되지 않은 시간에 주인장 붙잡고 왜 이름을 서울깍두기로 지어냐고 물어 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추측컨데 서울에서 장사를 하는 아는 사람이 있거나 거기서 기술을 배웠거나 아무튼 친척이든 연고가 있는 누군가 있을테니 이렇게 지었을 것이라 생각했다. 안으로 들어가니 생각보다 세월의 흔적이 꽤나 오래되어 보였다. 고기국물을 위주로 파는 국밥집은 어디나 이렇게 시간 개념을 뛰어 넘어 장사를 한다. 워낙 오랜 시간 사골이나 고기를 삶아야 하는 고된 노동이 뒷받침하는 일이다 보니 남들과는 다른 시간으로 사는 사람들이라 하겠다.
메뉴판에는 특이하게 곰탕과 설렁탕이 모두 선택 가능했다. 보통 곰탕이면 곰탕, 설렁탕이면 설렁탕 이렇게 한 가지 메뉴에 집중하게 마련인데 여긴 그냥 대놓고 두 가지를 모두 판다. 곰탕과 설렁탕의 차이가 무엇인지 손님이 먹어보고 직접 판단하라는 의미같았다. 그래서 우린 둘 다 주문했다. 아는 상식으로 곰탕은 양반들이 주로 먹었던 국물로 뼈를 사용하지 않고, 고기로만 국물을 내서 담백하고 맑은 국물이요, 설렁탕은 고기와 함께 소뼈를 함께 삶아 국물이 뽀얗면서 진한 것이 특징이라는 차이가 있다. 정답인지 모르겠지만 우리가 광안리 서울깍두기에서의 곰탕과 설렁탕은 큰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는거...
정말 눈에 띄는 차이는 설렁탕에는 국수가 들어 있었다는 것이다. 국물의 맛도 거의 비슷했다. 솔직히 차이를 모르겠다. 곰탕의 고기는 다른 부위인거 같은데 어떤 부위인지도 모르겠다. 그러거나 말거나 맛이 좋으면 그만이다. 출출한 속을 채워주기에 이만한 국물 음식이 또 있던가... 콩나물 해장국의 라이트한 맛과는 또 다른 묵직함이 살아 있는 누군가의 오랜 세월이 녹아든 음식이다. 이른 아침이지만 우리처럼 이집에서 아침을 든든히 채우겠다는 야무진 생각으로 온 손님들이 적지 않았다. 그 중에는 우리가 들어갔는데 이미 소주 삼매경이 빠진 강적들도 있었다. 술을 마시고, 해장하고, 해장하다 다시 마시고, 또 해장하고... 이런 무한루프의 현장이다.
다른 국물음식은 몰라도 설렁탕이나 곰탕은 김치, 특히 깍뚜기의 맛이 좋아야 한다. 그래서 여기도 식당 이름이 서울깍두기가 아니던가... 국밥을 크게 한 숟가락 뜨고 그 위에 농익은 깍뚜기를 한 개 얹어 먹으면 일단 보기에도 좋고, 맛도 그만이다. 이런 해장의 깊은 맛을 알게 되려면 아무래도 인간의 몸도 태어나서 30~40년은 지나야 할 것 같다. 아침을 이렇게 거하게 챙겨 먹으면 아무래도 하루가 활력이 넘치고, 힘이 난다. 하긴 그럴려고 다소 비싼 가격을 지불한 것 아니겠는가... 부산의 상징이라는 광안리에서 맛본 서울의 맛은 그냥 맛이 좋더라는 것! 부산과 서울의 차이를 모르겠다는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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