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안리와 해운대는 바로 옆인거 같은데 차로 이동하면 꽤 멀게 느껴진다. 이날 우리는 차가 아니라 기차로 해운대에 왔다. 송정역에서 부산의 명물이라는 해변열차를 타고 왔으니 말이다. 송정역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지 못했는데 해운대쪽에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역시 관광의 대명사인 지역이 맞다. 열차에서 내려 점심을 먹고 돌아가기로 했다. 여기 저기 돌아 보는데 어찌나 덥던지... 어떻게 11월의 날씨가 이렇게 더울 수가 있단 말인가? 그늘이 좋고, 외투를 벗게된다. 기상이변이라는 말이 절로 수긍되는 순간이다. 그러다 우연히 이집을 발견했다. 규모가 엄청 커 보이는 생선구이집이었다.
부산에 뜬 고등어라는 집이었는데 밖에서 보기에도 고급져 보였고, 안에 들어가니 더 그래 보였다. 소프라노 톤의 종업원이 우리를 반기고 부산 특유의 사투리도 정겨웠다. 마치 호텔의 식당처럼 아주 깔끔하고, 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가장 인기 좋다는 창가쪽에 자리를 잡고 앉아 식당 이름이 고등어니까 다른 것 보지 말고 바로 고등어 구이 2인분을 주문했다. 테이블 위에는 빈 그릇들이 있기 때문에 셀프코너에 가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갖다 먹을 수 있었다. 이런 것도 배려라면 배려라 하겠다. 시간이 조금 이른 편이었는데도 식당 안은 손님들로 가득했다. 과연 우리가 제대로 된 명물 식당에 오긴 한 것 같았다.
기본 찬이 나오고 기름진 미역국도 밥과 함께 나왔다. 왜 그런지 몰라도 고등어 구이는 꼭 미역국과 먹었던 것 같다. 우리집만 그런 줄 알았더니 여기도 그렇다. 이게 무슨 궁합이랄지, 성분적으로 맞는 것이 있는 것일까? 생선구이는 집에서 해먹기 좀 귀찮고 불편한 음식이다. 굽는 동안의 연기나 냄새도 그렇고 나중에 집안에 밴 생선구이 흔적을 없애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런데 이렇게 남이 해주는 생선구이는 값이 비싸다. 일장일단이 있는 것이다. 고등어 구이에 특별히 어울리는 반찬은 따로 없지만 보통 신김치가 있으면 이게 또 음식간의 조화가 아주 훌륭해진다.
셀프 코너에 가서 이것 저것 집어 오니 벌써 잘 구워진 고등어가 우리 테이블에 놓여 있었다. 다 좋은데 김치가 좀 덜 익었다고 해야 할까? 무의 매운 맛이 그대로 전달되었다. 역시 고등어 구이는 신김치가 필요한데 말이다. 아무튼 이것만 빼고는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할 정도로 좋았다. 고등어 구이 2인분은 커다란 고등어 한 마리가 나오는 것이다. 아니 그럼 1인분은 이걸 다시 반으로 쪼개서 주는 것일까? 잘 모르겠다. 커다란 고등어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르다고 해야 할 것 같다. 오븐같은 조리기구에서 잘 구워진 고등어를 젖가락으로 쪼개서 먹어 보니 그 맛은 뭐... 말해 뭐해~ 그 자체였다.
어찌보면 고등어는 엄청 기름진 생선이다. 등푸른 생선들이 대개 그렇지만 흥건 할 정도로 기름이 많다. 물론 이 기름은 불포화라 하여 몸에 좋은 기름이라 알고 있다. 거기에 잘 간이 된 자반일 경우 고등어의 살이 달면서 짭짤한 묘한 맛을 낸다. 생선은 짭짤한 맛이 나야 맛있다는 소리를 듣는 법이다. 간이 밴 생선살을 밥위에 얹어 먹는 것은 어머니가 차려준 진수성찬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특이하게도 잡채가 맛났던 이집은 고등어와 잡채를 함께 먹어 보게 만든 첫 시도의 식당이었다. 고등어를 보니 고갈비라 하여 서민들이 주로 먹었다는 안주 생각도 났다. 이젠 고등어가 값싼 서민들의 음식만은 아닌 것이다.
생선살을 발라 주셨던 어머니 생각을 하면서 밥에 얹어 한 번, 그냥 한 번, 국과 함께 한 번 그렇게 먹다보니 어느새 그 큰 고등어 한 마리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밥을 별로 먹지 않은 것 같은데도 엄청 배가 불렀다. 말 그대로 고등어로 배를 채운 셈이다. 이렇게 큰 생선은 값도 비쌀 것이다. 비싼 생선을 파는 곳이니 고급진 인테리어를 하고 종업원도 엄청 많은 것이리라. 손님들 대부분은 나이가 좀 있는 사람들이었다. 생선을 좋아하는 것에 나이가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만은 아무래도 젊은 취향이기 보다는 이런 중년 이상의 취향임에 틀림없다. 흡족한 한 끼였고, 역시 고등어는 실패가 없다는 말을 다시 한 번 깨달은 식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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