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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이야기

"예산은 바닥났는데 원인은 모른다."…포천시 바우처택시 논란, 해법은 '제한'이 아닌 '진단'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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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시가 장애인 바우처택시 운영 기준을 대폭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지역사회 논란이 커지고 있다. 시는 예산 조기 소진을 이유로 이용자의 본인부담금을 인상하고 이용 횟수를 제한하는 등 운영기준을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인 '왜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됐는가'에 대해서는 명확한 분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여서 정책의 정당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단체는 이동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행정은 한정된 재정 속에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설명한다. 양측 모두 나름의 논리가 존재하지만, 이번 논란의 핵심은 단순히 이용 제한 여부가 아니라 정책 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시민과의 소통 방식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포천시가 검토하는 방안에는 이용 목적을 병원 중심으로 제한하고, 이용 횟수를 하루 2회·월 20회 수준으로 조정하는 내용과 함께 관내·관외 지원 기준 변경, 이용자 부담금 인상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장애인단체는 병원 진료 외에도 직장 출근, 교육기관 이용, 직업훈련, 사회참여 등 장애인의 일상생활 전반이 심각한 제약을 받을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실제로 장애인의 이동권은 단순한 교통 문제가 아니다. 이동이 제한되면 교육권과 노동권, 문화생활과 사회참여까지 연쇄적으로 제한된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에게 바우처택시는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라는 점에서 장애인단체의 우려를 가볍게 볼 수는 없다. 

그러나 반대로 행정이 처한 현실 역시 외면하기 어렵다. 바우처택시 사업은 결국 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사업이다. 예산에는 한계가 있으며 특정 사업에 필요한 만큼 무한정 예산을 투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더욱이 복지예산은 장애인 이동지원뿐 아니라 노인복지, 아동복지, 기초생활보장, 교육, 안전 등 수많은 분야와 함께 경쟁해야 하는 한정된 재원이다.


특정 사업의 예산이 과도하게 증가하면 결국 다른 복지사업이나 일반 시민을 위한 공공서비스 예산이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비장애인 시민들 역시 공공서비스를 이용하는 납세자인 만큼 정책은 형평성과 지속가능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결국 문제는 '제한을 할 것인가'가 아니라 '왜 제한이 필요한 상황이 되었는가'이다.

이번 논란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예산이 예상보다 빨리 소진된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분석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예산 증가의 원인이 이용자 증가인지, 이용 횟수 증가인지, 운행거리 확대인지, 요금체계 변화인지, 운영방식의 문제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데이터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예를 들어 신규 등록 장애인이 크게 늘었는지, 특정 이용 유형이 급증했는지, 동일 이용자의 반복 이용 비율은 어떠한지, 실제 병원 이용과 생활 이동의 비중은 어떻게 되는지 등에 대한 분석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러한 원인 분석 없이 단순히 "예산이 부족하니 이용을 줄이겠다"는 접근은 정책의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예산 부족은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다. 원인을 규명하지 않은 채 이용 제한부터 시행한다면 내년에도 같은 문제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다.

또 다른 문제는 정책 결정 과정에서의 소통 방식이다.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운영기준 변경이 충분한 협의 없이 사실상 일방적으로 전달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행정은 예산 현실을 설명하며 불가피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공공정책은 결정 자체만큼이나 결정 과정이 중요하다.

특히 장애인 이동지원은 직접적인 이해당사자가 명확한 정책인 만큼 이용자와 장애인단체가 참여하는 공개적인 논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행정이 충분한 데이터를 공개하고, 장애인단체가 실제 이용 실태를 설명하며, 시민들이 함께 합리적인 대안을 찾는 구조가 마련되어야 사회적 갈등도 줄일 수 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극단적인 선택이 아니다. 이용을 무제한 허용하자는 주장도 현실성이 부족하고, 예산 부족만을 이유로 이용을 대폭 제한하는 방식 역시 사회적 합의를 얻기 어렵다. 오히려 이용 목적과 이용 형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꼭 필요한 이용은 충분히 보장하고, 제도 악용이나 비효율적 운영이 있다면 이를 개선하는 정교한 관리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한 국비나 도비 확보 가능성을 적극 검토하고, 특별교통수단과 바우처택시 간 역할 분담을 재정립하는 등 중장기적인 운영 개선책도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논란은 단순히 바우처택시 운영기준을 둘러싼 갈등이 아니다. 복지의 권리와 재정의 지속가능성, 이동권과 형평성, 그리고 행정과 시민 간 신뢰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반드시 존중되어야 할 기본권이다. 그러나 기본권을 보장하는 방식 또한 지속가능해야 한다.


포천시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이용 제한을 서두르는 것이 아니라 예산이 왜 부족해졌는지 정확히 분석하고,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며, 장애인단체와 충분한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충분한 진단 없는 처방은 또 다른 갈등을 낳는다. 이번 바우처택시 논란이 행정의 일방적 결정과 집단 반발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정책과 시민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편 이번 논란과 관련해 백영현 포천시장은 장애인 이동권이 위축되지 않도록 우선 예비비를 활용해 바우처택시 운영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근본적인 제도 개선을 위해 조례에 정해진 대로 장애인단체와 관계 부서,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운영기준과 예산 확보 방안, 서비스의 지속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논의할 것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단순히 예산 부족에 따른 이용 제한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당장의 서비스 공백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사회적 합의를 통해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협의체가 형식적인 절차에 그쳐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예산이 예상보다 빠르게 소진된 원인에 대한 객관적인 데이터 분석이 선행되어야 하며, 그 결과를 시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한 장애인 당사자와 관련 단체가 정책 결정 과정에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만 협의체의 의미가 살아날 수 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반드시 보장되어야 할 기본권이지만, 동시에 공공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시민 간 형평성 또한 함께 고려되어야 하는 가치이다. 결국 이번 바우처택시 논란의 해법은 어느 한쪽의 주장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객관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한 정책 진단과 충분한 사회적 협의를 통해 시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균형점을 찾는 데 있다.

백 시장이 주문한 예비비 투입과 협의체 구성이 일회성 조치에 그치지 않고,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재정 건전성이라는 두 가지 과제를 함께 해결하는 정책 전환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지역사회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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