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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돌아가는 이야기

지역경제의 추운 겨울, 반도체 불빛에 가려진 우리 동네 골목길, 포천시의 현실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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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대한민국 경제 지표는 그 어느 때보다 화려하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첨단 반도체 수출이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으며, 대기업들의 실적 발표는 축제 분위기다. 숫자로만 보면 한국 경제는 유례없는 대호황의 시기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의도와 강남의 고층 빌딩을 벗어나 우리가 발을 딛고 살아가는 지역 골목길로 들어서는 순간, 풍경은 사뭇 달라진다. 거대한 반도체 공장의 불빛이 화려하게 빛날수록, 그 불빛이 미치지 못하는 지역 서민 경제의 그늘은 더욱 짙고 어두워지고 있다. 이른바 ‘반도체 착시 효과’가 만들어낸 수출과 내수의 극심한 디커플링(De-coupling-비동조화) 현상이 우리 지역 경제의 골간을 뿌리째 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수출 호조는 철저하게 반도체와 방산, 자동차 등 특정 첨단 기술 산업에 집중되어 있다. 그마저도 지리적으로는 대규모 생산 라인이 밀집한 경기 남부(용인·평택)나 충청권 일부 지역에만 온기가 머무는 실정이다. 대기업의 천문학적인 실적이 지역 경제 전반으로 흘러넘칠 수 있다는 ‘낙수효과(Trickle-down effect)’는 이제 교과서에나 존재하는 정의가 되었다.

특히 경기 북부 지역의 소외감과 경제적 타격은 더욱 뼈아프다. 군사시설보호구역, 수도권정비계획법 등 수십 년간 이어진 중첩 규제에 묶여 대규모 첨단 산업단지 유치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온 경기 북부는 이번 ‘반도체 랠리’에서 완전히 배제됐다. 가뜩이나 취약한 제조 기반 위에 장기화된 고물가·고금리 한파가 덮치면서 경기 북부의 내수 침체는 경기 남부보다 훨씬 빠르게 진행 중이다. 수출 대기업의 온기는커녕 경기침체 한파를 고스란히 맞고 있는 북부 중소기업과 섬유·가구 등 전통 제조업체들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부담을 이기지 못하고 고사 위기에 처해 있다.

지역 경제를 지탱하는 가장 튼튼한 버팀목은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메우고 있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이다. 하지만 지금 지역 상권은 IMF 외환위기나 코로나19 팬데믹 시절보다 더한 ‘체감 영하’의 혹한기를 겪고 있다. 경기도일자리재단 등 노동 시장 분석에 따르면 소비자의 소비 패턴 변화와 내수 침체가 맞물리며 생활밀착형 자영업의 위기는 극에 달했다.


오랫동안 누적된 고물가와 고금리의 여파로 가계의 실질 구매력은 바닥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지갑을 닫았고, 이는 곧바로 지역 상권의 매출 폭락으로 이어졌다. 소비자들의 발길은 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몰로 쏠리고 있는 가운데 동네 구멍가게, 미용실, 음식점 등 기초 생활 밀착형 자영업자들은 고사 직전이다.

돈이 지역 내에서 돌고 도는 ‘생산-소비-재투자’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지면서, 지역 금융권에도 비상이 걸렸다. 서민들과 자영업자들이 주로 이용하는 지역 농·축협, 신용협동조합, 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자영업자들이 버티다 못해 내놓은 상가 부동산 매물이 쌓이고,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 우려까지 겹치면서 지역 금융기관들의 자산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지역 금융이 위축되면 정작 자금이 꼭 필요한 지역 유망 중소기업이나 소상공인들에 대한 대출 문턱이 높아져, 지역 경제의 동맥경화 현상을 더욱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이러한 경기 북부의 거친 모순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곳이 바로 우리 포천시다. 대기업 배후 시장이 부족하고 고령화 속도가 빠른 포천시의 특성상, 내수 침체의 충격파는 서민 경제에 곧바로 치명타가 된다. 거시 지표의 화려함에 눈멀지 않고 지금 당장 포천시가 실행해야 할 정책적 노력은 명확하다.

첫째, 현장 체감형 소상공인 금융 및 비용 지원 체계를 전방위로 전개해야 한다. 포천시는 최근 연매출 3억 이하 소상공인에게 최대 30만 원을 지급하는 ‘전기요금 특별지원’사업이나 경기신용보증재단 출연을 통한 특례보증 확대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고정비 절감 대책을 한시적 사업에 그치지 말고 가스비, 임대료 보전 등으로 다변화하는 한편, 상시 충전·결제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포천사랑상품권’의 혜택 체계를 촘촘하게 만들어 지역 내 돈이 도는 강제적 소비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둘째, 한계에 직면한 중소제조업과 재창업 기업에 대한 유동성 공급과 경영환경 개선이다. 자금난을 겪는 관내 기업에 업체당 2억 원 한도로 이자 차액을 보전해 주는 중소기업 육성자금 제도를 적극 가동해야 한다. 

특히 경영 불확실성이 높은 국면인 만큼, 재창업 기업이나 소외받는 여성·장애인 기업에 한시적 인센티브 금리 지원(최대 3.5~4.5%)을 공격적으로 집행하여 부도 도미노를 막아야 한다. 아울러 노후 점포의 인테리어나 시스템 개선을 돕는 ‘소상공인 경영환경개선사업’의 대상 규모를 과감하게 확대해 기초 체력을 길러주어야 한다.

셋째, 궁극적으로 외부 인구를 유입시키는 ‘체류형·관광 연계형 경제 구조’로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 포천은 국립수목원, 산정호수, 아트밸리 등 훌륭한 생태·문화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단순히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포천의 전통시장, 골목상권, 숙박업소와 연계한 대규모 야간 관광 및 문화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 


특히 포천의 경우 규모가 큰 숙박업소가 매우 부족하여 대규모 관광객이나 단체 여행객을 유치하기 힘든 상황이다. 예를 들어 포천에서 전국 규모의 행사를 기획하고 싶어도 숙박업소가 없어 포기해야 하는 현실인 것이다. 숙박업소를 포함하여 외부 유동 인구가 포천 골목길에 머물며 돈을 쓰고 가도록 유도하는 지자체 차원의 ‘로컬 브랜딩’ 전략이 있어야 할 것이다. 

골목길이 죽으면 도시가 죽고, 도시가 죽으면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도 없다. 거대한 반도체 공장의 불빛만큼이나 경기 북부 접경지역이자 우리 동네인 포천의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가로등 불빛도 소중하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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