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적 오래된 아파트 상가지만 다른 어떤 곳보다 아기자기 실속이 있는 곳이 바로 소흘읍의 상운아파트 상가이다. 건물이 오래되고, 낡은 편이지만 있을 것은 다 있는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 상가 모퉁이에 상호처럼 모퉁이라는 식당이 있다. 처음엔 호프집이었는데 젊은 여사장이 나가고 친척이라는 분이 와서 식당처럼 운영을 하는 곳이다. 호프집일 때보다 실내는 환하고 깔끔해졌다. 안주의 가짓수도 늘었다. 예전엔 전형적인 호프집 분위기였다면 이젠 식당처럼 변했다. 맘 편하게 가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집이 생긴 것이다.
그런데 메뉴들을 보니 가격이 좀 비싼 편이었다. 아무래도 술집의 안주들이다 보니 이런 설정을 한 것 같다. 여기서 1차로 식사를 제대로 하는 것은 아니니 이해가 간다. 하지만 가격이 좀 센 편이라 안주를 맘 편하게 이것 저것 시키기는 어려울 듯 하다. 우리는 처음 생각대로 후라이드 치킨을 주문했다. 여기가 전형적인 호프집일 때부터 가끔 와서 통닭 한 마리에 소맥을 즐겨 마시곤 했다. 집에서 가깝기 때문에 맘이 편한 집이라 참 좋았다. 다른 테이블에서는 아주 제대로 판을 벌이고 잔치처럼 먹고 있었다. 분명 우리처럼 근처에 있는 사람들일 것이다.
평소 집에선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바로 양배추에 드레싱을 뿌린 것이다. 그런데 이상할 정도로 호프집에서 이게 나오면 다들 포크질을 멈추질 못한다. 식당에서처럼 양배추를 많이 먹는다면 분명 건강에 좋을텐데 말이다. 예전 젊은 여주인장도 통닭을 잘 튀겨 내왔지만 지금 주인장의 실력이 아무래도 더 나은 것 같다. 때깔부터 아주 맛나 보이는 큼직한 통닭이 후라이드로 나왔다. 이런 안주는 소맥이 진리일 것이다. 기름의 양이나 온도, 튀김옷의 두께 등이 적당해서 먹는 동안 아주 식감이 좋았다.
가격이 더 비싼 브랜드 통닭보다 맛이나 비주얼이 훨씬 나았다. 바삭한 후라이드 통닭은 과거의 행복했던 추억도 소환하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이렇게 맛난 통닭을 제대로 한 마리 먹고 싶어서 얼른 어른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던 어린 시절이 있었다. 나누어 먹다보면 금새 바닥이 드러나는 통닭은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아니었다. 늘 부족했다. 이젠 당당하게 닭다리 하나 들고 맥주 한 잔 마시며 크게 한입 베어 먹는다. 세월이 흘렀고, 나이를 먹었지만 그래도 후라이드 통닭 첫 한 입은 늘 설랜다. 이건 나이와 상관없는 조건반사인 것이다.
통닭이 맛있기는 했지만 한국 사람은 간간한 국물이 있어야 술이 잘 넘어가는 법! 만인의 안주라는 번데기탕도 주문했다. 저렴하고 영양많은 번데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어릴적부터 늘 먹었던 사람 입장에서 이렇게 단백질 덩어리에 가격도 저렴하고 맛난 안주는 없지 않나 싶다. 간간한 번데기도 어린 시절 추억의 음식이다. 신문지 종이를 돌돌 말아 꼬깔처럼 만들어 거기게 번데기를 담아 팔던 아저씨가 학교 앞에 있었다. 가격은 무척 저렴했다. 하지만 그 때도 맛이 참 좋았다. 이날의 안주들은 그러니까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팔아도 될 것들이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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