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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웨이팅은 기본이 되는 기다렸다 먹는 진정한 메밀의 맛, 춘천시 동면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춘천점

by jeff's spot story 2024. 3. 3.

고성에서 올라 오는 길에 꼭 들리고 싶은 곳이 있었다. 정원장에게는 돌아서 집으로 가야 하는 번거로운 감이 있는 곳이지만, 지난번 여행에서 정원장만 빼고 우리끼리 먹은 것이 맘에 걸려 이번엔 귀찮더라도 이곳을 함께 들러 갈 것을 간청했다. 그곳은 바로 춘천이었고, 지나가면서 늘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 모습을 보았던 바로 이곳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 집이었다. 


춘천의 신도시라 할 수 있는 이 근처는 분당이나 일산이 그랬던 것처럼 우리나라 다른 곳과 달리 건설경기가 한창인 곳이다. 신도시 같아 보이는 이곳에 덩그러니 새로 지은 건물에서 장사를 하는 삼교리 동치미 막국수는 내가 즐겨 가던 샘밭 막국수와는 다른 맛을 선사할 것이라 예상되던 곳이다. 막국수가 달리 정통이라 할 수 있는 레시피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포천에서 즐겨 가는 곳은 분명 고기 육수를 사용한 국물이 일품이었고, 샘밭 막국수집도 심심한 듯 진한 면수가 일품이었다. 하지만 이곳은 가게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동치미를 국물로 사용하는 곳이다. 당연히 조금은 부족한 듯 하지만 아주 익숙하고 편한 맛이 날 것이라 생각했다. 


먼저 주문한 것은 메밀전과 막걸리 였다. 여행의 진정한 기쁨은 어디를 가나 맛있는 안주를 만나면 한 잔 기우릴 수 있다는 것이리라.... 막걸리는 춘전의 전통 막걸리가 아닌 브랜드 막걸리 였다. 그것이 조금 실망스런 부분이었다. 기왕이면 막걸리 마니아인 내게 이 지방의 독특한 막걸리가 더 어울릴 텐데 말이다. 그런대로 기분은 낼 수 있는 막걸리였고 심심한 듯 담백한 메밀전도 막걸리 안주로는 아주 훌륭했다. 사실 저 메밀전이야 말로 서민들이 주막에서 막 만들어 먹던 그런 투박함과 소박함이 있는 음식이다. 몸에는 좋다지만 자본주의 경제사회에서 저렇게 자신을 PR하지 않는 단순함이란 대단한 용기에 가까운 것이리라..


메밀전으로 먼저 목에 기름칠을 하면서 뒤이어 나올 막국수를 기다린지 얼마 안 되어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막국수가 내 앞에 다소곳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 역시 너무나 소박하고 단순한 담백미가 가득한 한국적인 국수라고 해야겠다. 방금 국수를 삶아서 찬물에 비벼 만든 티가 나는 모양이 일단 맘에 들었다. 다른 것은 몰라도 막국수는 거친 듯 무심한 식감이 가장 큰 매력이다. 


거기에 얼음이 동동 떠 있는 동치미 국물을 두어번 부어 겨자와 식초를 넣고 잘 비벼 먹으면 되는 것이다. 이곳 벽에도 그렇게 먹으라고 친절하게 요령을 적어 놓았다. 하지만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곳의 막국수는 내가 기대한 만큼의 만족을 주지는 못했다. 면의 메밀향이나 식감은 훌륭했지만, 동치미의 인위적인 맛이 좀 진하게 났고, 너무 단듯한 느낌도 영 개운치 않았다. 같이 간 친구들도 전에 간 곳만 못하다는 의견들이 강했다. 사실 막국수를 특별히 맛있게 먹는다는 의미가 조금은 개인적인 취향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느끼지만 누군가에는 영혼을 살찌우는 최고의 맛이라 극찬할 수도 있는 일이다. 하지만 어쨌든 여기서 나는 그랬다.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이곳에서의 식사를 끝으로 우린 다음의 만남을 기약하며 이별을 해야 했다. 지난번 부산여행 때도 그랬지만 인생사 회자정리 라고 만나면 헤어지는 것이 인생사 정해진 일인지라 우리는 아쉽지만 이 이별을 다음 만남을 위한 사전포석이라 생각하기로 했다. 짧다면 짧은 우리의 24시간 여행은 이렇게 끝났다. 의미를 따지기 앞서 나는 이런 만남과 여행을 실천할 수 있는 서로에 대한 믿음과 애정이 이 여행의 가장 큰 수확이라 말하고 싶다. 그런 것이 사는 맛이겠지... 그리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는 휴식과도 같은 즐거움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