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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예상치 못한 곳에서 진주같은 맛의 향연이 벌어졌다. 강화도 연백호 횟집

by jeff's spot story 2024. 3. 3.

이번 분과 워크숍은 강화도로 향했다. 아침부터 봄비가 추적 추적 내렸지만 우리는 예정대로 강화로 차를 몰아 갔다. 포천에서 강화는 아무리 밍기적거리며 천천히 가도 2시간이 채 걸리지 않는다. 거기서 점심을 먹을 예정이었기 때문에 천천히 말 그대로 유람하듯 그렇게 여유있게 갔다. 외포항에 도착한 시간이 거의 11시 15분 경이었고, 사진 몇 장 찍고 젓갈사고 왔다 갔다 하니 어느덧 식당 예약 시간인 12시 거의 다 되어 우린 서둘러 이곳으로 이동했다. 연백호 횟집은 외포항에 있는 것이 아니라 후포항에 있는데 이곳은 관광지라기 보다는 현지인들이 많이 가는 그런 느낌의 식당들이 모여 있었다. 


바다가 손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깝게 붙어 있는 이 횟집은 말 그대로 바다의 정취를 물씬 느끼며 회를 먹을 수 있는 항구마을의 강점을 가지고 있는 곳이었다. 관광지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서비스도 좋았으며 조금 규모가 작아서 그렇지 맛도 훌륭했다. 일행 모두는 일단 이런 곳이 있다는 것 자체에서 만족해 했다. 워크숍이라고는 하지만 역시 먹는 것이 좋아야 모든 일정이 맘에 들 수밖에 없는데 그런 점에서 너무 좋은 장소를 찾은 것 같아 나 역시 느낌이 무척 좋았다. 


시간이 딱 점심 때라 그런지 식당 안에는 이미 몇 팀의 손님들이 있었다. 그 뒤로도 계속 손님들이 들어오는 것으로 봐서 역시 맛만 좋으면 찾기 어려운 곳에 있어도 사람들은 오게 되어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이곳은 횟집이지만 횟감을 얼마에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일인당 얼마 이런식으로 코스 요리를 먹는다. 우리도 그런 코스요리를 주문했는데 이렇게 먹으면 그 때 그 때 제철에 맞는 횟감과 음식들을 구별해서 내 놓는다고 했다. 


그렇게 앉아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데 해산물로 멍게와 가리비 같은 녀석들이 먼저 나왔다. 이런 해산물이 여기서 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물도 신선하고 맛도 괜찮았다. 여자들은 물에 익혀 나온 새우를 무척 좋아라 했는데 남자들은 역시 까먹는 것이 귀찮아서인지 손도 대지 않았다. 그런 것도 남여의 차이라면 차이이겠지... 특이했던 것은 바지락을 간장으로 삶아 내 놓은 것 같은 반찬이었는데 일종의 바지락장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바지락의 식감은 살아 있으면서 짭조름한 간장 맛이 가미된 훌륭한 밑반찬이었다. 이런 바지락은 나의 경우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뒤이어 회들이 줄줄이 나왔는데 밴댕이 회는 나도 처음 먹어보는 것 같다. 밴댕이가 속이 좁아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은 아니라고 어디선가 들은 것 같은데 생각보다 밴댕이는 큰 고기였다. 다만 다소 생소한 회라서인지 맛은 그냥 그랬다. 뭔가 익숙치 않은 식감과 조금 비린듯한 맛이 그렇게까지 환영할 만한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인가 다들 평소 많이 먹어왔던 광어와 농어 같은 일반적인 생선회를 먼저들 먹고 있었다. 나 역시 입이 싸서 그런지 광어를 상추에 싸먹는 것이 훨씬 맛이 좋게 느껴졌다. 


하지만 밴댕이를 회가 아닌 구이로 먹는 것은 나름 괜찮았다. 생긴 모양이 마치 전어 같았는데 맛은 좀 다르지만 가시가 많기는 전어와 비슷했다. 사실 생선을 불에 구워 먹는다면 맛없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만은 특이한 식감과 야들거리는 밴댕이 살은 술 안주로는 그만이었다. 아마도 이곳에서는 이 철에 밴댕이가 많이 잡히는 모양이다. 그러니까 밖에 배를 갈라 말리는 것도 밴댕이 젓갈도 밴댕이 심지어 회와 구이도 밴댕이로 해서 먹고 있는 것 아닌가?


마지막으로 매운탕과 간장게장이 나왔는데 사실 나는 앞에 먹었던 그 어떤 음식보다 저 간장게장이 가장 맛이 좋았다. 분명 메인메뉴가 아닌 서브메뉴인데 어찌나 달달하고 짭짤하고 감칠맛이 나던지 배가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간장게장으로 밥을 엄청 퍼 먹고 말았다. 거나하게 술이 올라오는데도 이렇게 맛이 좋다면 분명 이집의 강점은 게장이리라... 간장게장만 더 달라고 했더니 그렇게는 곤란하다고 해서 돈을 더 줄테니 달라고 우리는 생떼를 썼다. 그만큼 이집의 게장 맛은 게장 전문집보다도 오히려 더 좋았다. 우연히 알게 된 횟집으로 길을 더듬듯 찾아 간 곳이지만 이제 강화를 가게 되면 분명 이집을 들르게 될 것 같다. 아마 다른 집들은 잘 안가게 되지 싶다. 그만큼의 만족을 준 고마운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