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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푸짐하고 강렬한 양념의 맛이 중국음식임을 알려준다. 제주시 중문 덕성원

by jeff's spot story 2024. 3. 3.

제주까지 와서 중국음식이라니... 하는 생각도 있었다. 하지만 간판 옆에 써있는 60년 전통이라는 말이 제대로 발길을 잡아 끌었다. 제주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것 중 하나가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의 식당이다. 실제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이런 비싼 가격의 음식을 먹지 않을 것 같은데 관광온 사람들이니 이정도는 받아야 겠다는 상술이 좀 그런 것이다. 그래서 제주에 가면 될 수 있는데로 현지인들이 찾아 올 법한 집을 골라 다닌다는 것이 나의 신조라면 신조이다. 


중국집은 우리나라 어디에나 있는 맥도날드보다 더 표준화된 음식점이지만 나름 내공있는 집을 만나기도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60년을 한 자리에서 버티며 손님을 상대했다면 분명 어느 정도의 내공을 가진 집이리라....조금 늦은 시간에 들어 갔는데 안은 벌써 손님들로 가득했다. 그리고 가만히 보니 종업원이 모두 중국 사람들 같았다. 원래 화교가 시작한 식당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찾아 오는 손님도 중국 사람들이 많고 종업원도 모두 중국 사람같아서 우리가 마치 중국에 와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제대로 된 중국집을 만나면 꼭 먹고 싶었던 것이 있는데 바로 양장피였다. 어릴적 가끔 먹던 양장피는 어른들의 전유물 처럼 보였다. 두 장의 고구마 전분 같은 것으로 익힌 반 투명한 반죽을 넣은 것이 양장피라고 알고 있는데 중국요리 중에 그래도 덜 볶는 음식으로 기름기가 싫은 나같은 사람들도 좋아하는 메뉴가 바로 이것이다. 보통 비싼 가격에 비해 먹을 것이 없다는 푸념을 듣게 되는 음식이 양장피인데 이집은 25,000원 가격의 '소'자를 주문했는데도 도저히 보고도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양이 어마막시하게 많았다. 결국 거의 절반은 남기게 되어 포장을 해 달라고 했을 정도로 양이 많았다. 그리고 보니 이집은 결코 비싼 집이 아니었다. 거기에 강겨자를 넣은 양장피는 그대로 고량주를 부를 정도로 맛이 좋았다. 


일행은 늘 고집스럽게 좋아하는 짬뽕을 주문했다. 어쩌면 이것도 나를 위한 배려인지도 모른다. 안주삼아 먹으라고 말이다. 술 많이 먹는다고 늘 잔소리를 하지만 이럴땐 또 속깊은 배려를 해주니 참 몸둘바를 모르겠다. 짬뽕은 마치 게찌개를 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꽃게맛이 강하게 났다. 고급스럽고 감칠맛 나는 짬뽕이었다. 양장피와 고량주, 짬뽕으로 제주에서 거한 중국상을 받은 셈이 되었다. 


주변에 손님이 하도 많아 다소 시끄럽고 종업원들이 한국말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약간의 불편은 있었지만 그래도 중국음식을 저렴한 가격에 제대로 먹은 것 같아 기쁨이 두 배가 되었다. 서귀포를 가는 사람이 있다면 시내에 있는 이집을 찾아가 보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신원장처럼 중국요리가 싫다는 사람은 할 수 없겠지만 말이다. 다음엔 송우리에 금토에서 중국 요리 싫다는 신원장을 데리고 가서 양장피에 고량주를 사주며 중국 요리에 대한 편견을 깨라고 해야겠다. 암튼 서귀포 사람들도 아끼는 곳으로 보이는 이곳에서 먹은 양장피는 다음날 아침에도 우리가 즐겨 먹을 정도로 맛과 양에서 부족함이 없었다. 즐거운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