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만 해도 동해안에서 가장 핫한 곳은 양양이었다. 젊은이들이 모여드는 양양은 다른 도시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기도 했다. 과연 무엇때문에 그렇게 사람들이 양양으로 갔을까? 그런데 과연 지금도 그렇게 양양이 핫한 곳인지는 잘 모르겠다. 적어도 요사이 분위기는 정말 변한 것 같기는 하다. 우리가 간 양양군의 현남면은 비교적 크기가 작은 곳이지만 한 때 서핑의 성지같이 불리던 곳이다. 하지만 평일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사람이 너무 없었다. 일 년 중 가장 붐벼야 하는 여름철인데도 바닷가에 사람이 없다는 것은 참 이상한 일이다. 어쩌다 방문한 우리 같은 나그네들에겐 오히려 다행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처음 묵게된 동네를 둘러보기 위해 저녁에 길을 나섰는데 워낙 작은 동네다 보니 두 어 바퀴 돌고나니 어디에 뭐가 있는지 대충 알 것 같았다. 어딜가야 저녁을 잘 먹었다는 소리를 들을까 고민 고민하다 우리가 고른 식당은 바닷가와 어쩜 잘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는 중국집이었다. 동해안까지 와서 웬 중국집이냐 할 수도 있겠지만 우리 눈에는 참 좋아보였다. 식당 분위기도 좋고, 가격도 합리적이고, 맛도 괜찮아 보였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있을까? 이집의 이름은 '량양'이란 중국집이다. 손님은 우리밖에 없었다. 벽면에는 커다란 LED 화면이 있고, 거기에서 계속 뮤직비디오가 나오고 있었다.




중국집이라고는 하지만 여긴 짜장면이나 짬뽕이 없다. 신기한 일이다. 중국음식의 대명사 격인 메뉴가 없다니 말이다. 주방이나 서빙을 오로지 혼자하는 1인 식당이다 보니 요리 위주로 만들고 판매하는 것 같다. 그리고 관광지라는 성격도 있을 것이다. 현지 주민들을 상대하기 보다는 멀리서 여행 온 사람들을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마파두부와 깐풍기 그리고 지역 소주라는 동해 라는 술을 주문했다. 짜장면이 없다고는 하지만 어쨌든 음식들은 정통 중국의 요리가 맞았다. 기름진 중국요리와 소주의 궁합도 괜찮다. 물론 고량주가 더 어울리겠지만...




그런데 생각보다 이집의 음식들이 꽤나 괜찮았다. 마파두부는 다른 어떤 집의 그것보다 훨씬 맛이 좋았고, 고소하면서 기름의 맛과 윅질로 인한 불맛이 아주 그만이었다. 여기가 중식 맛집이었네... 가성비도 좋은 곳인지라 가격도 착한 편이었다. 이어 나온 깐풍기도 훌륭했는데 고추씨기름과 닭튀김의 어울림이 아주 좋았다. 거기에 매콤한 고추까지 더해지니 참 그거 맛 좋네~ 여기서 동해라는 현지 소주의 조연도 훌륭했는데 거의 무미에 가까운 동해라는 소주는 몇 잔 마시다 보면 금새 취기가 오르는 신기한 술이었다. 마치 보드카 같다고 해야할까? 술 못하는 사람들은 조심해서 먹어야 하는 술이라 하겠다.




그렇게 한 잔, 두 잔 마시면서 이집의 마파두부와 깐풍기를 먹어가다 보니 어느새 밖은 어둑해지고 배달이나 포장을 하는 손님들도 생기고 그랬다. 예전에 이 동네 모습이 어땠는지는 모르지만 지금은 완연하게 한가한 시골 바닷가의 풍경이다. 뭔가 허전한 듯 하면서 넉넉한 그런 곳이다. 우리가 묵은 숙소의 규모를 볼 때 분명 예전에 엄청난 인파로 붐비었을 그런 곳이다. 요즘은 젊은이들이 강원도 고성으로 주로 간다는 말이 있는데 여기서 고성이나 강릉, 속초는 한 두 시간이면 닿을 수 있는 가까운 도시다. 왜 이런 유행이 있는지 문외한인 사람에겐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어쨌든 우리는 가성비 좋은 중식으로 잘 먹은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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