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우리에서 고모리로 들어가는 초입에는 공장과 식당들이 산재되어 있다. 수도권에서 각광받는 휴식처가 된 고모리의 명성에 비하면 일대는 아직 일상적인 생활이 더 자연스러운 시골 동네의 풍경이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유난히 식당들이 생기고 없어지고를 반복한다. 유유자적 평화로워 보이는 동네지만 자영업에서는 소리없는 전쟁이 매일같이 벌어지는 전장인 셈이다. 그곳에 벌써 몇 번이나 주인이 바뀐 식당자리가 있고, 그곳이 오늘 우리가 가본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동네 마실같은 국숫집이다. 이름하여 '채반'이다. 일본식 메밀국수를 보면 채반에 면이 담겨 따로 나오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아마 그 채반을 상호로 쓴 것 같다.






국수 전문집처럼 국수 종류가 제법 있고, 특이하게도 고기국수와 고기덮밥도 있다. 이날 먹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도 고기국수는 제주도의 돼지고기 국수 같은 종류가 아닐까 싶다. 제주도에서 고기국수를 먹었을 때 맛이 완전히 일본의 돈코츠 라면과 같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일본과 제주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가까워서 일본으로 제주식 고기국수가 넘어간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집의 고기국수는 그런 맛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첫 방문이기에 일반적인 시그니쳐 메뉴인 잔치국수와 비빔국수를 주문했다. 시그니쳐에서 감동을 주면 나머지 메뉴는 먹어보지 않아도 대충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되니 말이다.





사실 국수는 지나다 갑자기 생각나 혼자 먹기에 좋은 음식이기도 하다. 그래서이지 식당 안에는 1인용 자리가 몇 개 보였다. 그리고 실제 그 자리에 앉아 혼자 국수를 먹는 손님들이 있었다. 어찌보면 짠하지만 또 달리 생각하면 참 맛나게 먹고 있겠구나 싶은 생각도 들었다. 먼저 잔치국수가 나왔는데 면이 엄청 가느다란 것이었다. 중국에 있다는 세면과 비슷한 정도라고 하면 좀 과장일까? 아무튼 소면 중에서도 가장 가는 면을 사용하는것 같았다. 사실 잔치국수에는 이런 세면이 어울린다. 후루룩 마시듯 먹기에 좋고, 식감도 부드럽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만큼 면을 다루는 것이 쉽지 않다. 금새 퍼져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도 약간 퍼진 듯한 식감은 있었다. 확실히 가는 면이 맛은 좋은데 만들기는 쉽지 않다. 비빔국수도 같은 종류의 세면이었다. 이렇게 가는 면은 양념을 깊이 빨아 들이듯 간직하기 때문에 면을 먹을 때 많은 양념이 함께 들어오는 점은 장점이다. 하지만 망향국수처럼 씹는 식감은 없기에 입안에서 조금은 허무하게 면이 사라지는 단점도 있다. 개인적으로 호불호가 있을 것이다. 비빔양념은 매우 특이한 것이었는데 매운 것도 아니고, 단짠의 자극적인 것도 아니지만 뭐랄까 가벼우면서 입에 착 감기는 달달한 맛이 좋았다. 라이트 한 양념과 가느다란 세면은 참 잘 맞는 궁합이었다.






이렇게 가벼운 양념에는 김치보다 이집에서 준 절인 무가 더 효과적인 반찬이 되는 것 같았다. 대체적으로 점심시간을 맞은 주변 직장에서 온 것 같은 손님들이 많았는데 우리도 우연히 지나다 들렀지만 분위기나 맛이 그냥 동네에 마실가듯 그렇게 가서 한 그릇 뚝딱하고 오면 될 것 같은 편안한 식당이었다. 젊은 사장은 예비군 훈련도 간다고 하니 확실이 이집은 젊은 분위기의 힘이 넘치는 식당이라 하겠다. 국수는 잔칫자리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템이다. 장수를 상징하고, 건강을 의미한다는 국수 많이 먹고 힘내야지... 참 그러고 보니 국수 전문점인데 여름의 별미인 콩국수는 없네....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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