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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이른 아침에 허기진 배를 채워주는 반가운 국밥 한 그릇, 서울시 광장동 본가 신촌 설렁탕

by jeff's spot story 2024. 3. 5.

아들 녀석이 시험을 본다고 아침부터 설치는 바람에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평소보다 일찍 일어났다. 이상하게도 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왠지 손해보는 기분이 든다. 더 늘어지게 잘 수 있는데 하는 아쉬움 때문이리라. 하지만 태워다 주기로 약속했고, 만일 이렇게 차로 가지 않고 버스에 지하철을 타면 아마 이곳 광진구까지 두 시간을 걸릴테니 분명 태워 주는 것이 맞긴 했다. 그래도 본인의 인생을 개척하겠다고 이렇게 뭔가를 하고자 애쓰는 아들이 대견스럽고 안쓰럽고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런 식으로 아들을 시험장까지 태워 주는 일을 얼마나 했는지 모르겠다. 부모로서는 자연스럽고 당연한 일이니 오늘도 불만없이 나간다. 


구리~포천 고속도로 덕분에 예전 같으면 훨씬 더 걸렸을 이 길이 단 35분만에 올 수 있었다. 광장동이 이렇게 쉽고 빠르고 올 수 있는 곳인지 예전엔 미처 몰랐다. 대학 다녔던 시절 오늘 아들이 보는 시험과 비슷한 시험을 보러 다닌 적이 있다. 불광동이며 서대문이며 그렇게 돌아 다녔는데 그래도 이번엔 집에서 가까운 편이다. 그렇게 아들을 보내고 우리 부부는 아침 9시반에 서울 광장동에서 불현듯 밥을 먹지 않고 나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지 아침을 먹어야지... 그런데 이곳은 의외로 갈만한 식당이 없었다. 주택과 직장들이 많은 이곳의 특징상 휴일 아침 이른 시간부터 밥을 파는 곳이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게 밥집을 찾아 헤매다 우연히 발견한 곳이 바로 이곳 신촌설렁탕이다. 


설렁탕을 너무 좋아하는 나와 그렇지 못한 사람이 이집에 가게 되면 분명 우린 다른 메뉴를 주문해야 할 것이다. 다행히 여긴 만두국이 있었다. 그래서 만두국과 원래 계획대로 설렁탕을 주문했다. 도로변에 그냥 차를 세워도 될 정도로 한산한 이곳의 풍경이 우리에겐 딱이었다. 너무 번잡하지도 한산하지도 않은 그런 아침 풍경말이다. 비록 체인점이긴 했지만 그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업을 하는 식당이 주변에 있다는 것은 분명 감사한 일이다. 아무 때고 필요할 때 나와 밥을 먹을 수 있으니 말이다. 


사골국물로 만들기는 만두국이나 설렁탕이나 일반이지만 이상하게도 국물맛이 달랐다. 뭔 차이가 있는 것인지... 분명 만두국 국물이 설렁탕 보단 더 간간하니 짠 맛이 났다. 만두에서 그런맛이 우러날까? 좀 아쉬운 것은 설렁탕이야 그렇지만 만두도 그냥 공장 만두라 이집만의 손맛을 느낄 수는 없었다는 것이다. 체인점에서 사실 그런 기대를 하면 안 되기는 한다. 본사나 공장에서 가지고 오는 식재료는 분명 획일적이고 특징은 없지만 그래도 실패할 확율은 적다. 그런대로 맛이 나기 때문에 맛이 없다는 평가를 받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설렁탕 한 그릇에 걸맞는 정도의 내용물이었다. 아주 푸짐하지도 아주 야박하지도 않은 딱 그 정도의 구성이었다. 


이른 아침 멀다면 먼 길을 달려와 허기진 배로 만나는 진하고 뜨끈한 설렁탕 한 그릇은 마치 과거급제 하러 한양으로 시험치러  올라가던 지치고 허기진 선비가 만나던 그 국밥과 다를바 없다. 그저 반갑고 고맙고 든든하다. 표본처럼 아주 익숙한 사골 국물과 시원하고 달달한 김치의 만남이면 벌써 게임은 끝난 것이다. 더 이상 바랄 것이 뭐가 있단 말인가? 마눌의 떡만두국도 설렁탕처럼 밥이 한 그릇 나왔다. 양 많은 사람을 위한 배려 같았다.

 

서둘러 김치국물로 뽀얗던 국물을 불게 물들이고 내가 원하는 그 레시피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었다. 정말 진하고 고소하고 입에 착 붙는 익숙한 국물이었다. 이런 국물이면 한국 사람 누구라도 한 끼 해결하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다. 낯선 곳에서 만난 너무나 익숙한 설렁탕 한 그릇으로 우리 부부도 그렇게 또 이른 아침을 박차고 아들을 위해 나온 보상을 받는 것 같았다. 참 맛있네... 그나저나 아들 녀석은 시험 잘 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