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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이젠 섬이 아닌 무의도 중에 진짜 섬 소무위도에서 즐기는 횟집, 인천시 무의도 해병호횟집

by jeff's spot story 2024. 1. 19.

지난 11월 이후 세달 만에 다시 무의도를 찾았다. 겨울이 기세등등한 이 시기에 바닷가 섬을 찾아 간다는 것은 참 무모한 짓일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원래 계획대로 이 겨울의 거의 마지막일지 모르는 강추위 속에서 무의도로 워크숍을 하기 위해 찾아갔다. 무의도는 배로 불과 5분만 가면 되는 섬이고 이제 곧 다리도 놓인다는 곳이지만 영종도에 연결된 작은 섬임에는 틀림없다. 섬이 주는 느낌, 그것은 조금은 한적하고 떨어져 있으며 사람의 발길이 많지 않은 그렇지만 이런 저런 자연의 선물은 많은 그런 곳이 아닐까 싶다. 


무의도 중에서도 다시 다리를 하나 더 건너야 만날 수 있는 소무의도는 그야말로 섬 중에 섬이라 할 수 있다. 불과 몇 백 미터 정도의 짧은 다리지만 이 다리 역시 바다를 건너는 높은 다리이다 보니 바닷 바람이 장난이 아니었다. 예상은 했지만 영하 10도의 날씨속에 불어 닥치는 바닷바람은 역시 내륙에만 살던 이의 가슴을 졸이게 한다. 


해병호집은 이렇게 어렵사리 가야 만날 수 있는 소무의도의 식당이다. 경치가 아주 좋은 것은 아니지만 옆으로는 작은 포구가 있고, 밀물이 되면 제법 늘어난 물에 바다 같은 풍경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자연산 횟집이기 때문에 이런 겨울엔 횟감을 만나기 어렵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없이 주인이 추천해주는 메뉴를 먹을 수밖에 없었다. 그것은 바로 쭈꾸미 숙회와 우럭매운탕이었다. 


하지만 눈에 띄는 한가지 이상한 음식이 있었다. 벌버리(?) 묵인가 그랬는데 여기서 나는 특산품이란다. 묵이라고는 하지만 거의 푸딩에 가까운 이 음식은 생선의 껍질을 오랫동안 물로 끓여 얻은 걸죽한 국물을 식힌 음식이라고 했다. 예전에 TV에서 본적이 있는 족편이라는 소로 만드는 묵과 비슷한 것이다. 족편도 소의 다리를 오랫동안 끓여 젤라틴으로 굳힌 음식이었는데 이 묵도 젤라틴 덩어리라고 했다. 젤라틴을 많이 먹으면 피부에 좋다고 하던데 이날 피부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아이템을 하나 얻은 셈이다. 


쭈꾸미가 제철인지 쭈꾸미는 크기도 좋았고 맛도 부드러운 것이 괜찮았다. 아마도 쭈꾸미를 이렇게 숙회식으로 먹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가 한다. 늘 매운 양념에 구이식으로 먹어만 봤지 이렇게 담백하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숙회는 먹어본 적이 없었다. 늘 그렇듯 숙회하면 오징어니까 오징어와 식감을 비교해 봤다. 오징어보다는 훨씬 부드럽고 야들야들하지만 씹는 맛은 덜한 말 그대로 작은 오징어였다. 


횟집이라 다른 반찬들도 괜찮은 편이었는데 나의 경우는 감자와 메추리알을 조림으로 만든 저 밑반찬이 특히 맘에 들었다. 계란 파동으로 메추리알까지 값이 많이 올랐다는데 이렇게 기본찬으로 나오니 반갑기가 그지 없었다. 


일행 중에 한분이 생선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우럭매운탕을 주문한 뒤에 알았다. 그분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럭매운탕의 국물은 정말 시원했다. 회하면 광어고 매운탕하면 우럭이라고 하지 않턴가? 다만 양이 너무 적어 이곳이 관광지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긴 했다. 매운탕을 회도 먹지 않고 이렇게 배부르게 먹는 경우도 나의 경우엔 아주 드문 일이다. 이번 워크숍 여행은 이런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게 되는군.. 


밖의 날씨는 칼바람이 사람을 잡겠다고 덤벼드는 무심한 겨울이지만 우리는 따뜻한 방바닥에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들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맛있는 음식들로 배도 채우고 있었다. 이런 대조적인 장면이 어쩌면 더 행복한 시간이라는 상대적인 만족을 주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화려하진 않지만 이 겨울을 보내며 함께 하는 사람들과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기에 더없이 만족스러운 짧은 여행이었다. 무엇을 해야하고 무엇을 남겨야 하는지는 아직 잘 모른다. 그리고 각자의 일이 있는 가운데 지역의 발전을 위해 작지만 꾸준히 어떤 일에 매달린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날 함께 한 사람들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지역을 위해 정말 헌신적인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숨은 공로자들과 함께 한 나의 시간 역시 의미있고 발전적인 무엇이었을 것이다. 그렇게 즐거운 무의도로의 짧은 여행을 다녀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