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는 날엔 방학맞은 아이들처럼 우리는 그냥 집을 나선다. 어디 정해 놓은 목적지도 없다. 그냥 밥 먹고 차 마시고 여기 저기 돌아다니다 해가 질 무렵 놀이가 끝난 동네 꼬마들처럼 집으로 온다. 그런 우리가 특별히 뭘 사기 위해서는 아니지만 의정부 제일 시장을 자주 간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볼거리가 많고 활기가 넘치는 시장 분위기에 사람 구경을 실컷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결정적인 또 한 가지 이곳은 비록 조금 들어가기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주차 공간이 있어 시장에서 장을 보면 인근 유료 주차장과 달리 무료로 시장을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큰 사람을 끌어 모으는 유인인지도 모르겠다. 요즘 세상에 주차가 어렵다면 아무리 좋은 볼거리와 상품이 있어도 손님들은 발걸음을 다른 곳으로 돌릴지도 모른다.
그 제일 시장에서 가장 핫한 곳은 시장 가운데 있는 주점부리 맛집들이다. 국수와 김밥 그리고 지친 영혼을 달래주는 떡볶이와 오뎅이 있다. 비록 실내 장사가 아니라 조금 춥게 음식을 먹어야 하는 불편이 있지만 이 추운 겨울도 두렵지 않게 만들어 주는 뜨끈한 오뎅국물과 매콤 달콤한 떡볶이가 있어 시장에 올 때마다 지나치지 않고 늘 들리는 편이다. 여름보다 이런 추운 겨울이 오히려 이곳을 더 찾게 만드는데 그래서인지 이날도 손님이 꽤나 북적거렸다. 우리는 이곳에서 떡볶이와 오뎅 국물로 몸을 채우고 반찬이나 과일을 주로 사서 가곤 한다. 이날은 순전히 이 떡볶이를 위해 온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떡볶이 집도 여러 곳이 있지만 우리가 주로 가는 곳은 바로 이곳 친절한 이모네 이다. 거의 모든 떡볶이 집을 돌아다니며 얻은 우리만의 단골이라고 하겠다.
여기 올 땐 대개 식사를 하고 오는 경우가 많아 주문을 조금만 하는 편이다. 늘 떡볶이 1인분과 오뎅 2개를 주문한다. 이렇게 하면 간식처럼 부담없이 이 매콤하고 뜨끈한 음식을 즐길 수 있다. 거의 늘 이런 식으로 먹지만 오늘만은 마눌이 오뎅에 꽂혀 추가로 주문을 했다. 오뎅은 미역국처럼 오래 끓일 수록 국물이 더 감칠맛이 나고 묵직한 느낌이 나서 참 좋다. 물론 오뎅을 넣은 채로 오래 끓였다가는 죽처럼 오뎅이 변하기 때문에 건졌다 끓였다 해야겠지만 여기처럼 장사가 잘 되는 곳이야 따로 건져 놓을 필요도 없을 것이다. 동네에 재래시장이 없다는 것은 이런 재미도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가 어릴적에는 포천 신읍동에 재래시장이 아주 번성했었다. 오히려 당시에 언제고 먹고 싶을 때는 이런 떡볶이나 오뎅 그리고 순대국이나 만두국을 가서 즐기면 되었었다. 아 왜 포천엔 이런 재래시장이 없을까?
오뎅을 먹으면서 늘 함께 마시는 오뎅국물이 떨어지면 손님이 알아서 커다란 국자로 오뎅이 끓고 있는 오뎅기에 가서 국물을 퍼와야 한다. 이런 방식은 우리야 늘 하는 것이고 익숙한 것이지만 외국 사람들 눈에는 아주 신기하게 보인다고 한다. 뜨거운 국물을 손님이 직접 퍼 낸다는 것도 그렇지만 주인에게 얘기도 하지 않고 맘대로 손님 스스로 국물을 퍼 먹으니 그렇단다. 우리야 뭐 이런 시스템이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지만 말이다. 의정부 제일 시장 먹자 코너의 음식들은 거의 대동소이하게 아이템이 비슷하다. 우리가 즐겨 먹는 떡볶이와 오뎅 그리고 여러 종류의 튀김과 순대와 내장을 함께 먹는 것이다. 이런 음식들도 많이 먹으면 식사가 되기는 하겠지만 아무래도 간식처럼 간단하게 먹기 마련인데 이날 우리 옆에 앉아 있던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애들은 아주 대놓고 엄청난 양의 음식을 해치우고 있었다. 저렇게 먹는다면 분명 충분한 한 끼가 될 것이다.
의정부도 재래시장 말고 마트와 백화점이 여러 곳 있다. 하지만 어느 순간인가 부터 우리는 여기만 주로 온다. 다른 곳은 이미 포천에도 있고 양주에도 있고 어디나 있지만 이런 분위기에서 간식과 반찬을 살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과연 사람이 많아서 시장이 잘 되는 것인지 시장이 잘 되니 사람들이 찾아 오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포천에 이런 번성한 재래시장이 없다는 것은 분명 아쉽고 안타까운 일이다. 이렇게 활기 넘치는 시장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곳에 올 때마다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맛있는 떡볶이가 가져다 준 교훈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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