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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저녁 모임하기 좋은 고급진 분위기와 섬세한 맛, 여주시 여흥동 세종참치

by jeff's spot story 2024. 3. 10.

여주에는 나의 절친이 살고 있다. 이 친구 고향이 여주는 아니지만 여주에서 뿌리를 내리고 잘 살고 있다. 그 친구가 아니라면 원주 바로 옆에 있는 경기도의 동쪽 끝인 여주를 갈 일이 별로 없을 것이다. 경기도의 북쪽 끝에서 동쪽 끝으로 친구를 보러 먼길을 간 셈이다. 경기가 안 좋다고 온통 세상이 우울한 요즘이지만,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은 너무 즐겁고, 설레는 여행이었다. 가면서 회를 먹자고 했더니 이 참치집을 예약을 해 두었다고 했다. 여흥동 사무소 바로 길 건너에 있는 세종참치 라는 집이었다. 좋은 친구에 내가 아주 즐기는 참치까지 있다니 이런 호사가 또 있을까?


이번 여주 여행이 벌써 5번 째 인가 그렇다. 이젠 좀 여주 시내가 눈에 들어 온다. 인구가 11만 정도 되는 소도시인 여주는 포천과 많이 닮은 모습이다. 조용하고 유유자적한 그런 느낌이 참 비슷하다. 인구가 그리 많은 곳이 아니기에 특정한 몇 곳 만 빼고는 길거리는 한적한 편이다. 그래서일까 나는 더 맘에 들었다. 이 참치집도 대로변 1층에 있어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이렇게 덜렁 길에 차를 세우고 들어가는 식당은 참 오랫만이다. 친구가 예약을 미리 했기에 우린 자리는 마련이 되어 있었다. 제법 넓은 방에 우리 네 명의 자리 셋팅까지 끝나 있었다. 


주문을 내가 한 것이 아니기에 얼마짜리인지도 잘 모르겠다. 다만 너무 얘기에 열을 올리다 보니 처음 들어 온 참치는 찍지 못하고 리필한 뒤에나 카메라를 들이 댈 수 있었다. 참치의 형형색색이 얼마나 식욕을 불러 일으키던지 친구와 대화하랴 참치먹으랴 참 바빴다. 이곳 참치는 다른 집에 비해 여러 종류가 들어 오는 것 같았다. 참치를 좋아한다고는 하지만 워낙 저렴한 집만 찾아 다니다 보니 솔직히 참치의 진정한 맛을 잘 모른다. 부위 이름도 잘 모른다. 그저 뻘건 부위, 하얀 부위 이렇게 단순하게 구분하여 먹었었는데 이집의 다양한 부위를 보니 참치의 세계는 참 넓고 깊구나 싶었다. 


마치 소고기를 연상케 하는 참치 부위부터 평소 자주 먹었던 익숙한 부위도 있었다. 이집의 특징은 이렇게 다양한 참치를 주면서 중간 중간 여러 음식이 또 나와 틈새를 메워 준다는 것이다. 가지를 튀겨 탕수육처럼 만든 음식도 인상적이었고, 참치 맑은 탕도 참 좋았고, 직화로 세게 구운 음식도 괜찮았고, 마끼와 튀김, 우동까지 등장했다. 우리의 대화가 길어 지면서 우리가 먹은 음식들의 접시 역시 쌓여가기 시작했다. 소주병을 비울 때마다 벨을 눌러 주인장을 불렀는데 이분이 참 재미있는 것이 뒤춤에 소주병을 가지고 와서는 소주 더 달라하면 그걸 슬쩍 내미는 것이었다. 마치 '나는 당신들이 이걸 더 달라고 할 줄 알았어!' 하는 것처럼 말이다. 


언제 먹어도 참 즐거운 참치 여행이 너무 신나는 저녁을 만들어 주었다. 친구와 나는 오랫만에 뭔가 새로운 일을 궁리 중이다. 우리의 이 도전이 잘 되어 앞으로 더 자주 이 친구를 보게 되기를 희망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어쩌면 이집에 모여 작전을 짤지 모르겠다. 조용한 분위기에 술 한 잔 하면서 좋은 사람과 나누는 술 한잔과 대화는 삶의 풍성함이요, 축복이라고 생각한다. 성경 전도서에 나오는 바로 그 대목, 먹고 마시는 즐기는 신께서 내게 허락한 축복이라는 그 구절이 너무 절실히 와 닿는 순간이었다. 앞으로 여주에 오면 찾아 갈 곳이 이래서 하나 더 생긴 셈이다. 참 좋은 저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