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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오사카 에사카 역 부근 전형적인 일본식 우동소바 메리켄야와 붕어빵

by jeff's spot story 2024. 3. 10.

마지막 날의 오사카 성 관광을 끝으로 우리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커다란 짐 가방을 들고 지하철을 탈 수는 없는 노릇이라 짐은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 임시로 보관을 해 놓았었다. 우리는 다시 오사카 성에서 지하철을 타고 공항과 반대 방향인 에사카 역으로 가야 했다. 호텔에서 짐을 찾고 시간을 보니 오후 1시가 넘고 있었다. 어짜피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짓인데 이렇게 배를 곯아 가며 여행 할 필요는 전혀 없는 것이다. 우리는 호텔 앞에 미리 봐 두었던 아주 전형적인 일본풍의 우동, 소바 집으로 가기로 했다. 자유 여행의 묘미는 이렇게 내가 가고 싶은 곳을 맘대로 간다는 것 아니겠는가?


아들 말로는 이집의 이름이 메리켄야 라고 한다. 그 발음이 마치 아메리카와 비슷하여 어쩌면 미국을 상징하는 명사일지 모른다고 했다. 그건 나야 말로 정말 모르는 일이다. 아무튼 밖에서 보면 음식 값이 무척 합리적으로 보인다. 왠만한 우동과 소바는 우리 돈으로 다 6~7천원 내외이니 말이다. 물론 여기도 소비세가 붙을 것이고, 물값이나 음료값을 받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아무튼 우리는 고픈 배를 부여 잡고 이 집으로 들어갔다. 


주문을 받는 카운터 앞으로 손님이 직접 먹고 싶은 고명류를 고를 수 있게 되어 있다. 대부분이 튀김 종류였다. 나는 커다란 오징어 다리 튀김과 약간 덜 익힌 달걀 튀김 이걸 일본어로 뭐라 하더라? 뭔 곤 이라고 하던 것 같은데 아무튼 그것을 골랐고, 마눌과 아들도 적당히 골라 담았다. 그리고 원하는 우동이나 소바를 말하면 바로 즉석에서 만들어 내어 준다. 


하지만 이상하게 남의 것이 맛있어 보인다고 아무리 봐도 마눌의 새우튀김이 더 맛나 보였다. 거기에 마눌은 국물이 있는 소바를 주문했지만 나는 쯔유에 찍어 먹는 일종의 쯔케면 같은 우동을 주문했다. 비주얼 만으로는 분명 내가 잘 못 고른 것 같았다. 차라리 아들처럼 평이한 우동을 주문할 것을... 그렇지만 내 소스에 찍어 먹는 우동도 괜찮았다. 사실 일본의 드라마인 고독한 미식가를 자주 보는 내가 가장 흥미롭게 지켜 본 국수가 바로 이렇게 소스에 찍어 먹는 우동이나 소바였다. 우리는 사실 국물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류의 국수를 선호하지 않지만 일본 사람들은 나름 이런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았다. 역시나 쯔유가 너무 짜서 살짝만 찍어 먹어도 그 풍미가 그대로 살아 있었다. 


계란 반숙을 엄청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은 우리처럼 라면이나 국수에 계란을 완전히 익혀 넣는 방식으로는 잘 먹지 않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계란은 아주 완전히 생 계란이거나 이렇게 덜 익힌 반숙이 대부분인 것 같았다. 우동면으로 유명하다는 사누끼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집 역시 일본의 우동 전문점 답게 꽤나 쫄깃하고 탄탄한 면발을 자랑하고 있었다. 우동집으로 성공하려면 일본의 상징과도 같은 후지산 만큼의 우동을 버려야 한다는 말이 있다고 한다. 그만큼 면발 하나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가 주로 면 요리의 고명이나 양념, 국물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한 것과는 분명 다른 방향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일본 식당들 처럼 여기도 테이블과 의자는 아주 협소했다. 과연 여기서 우동이나 소바 같은 면 요리 말고 다른 것을 먹을 수는 없겠다 싶을 정도로 작고 앙증맞은 것이었다. 우리 같으면 답답해서 싫다는 소리가 바로 나올 상황이리라. 그렇게 정말 맞파람에 게눈 감추 듯 우동과 소바를 후루룩 마시듯 먹고 우리는 식당을 나섰다. 계산을 잘못해서 엔화가 바닥이 나는 바람에 지하철을 탈 때 낼 돈이 있나 동전을 세어 보아야 했다. 다행히 정말 아주 저스트로 딱 맞아 떨어졌다. 서둘러 식당을 나와 지하철을 타기 위해 에사카 역으로 가다가 길거리의 붕어빵 집을 보았다. 우리네 겨울철 간식으로 자주 찾는 붕어빵이 일본에서 유래한 것이라는 말은 들은 적이 있다. 과연 이집을 보면 붕어빵을 일가를 이루겠구나 싶을 정도로 이 풀빵 하나 하나에 정성에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처럼 붕어빵 세 개에 천원 이런 것이 아니라 한 개에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무려 2,000원 정도 였다. 과연 이러면 심심풀이 간식으로 사먹는 붕어빵이 아니리라. 지하철 표 살 값이 달랑거리는 우리는 붕어빵 한 개를 사서 눈물 겹도록 나누어 먹었다. 하지만 그래서일까? 더 맛있는 것 같았다. 값이 비싼 만큼 역시나 우리처럼 공장에서 만드는 것처럼 막 찍어 내는 것이 아니라 하나 하나에 지극히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당연히 붕어빵의 모양이 제대로 아주 맛나게 나오기는 했다. 과연 우리나라에서도 이렇게 정성을 들여 만들고 속도 아주 고급스럽게 꽉 채운 뒤 한 개에 2,000원을 받으면 팔릴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아마 안 팔릴 것이다. 그래봤자 붕어빵은 붕어빵이니 말이다. 이렇게 에사카 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드디어 간사이 공항으로 향했다. 이제 오사카도 안녕이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