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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잔치상을 받은 것 같이 푸짐한 불고기 밥상, 연천군 청산면 신라가든

by jeff's spot story 2024. 3. 10.

맛집을 자주 다니는 동생 덕분에 이집을 알게 되었다. 어쩌면 연천을 갈 때 봤을 수도 있는 집이긴 하다. 하지만 연천에 이렇게 근사한 불고기 집이 있다는 것은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이집을 갔을 때 포천에는 불고기 전문집이 있던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어릴적 동원식당 이후로 그런 곳을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백반집에서 불고기를 팔기는 하기만 아무래도 전문점이라 하기엔 조금 아쉬운 점이 있다. 동두천에서 연천으로 들어가는 길목, 맘모스나 원시인이 등장하는 조각물 바로 옆에 신라가든이 있다. 

 

가격도 착한 편이다. 불고기와 돌솥밥이 나오는 정식세트가 15,000원이다. 물론 한우 불고기는 아니지만 그래도 이 정도 가격이라면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그냥 백반집에서 먹어도 이 정도 가격은 나올 것이다. 이집 불고기의 특이한 점은 고기와 함께 숙주가 엄청 많이 들어간다는 점이다. 보통은 파나 버섯같은 야채를 넣는 곳이 많은데 여긴 숙주이다. 그리고 다른 집들은 거의 들어가는 당면이 없다. 그냥 고기와 숙주 그리고 약간의 파가 들어가는 것이 전부이다. 이런 조합은 매우 색다른 것이다. 이런 비주얼의 불고기가 있다니...

 

불고기의 양도 많은 편이다. 밖에서 몸쓰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먹어도 넉넉하다 할 정도의 양이다. 거기에 반찬도 제법 많이 나온다. 특히 맛났던 것은 잡채였다. 불고기에 들어 있지 않던 당면을 잡채로 만난 셈이다. 그냥 반찬으로 만든 잡채라기 보다는 제대로 만든 잡채라 우린 두 번 정도 리필하여 먹었다. 이렇게 잡채를 먹으니 더 잔치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불고기는 달달한 양념에 국물을 떠 먹는 맛이 제일이 아닌가 한다. 여기 불고기도 넉넉한 육수가 함께 했고, 필요하다면 더 부어서 먹으면 된다. 어릴 땐 불고기 국물에 밥을 비벼 먹는 것이 제일이었다. 

 

또 한가지 고마운 것은 밥이 돌솥밥이라는 것이다. 그냥 공기밥만 나와도 이 상황에서는 불만이 없겠지만 이렇게 뜨끈한 밥이 나오니 달달한 불고기와 정말 잘 어울렸다. 밥을 덜어 낸 후 물을 부어 먹는 숭늉도 일품이었다. 솥밥은 만들기도 번거롭지만 아무래도 품이 더 들어간다. 그래서 그냥 공기밥과 돌솥밥을 고르게 한 뒤 가격을 달리하는 집들이 많다. 하지만 여긴 그냥 기본 구성이 솥밥이다. 그런 점도 맘에 들었다. 이런 가성비와 만족도 때문인지 점심시간이 다가 오면서 가게 안은 북새통을 이뤘다. 역시 좋은 식당은 위치가 중요하지 않다. 

 

그리고 마지막 화룡점정은 김치였다. 김장김치를 손님상에 내어 주는 것 같은데 어찌나 시원하고 깊은 맛이 나던지 두 번이나 리필을 해서 먹었다. 고추가루가 매운 것이었는지 일반적인 김치보다 많이 매웠지만 정말 말 그대로 맛있게 매웠다. 고슬고슬한 솥밥에 달달한 불고기를 얹고, 그 위에 매콤한 김치를 덮어 먹는 맛이 끝내줬다. 이런 밥상을 누가 마다하랴? 대단한 접대라도 받는 기분이라 너무 만족스러웠다. 당연히 평소보다 더 많은 밥과 고기를 먹었다. 하지만 나오면서 무척이나 기분이 좋았다. 아무래도 이 집 때문에 연천을 자주 오게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