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몇 년 만에 다시 창동역 앞을 찾았다. 창동역이 이마트 쪽과 하나로 쪽으로 나뉘어 있는데 우리는 주로 이마트 방향에서 여기 저기 가곤 했다. 집이 쌍문동 쪽이다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대학로에 갈 일이 있어 창동역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다녀왔다. 분명 예전에 창동역 찰로 밑쪽으로 포장마차 촌이 형성되어 있었는데 지금은 공영주차장 쪽으로 깔끔하게 점포를 만들어 포장마차 촌을 옮겨 놓았다. 깨끗한 가로와 노점상의 생계가 공존하는 상생의 현장 같아 보기 좋았다. 이렇게 서로를 이해하는 것이 진정한 공동체일 것이다. 그래서인지 창동역 앞에서 이마트로 이어지는 골목길에 먹자거리가 조성되었다. 예전엔 여기에 주로 옷가게 같은 것들이 있었던 것 같은데 말이다. 시내에 다녀오면서 생긴 허기도 달랠 겸 우리는 여기서 조촐하게 떡볶이나 먹기로 했다.
전형적인 서민동네인 이곳 창동역 일대는 예전에도 가성비 좋은 가게들이 많았다. 주머니 가벼운 서민들의 맘 편한 먹자골목이었다. 거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이곳 유미네 튀김집도 그런 분위기였다. 떡볶이 한 접시와 오뎅을 먹을 수 있는 편안한 동네 가게 같은 곳이었다. 그리고 굳이 안에 들어가 먹으라는 주인장의 권유로 들어가 보니 참 특이한 컨셉의 식당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학생들이 주로 단골이 될 것 같은 분식집 메뉴들이 많았지만 닭강정 같은 음식도 있었고, 생맥주와 소주, 막걸리 까지 팔고 있었다. 한 쪽에서는 초등학생들이 떡볶이를 먹고, 한 쪽에서는 아재들이 생맥주 잔을 기울이며 함께 음식을 먹는 곳이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가 바로 이 가게의 다양한 메뉴들 때문이다. 떡볶이와 오뎅, 순대와 닭강정 그리고 즉석 떡볶이와 튀김까지 거의 전 연령의 사람들을 손님으로 받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 같았다. 의정부 제일시장에서 처럼 우리는 간단하게 떡볶이와 오뎅만 먹고 가려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뭔가를 더 주문해야 하나? 싶은 생각마저 들게했다. 참 대단한 마케팅 전략이다. 라면 한 그릇의 가격이 3,000원 이면 꽤나 저렴한 동네 가게가 맞는 것 같은데 어묵 한 그릇에 3,000원 이면 좀 비싼 것 같기도 하고 참 가늠이 잘 안 되는 판매 가격이었다.
어묵이나 떡볶이의 양이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었다. 그래서인지 좀 비싼 편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국물을 우려내며 끓었던 어묵의 맛은 참 좋았다. 이 계절에 정말 잘 어울리는 간식이 아닌가 한다. 떡볶이는 양념에 아무래도 케찹을 넣은 것 같았다. 뭔가 평소 자주 먹었던 떡볶이의 맛이 아니었다. 이런 레시피도 결국 젊은 손님들이나 학생들을 겨냥하여 개발한 것은 아닐지 싶다. 다만 나는 좀 선호하는 맛이 아니었다. 떡볶이는 그냥 정통 고추장의 맛이 살아 있는 누구나 다 아는 그 맛이 제일 좋은 것 같다. 이런 퓨전 스타일도 괜찮을 수 있지만 아무튼 개인적으로 그닥 즐겨 먹고 싶은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출출했던 우리는 아 단촐한 조합의 음식을 맛나게 잘 먹었다. 언제든 이런 조합의 주점부리라면 마다하지 않으니 당연한 일이다. 이 일대에 이집 말고도 아주 많은 먹거리들이 있었는데 조금씩이라도 먹어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하긴 생각해 보니 여기에서 저렴한 가격에 막걸리 잔 기울이면 밤 새워 개똥철학 이야기를 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 그렇게 자주 모였던 사람들은 지금 잘 들 살고 있는지... 서울에서의 사업을 접으면서 자연스레 그 인연들과 멀어 졌고, 창동역도 몇 년 만에 찾아 보게 된 낯선 장소가 되었다. 이젠 포천에서의 생활이 당시 창동에서의 생활처럼 나의 인생의 한 장면이 되었다. 세월 가는 것이 참 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현재의 순간들을 소중하게 생각해야 겠지... 떡볶이 먹으면서 참 심오한 생각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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