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를 너무 좋아하다 보니 과음한 다음날 특히 막국수가 너무 끌린다. 남들은 무슨 면으로 해장을 하냐고 하지만 글쎄 나로썬 이보다 더 좋은 해장 음식이 없다. 해장이란 것이 그런 것 아닌가? 술로 인해 상한 것 같은 속도 편하게 하면서 무거워진 머리도 맑게 해주고 특히 찌뿌둥한 몸 컨디션을 끌어 올리는 것 그런 것이 해장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내게 막국수는 해장의 요소를 다 가지고 있는 고마운 음식이다. 특히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몸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막국수를 먹으면 더 개운해지는 느낌이다. 이런 것을 가르켜 내 몸에 맞는 음식이라는 것 아닐까 싶다.
컨디션이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날이 너무 좋아 어딘가로 가고 싶다는 마눌의 청을 져버릴 수 없어 길을 나섰다. 가면서 내가 그랬다. 오늘 맛난 막국수 먹었으면 좋겠다고... 드라이브 가는 길이라 그랬는지 늘 그렇듯 나를 배려하기 위해 그랬는지 마눌은 어디서 먹고 싶냐고 그랬고, 기왕이면 철원으로 가자고 했다. 여행가는 느낌도 나고, 맛난 내공있는 막국수 집도 많고 그러니 말이다. 그전부터 이집을 가고 싶기도 했다. 춘일막국수 라고 검색으로 이미 오래 전에 찾아 놨었다. 철원이라는 동네는 바로 옆 동네 같으면서 먼 곳이다. 그리고 분명 거기는 경기도 아닌 강원도이다. 막국수의 본고장인 강원이다. 그래서 오늘의 여행은 즐겁고 의미있는 것이다.
동송 시내에 있는 춘일 막국수는 다른 동송 지역의 막국수 집들처럼 가격이 일단 너무 저렴하다. 보통 막국수가 5,000원 이면 포천에 있는 다른 막국수 집들의 7~8 천원 하는 가격이 부끄러울 지경이다. 철원에서 살아 보진 않았지만 철원의 행정기관이 모여 있는 신철원과 동송이라는 일종의 구 도심이 철원 사람들 생활의 중심이 아닌가 한다. 철원에 대해 잘 모를 때는 항상 신철원으로 갔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군청과 경찰서 등이 있는 행정 도시가 그 지역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중에 보니 동송이라는 지역이 오히려 상업적으로는 더 번화한 곳 같았다. 그래서인지 이젠 철원에 가면 거의 늘 동송으로 간다. 가만히 보면 여기 없는 것이 없다. 군사 도시라고 하지만 정말 왠만한 도심지역의 모습이 여기 다 있다. 그 한 가운데 바로 오늘 우리가 찾아 간 이 집이 있다.
우리는 둘 다 먹어보자는 의미에서 그냥 막국수와 비빔막국수를 주문했다. 평소엔 분명 내가 물 막국수를 먹어야 한다. 하지만 이날 만큼은 왜인지 비빔이 더 끌렸다. 마눌도 그랬다. 왠일로 비빔을 먹냐고... 그런데 먹어 보니 여긴 물 보단 비빔이 정답인 것 같았다. 100% 메밀로 만든 면은 아니지만 분명 메밀의 향이 진하게 나는 면에 알싸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비빔 양념이 그만이었다. 다른 집엔 별로 없는 진한 면수를 주는 것도 그렇고 여긴 정말 메밀 막국수의 내공있는 맛집이 맞았다. 비빔막국수를 먹으면서 얼마나 면수를 들이켰는지 그 주전자가 다 동이 났다.
최근에 이렇게 맛있는 막국수를 먹어 본 적이 별로 없다. 정말 맛나고 저렴하고 머리가 숙여질 정도로 사람을 겸손하게 만드는 집이었다. 가성비는 물론 맛에서도 이 정도라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 집이었다. 아마 이런 실력으로 서울 종로나 강남에서 장사를 한다면 대박도 그런 대박이 없다 할 정도의 엄청난 성공을 거둘 수 있을 정도의 맛집이었다. 막국수를 왜 좋아하냐고 물으면 내가 항상 하는 대답이 있다. 나의 경우는 막국수 면으로 식사를 하면 애기똥이 나온다고 말이다. 속이 어찌나 편한지 해장으로 나는 늘 막국수를 먹을 수밖에 없다.
역시 강원도의 힘은 대단한 것이다. 내가 찾아 본 막국수의 내공있는 맛집이 동송에 몇 군데 더 있다. 그러니 우린 앞으로도 자주 동송을 방문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아주 즐거운 마음으로, 고마운 마음으로 말이다. 마치 영화촬영소 같이 뭔가 다르면서 운치있는 동송 시내의 모습은 근처이지만 또 다른 우리 옆 동네의 고유의 매력이다. 동송에 오면 어디 멀리 여행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참 좋다. 운치와 맛이라 동송의 매력은 정말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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