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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니어 취향의 차분한 분위기의 향긋한 카페, 포천시 포천동 오마스 파우제

맛있고 행복한 곳...

by jeff's spot story 2025. 11. 28.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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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천동에 커피 전문점이 생긴 것이 아마도 20여 년 전이었던 것 같다. 이날 가본 집이 거의 처음 문을 연 카페가 있던 자리라고 했다. 구절초로의 중간쯤에 있는 이집은 2층에 있는 카페이다. 이름이 좀 어려운데 '오마스 파우제'라는 카페이다. 이곳을 가자고 손을 잡아 끈 선배님 말이 이곳이 시니어 취향의 차분하면서도 분위기 있는 카페라 어른들이 많이 찾는다고 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젊은 취향의 카페나 술집은 많아도 시니어 취향이라는 카페는 근처에서 못 본 것 같다. 고령화 사회라고들 하는데 정작 시니어 전용 공간이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실내 인테리어는 정말 호텔 로비를 옮겨다 놓은 것처럼 엔틱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그리고 이곳이 원래 카페였던 자리였기 때문인지 몰라도 향긋한 커피 냄새가 가게 전체적으로 스며들어 있다. 이런 분위기는 정말 오랫만이다. 그리고 생각해 보면 너무 모던한 인테리어보다는 이런 풍이 이야기 나누기에는 더 자연스러울 수 있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개인적으로 차 하면 늘 얼죽아 스타일이기 때문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지만 요즘 유행한다는 말차도 주문했다. 여기서 말차는 녹차의 어린잎을 말하는 것이란다. 그러니까 녹차 잎을 우유에 넣고 만든 것이 카페라떼 처럼 생긴 말차라떼인 것이다.

커피를 부담스러워 하는 어른들을 위한 음료라고 하는데 결국 녹차도 카페인은 들어 있는 것 아닌가? 몸에 좋다니 그래도 커피보다는 나을 것이라 생각하며 마시기로 했다. 아메리카노의 맛이 카페마다 다 다른 것은 분명 어떤 원두를 어떻게 로스팅하느냐에 달린 것이리라. 이집의 맛은 산미가 살짝 들어간 고급진 편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소한 풍의 다크를 더 좋아하기 때문에 조금은 아쉬운 감도 있었다. 산미가 고급이라는데 입이 싸서 그런지 다크 같은 고소함이 더 잘 맞는다. 커피의 맛이 거기서 거기라는 사람도 있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은 분명 다른 맛을 찾아 다니게 된다.

우리는 식사 후 천천히 차를 마시며 지난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사람이 살면서 이렇게 차 한 잔의 여유를 갖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데 이날만큼은 오랫만에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같은 공간에 사는 사람들이지만, 자주 보지 못하고 살게 된다.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1년에 몇 번 이야기 나누는 일도 별로 없다. 과연 우리가 이웃이 맞긴 한 것일까? 그래도 이렇게 어쩌다 한 번이라도 시간을 내서 함께 차도 마시고, 밥도 먹고 하는 일이 있어 다행이다. 지역이라는 공간에서 수시로 만나는 사람들도 정작 이렇게 마주하고 앉아 대화하는 일이 쉽지 않다는 것이 어찌보면 서글픈 일이다.

 

이집은 손님들에게 이런식으로 간단한 브런치를 만들어 제공한다고 했다. 빵 위에 크림바른 사과를 얹어 주었다. 사과는 맛있다는 포천사과라고 했다. 달달한 크림과 아식한 사과의 하모니가 꽤나 괜찮았다. 아마도 주인장이 사과와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쌉쌀한 커피와 달달한 브런치의 만남이 이색적인 것 같으면서도 잘 어울렸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들도 이런 경우가 많다. 잘 안 맞는 사람 같은데 같이 하다 보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기가 막히게 잘 맞춰 주는 경우를 종종 본다. 그래서 어렵다는 세상살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이리라. 즐겁고, 맛난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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