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일찍 서두르는 바람에 아직 해운대의 먹자골목은 모두 문을 열지 않았다. 우리는 조금 걷다가, 차 마시다가 그렇게 어딘가 좋은 곳을 찾으러 여기 저기 다녔다. 아무리 해운대가 익숙하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외지인 아니던가... 그렇게 뒷 골목을 돌아다니다 이집을 발견했다. 상호가 한자로 써 있는데 이걸 뭐라고 읽어야 하나? 금태랑, 김태랑? 나중에 보닌 여기 한자는 김태랑이라 읽어야 한단다. 아무튼 외견부터가 남다른 이집에서 우리의 해운대 밤 회식 2차를 하기로 했다. 이자카야를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이런 집이 있다는 것은 무척이나 다행스럽고, 고마운 일이다.




가게 안의 분위기는 최대한 일본풍에 가깝게 만든 것 같았다. 이자카야라는 일본식 주점의 분위기가 물씬했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다. 이자카야의 좋은 점은 적은 양의 안주를 여러 개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가장 좋아하는 이자카야 안주 중에 하나가 바로 꼬치구이이기 때문에 더욱 맘에 들었다. 원래 첫 주문은 세트를 선택해야 한다는데 우리가 첫 손님이라 그냥 단품 주문도 받아 주었다. 사실 우리는 1차로 거한 낙곱새를 먹었기 때문에 여기서는 안주를 자제해야 했다. 정통 일본식으로 포렴이 걸린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술맛이 날 것 같은 편안하고, 낭만적인 분위기였다.



현지에 왔으면 현지의 소주를 마셔야 한다. 여기는 대선이라는 소주가 현지 술이라 했다. 요즘 소주들이 너무 도수가 낮아져서 한 두 병을 먹어서는 감이 잘 오지 않는다. 알콜 도수 16% 내외의 술이라면 청주랑 비슷하고, 와인과도 비슷한 도수라 하겠다. 예전 소주가 25%의 높은 알콜 함량을 가졌을 때와 비교하면 아무래도 이건 정말 물을 많이 탄 소주라 하겠다. 그래서 주량이 가늠이 안 되어 오히려 더 과음을 하게 된다. 안 취한 것 같다가 갑자기 몰려 오는 취기가 무섭기도 하다. 아무튼 전작이 있었지만 여기서도 두 어 병의 소주를 마신 것 같다. 술값도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드는 것 같다.



첫 꼬치가 나왔다. 꼬치는 굽는 공에 비하면 먹을 때 너무 후루룩 넘어가 버려 좀 허무한 음식이기도 하다. 베이컨이 말린 방울토마토가 어찌나 맛이 좋던지 정말 아껴 먹으려고 애썼는데 함께 간 사람이 그냥 단 번에 먹어 버렸다. 이런... 이집도 정통의 꼬치 맛이 났다. 이런 맛을 내려면 정말 숯불에 구워야 할 것이다. 좋은 안주임에 틀림없다. 이런 안주는 성인 남자들과는 좀 안 맞는 경향도 있다. 양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작이 있는 우리같은 경우는 아주 좋은 아이템이다. 숯향이 물씬하는 꼬치는 참 이국적인 맛을 낸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 양이 적긴 했다. 그래서 추가 안주를 주문하게 되었다.




다음은 가라아게와 뭐 다른 닭 관련 꼬치였는데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무튼 꼬치는 돼지보다는 닭이 잘 어울린다는 것이 국룰이다. 이상할 정도로 양배추를 좋아하는 일본 사람들의 취향대로 꼬치 바닥에 깔려 있는 양배추도 평소 같으면 쳐다도 보지 않았을텐데 이상하게 이런데 오면 자꾸 집어 먹게 되더라는... 이런 것이 현지화인가? 한 시간 반 정도 이집에서 맛난 꼬치와 대선 소주를 마셨다. 해운대의 가을밤은 낭만적으로 깊어간다. 역시 부산에 여행오는 것이 즐거운 일이다. 뭔가 살아 있는 생동감이 느껴지고, 활기가 있는 것 같다. 아마도 국제적으로도 그런 이미지가 있는가 보다. 이날도 해운대 거리엔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다.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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