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국수의 본고장이 강원도 아니던가? 그런데 갑자기 강원도식 막국수라는 말을 사용하려니 좀 이상하다는 생각도 든다. 경기도에 살고 있는 막국수를 너무나 좋아하는 사람이 강원도 양양에 와서 먹으니 그런 감정이 드는 것이리라. 이날 양양에서 아침부터 막국수나 냉면을 먹기로 했다. 일단 날도 너무 덥고, 강원도 하면 메밀국수 아닌가... 그런데 신기하게도 양양에서는 비교적 일찍 문을 여는 국수집들이 여럿 있었다. 그 중에서 현지인들이 너무나 좋아한다는 집을 가기로 했다. 이름은 '함경면옥'이다. 상호에서부터 면옥이라는 단어가 들어가 면에 진심인 가게라는 생각이 들어 가고 싶었다.






냉면과 막국수와 갈비탕을 파는 집이었다. 냉면과 막국수에 들어가는 육수와 고명을 만들기 위해 고기를 삶아야 하니 갈비탕을 파는 것은 어쩌면 프로세스 상 일리가 있는 것이다. 양양이 연어의 고장인지 가게 한쪽에는 연어축제를 알리는 포스터도 있었다. 우리는 메뉴판을 보다 막국수나 냉면이 가격이 같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실적으로 가격 앞에서 망설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보통은 냉면이 막국수보다 비싸다고 알려져 있는데 희안하게도 이집은 같았다. 이런 것을 행운이라 할 수 있을까? 아무튼 우리는 별 망설임없이 냉면을 주문했다. 물냉면과 비빔회냉면을 함께 달라고 했다.





따뜻한 육수를 본인이 가져다 먹으라고 하는데 어딜봐도 육수가 안 보이는 것이었다. 그래서 종업원에게 물어보니 주방에 들어가 직접 커다란 냄비에 담긴 육수를 국자로 퍼가라는 것이다. 이것도 참 다른 점이다. 뜨거운 육수를 손님이 직접 퍼 가다니... 하지만 그게 또 그렇게 나쁘지만은 않더라는... 뭐랄까 더 정감이 간다고 해야할까? 오늘 이집에서 얼마나 많은 냉면과 막국수가 팔릴지는 주방에 쌓여 있는 그릇들만 봐도 대강 예상이 되었다. 과연 로컬 맛집 강자가 맞는 것 같다. 나온 냉면을 천천히 보니 육수의 빛깔이 확연히 달랐다. 분명 간장베이스의 검은빛이었다. 면은 일반적인 고구마 전분을 주재료로 한 것 같았지만 말이다.





누군 냉면의 면을 가위로 절대 자르지 않는다고도 하지만 우린 그냥 식감을 위해 가위질을 한다. 뭐하러 질긴 면을 끊어 먹기 위해 애를 쓴단 말인가? 물냉면은 별도로 양념이 들어가지 않지만 비빔냉면은 회냉면이라는 문구처럼 명태 무침이 고명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이 명태가 정말 맛이 끝내주더라는 것이다. 아주 훌륭한 맛이고, 냉면과 궁합이 환상적이었다. 그렇지만 전체적으로는 물냉면이 더 나았다. 어디에서도 먹어보지 못한 아주 독특한 간장베이스 육수의 맛은 아주 생경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렇게나 입에 착 감기더라는 것이다. 이런 맛을 포천에서 낼 수 있다면 금새 건물을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거기에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반찬으로 나오는 시원한 김장김치는 맛의 풍미를 한층 올려 주었다. 아는 사람들은 다 안다는 강원도식의 김치였다. 어머니가 강원도 분이셨기에 어릴적 부터 이런 김치를 먹었다. 젖갈을 거의 넣지 않은 담백하고, 시원한 맛의 김치이다. 고추가루도 두 종류를 사용해서 칼칼하지만 뒷끝이 없는 후레쉬한 매운맛이 일품이다. 어릴적 부터 이 김치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먹는데 지장이 전혀 없었다. 여기서 그런 김치를 다시 만나다니... 하긴 양양이 강원도이고 어린 시절 어머니의 고향이기도 하니 당연한 일이다. 냉면과 오래된 친구처럼 익숙하면서 시원한 김치의 조화는 오랫동안 추억처럼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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