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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직접 빚은 손만두와 옛날 분위기 물씬 나는 기계로 만든 냉면, 의정부 제일시장 흥미관

by jeff's spot story 2024. 3. 4.

다양한 먹을거리와 볼거리가 있어 우리는 의정부 제일시장을 자주 찾는다. 아들녀석 보내기에 조금 시간이 남기에 우리는 모처럼 이곳을 다시 찾았다. 닭꼬치와 다코야끼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애들 입맛의 아들은 이곳에 오면 물만난 고기처럼 눈빛이 살아난다. 제일 한 가운데 먹거리 골목 입구에 여러 반찬가게와 함께 이 가게들이 있다. 나는 별 관심이 없지만 아들녀석이 하도 신나게 먹기에 오길 잘했다 싶었다. 마눌은 나는 뭘 먹고 싶냐고 했다. 나는 몇 번 왔다가 오전 일찍 와서 아직 면이 없다는 말에 발길을 돌렸던 흥미관이라는 냉면집을 가고 싶다고 했다. 제일시장 안에는 의외로 이렇게 저렴하게 냉면을 파는 집들이 꽤나 있다. 


시장 안에 다른 집들처럼 여기도 냉면 가격은 무척 저렴하다. 한마디로 착한 식당이다. 장 보러 나온 아줌마들이 주로 손님들로 오는 것 같았다. 예전부터 장보러 나오면 물건도 사지만 이렇게 먹거리도 즐기는 맛에 오는 것이 아니겠는가? 시장통 한 켠에 다소 협소한 자리지만 그래도 세월의 포스가 느껴지는 노포의 분위기 였다. 몇 번이나 여길 오고 싶었다. 냉면이라는 음식이 참으로 묘한 것이 아주 고급스런 집에선 14,000원을 내고 먹어도 큰 불만이 없지만 맛이 별로면 6,000원을 내도 불만이 많은 음식이다. 호불호도 많이 갈리고, 고급과 저급의 기준이 나름 뚜렷한 음식이라 하겠다. 


닭꼬치를 너무 많이 먹은 아들을 빼고 우리는 비빔냉면과 물냉면을 주문했다. 냉면하면 나는 거의 99% 물냉면을 주문하니 여기서도 그런 의지를 보여준 것이다. 가격이 저렴한 시장표 냉면인 만큼 육수도 본인이 직접 갖다 먹어야 한다. 육수의 맛이 참 특이했는데 뭐랄까? 평소애 많이 먹어 본 냉면집의 고기육수에 어떤 향이 나는 재료를 넣을 것 같았다. 계피 같기도 하고, 생강 같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튼 진득한 국물과 독특한 향이 참 잘 어우러지는 맛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익숙한 놀림으로 혼자 면 뽑고, 서빙하고, 주문받고 일인 삼역을 하고 있었다. 시장에서 잔뼈가 굵었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약간의 기다림을 통해 만난 이집의 냉면은 그 면발이 장난이 아니었다. 아주 가느다란 면발에 툭툭 끊어지는 메밀 특유의 특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내촌면의 장원 막국수처럼 메밀의 향이 진하게 났다. 장원막국수는 100% 메밀로 면을 만든다지만 여긴 그런 것 같지는 않았고, 밀가루든 고구마가루든 뭔가 들어 가는 것 같은데 희안하게도 부드럽고, 야들야들하면서 식감이 좋았다. 면발에 관한한은 제일시장에서 내가 먹어 본 집 중에 으뜸이 아닌가 싶다. 다만 내가 주문한 물냉면은 글쎄 그런 면과 조합이 완벽하다고 하기엔 뭔가 좀 아쉬움이 있었다. 그렇지만 비빔냉면은 한결 맛이 좋았다. 그래서 내린 결론, 이곳에서 물냉면 보다 비빔냉면을 먹어야 한다. 


고급지고 식감 좋은 면발에 비해 물냉면의 육수가 조금 아쉬웠지만, 비빔냉면의 양념이 좋아 어느 정도 커버 되었다. 하긴 우리 뒤로 오는 손님들 모두가 비빔냉면을 주문했다. 내가 이런 이 가게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것이다. 비빔냉면은 매운 맛이 조절이 된다고 했다. 아마 비빔국수처럼 양념을 세게 하여 맵게 먹기도 하는 것 같았다. 비빔국수야 흔한 밀국수에 양념맛으로 먹는다지만 이 메밀면은 그게 아니다. 메밀 특유의 알싸한 그 향과 식감, 맛으로 먹는 것이다. 솔직히 양념도 필요없다. 그냥 잘 담근 동치미 국물만 있었도 막국수나 냉면이나 불만이 없을 것이다. 면의 감동이 진해서 가게를 나올 때 물냉면의 아쉬움 같은 것은 다 날려 버렸다. 역시 세월이 진하게 들어간 냉면 한 그릇이 주는 무게감은 장난이 아니다. 저렴한 가격에 이런 내공있는 면을 먹게 되었으니 이날의 제일시장 나들이도 역시나 성공적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