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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슴슴하고 깊은 맛으로 막국수의 전형을 보여준다. 강원도 원주시 학성동 동해막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3. 4.

냉면으로 치자면 평양냉면 같은 깊은 맛을 내는 원주의 막국수 집을 다녀왔다. 평양냉면이 적응하기 어려운 맛인 것처럼 이집의 육수도 쉽게 무슨 맛이라고 평을 하기 어려운 슴슴한 것이었다. 아마 막국수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도무지 이게 무슨 맛이냐고 타박을 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먹을 수록 그 맛이 깊이가 장난이 아니었다. 왜 강원도에 이렇게 유명한 막국수 집들이 많은지는 잘 모르지만 원주에도 내공있는 맛집이 있었던 것이다. 


막국수 집이지만 특이하게 뼈 해장국도 팔고 있었다. 이건 무슨 조합이지? 아무튼 우리야 목표로 했던 막국수를 맛나게 먹으면 그만인 것이다. 여러 메뉴가 있다보니 사람들은 다양한 음식을 먹고 있었다. 물론 가장 많은 사람이 선택한 것은 막국수였다. 전체적으로 무난한 구성과 가격이었다. 한 번도 먹어 본 적 없는 명태식혜비빔막국수도 먹고 싶었는데 일단 이집의 가장 기본적인 막국수를 먹어봐야 평을 할 수 있을 것 같아 물 막국수와 비빔막국수로 주문했다. 


막국수 만으로 세 시간 정도 달려 도착한 원주까지의 여행으로 허기진 배를 다 채울 수 없어 우리는 감자만두와 메밀전도 주문했다. 이상한 것은 아무리 집에서 메밀전을 이렇게 쫀득하게 만들려고 해도 잘 안 되더라는 것이다. 뭔가 반죽을 배합하는 비결이 있을 것이다. 메밀전은 마치 배추전처럼 얇게 반죽을 두르고 거기에 배추잎도 하나 넣었다. 보기만 해도 건강해 지는 느낌이다. 감자 만두는 그냥 공장 만두였는데 은근히 고소한 것이 자꾸 손이 갔다. 하긴 공장 만두면 어떠랴 이렇게 스탠다드 한 맛만 보장된다면 말이다. 


밖의 날씨가 을씨년 스러웠는데 이런 얼음 동동 뜬 육수를 마시려니 몸이 움츠려들었다. 하지만 첫 만남의 강렬함 대신 먹을 수록 자꾸 깊은 맛에 빠져들어가는 오묘한 육수맛에 감탄이 나왔다. 추운 겨울 이빨을 덜덜 떨면서 먹어야 진정한 막국수 매니아라 하는데 이날 우리가 딱 그랬다. 면은 검은빛이 조금 도는 그러니까 냉면처럼 완전히 도정을 한 메밀가루가 아니고 좀 껍질이 붙어 있는 지장산 막국수 같은 방식이었다. 이렇게 껍질이 좀 남아 있는 면은 아무래도 메밀이 향이 더 강하게 나기 마련이다. 이건 이거대로, 완전히 도정해서 고급진 막국수는 그것대로 참 맛이 좋다. 


따로 말하지 않아도 이집은 면 사리를 하나 더 준다. 아무래도 금새 소화가 되어 버리는 막국수 특유의 성질 때문에 사람들이 더 달라고 많이 한 모양이다. 하지만 만두에 메밀전에 막국수까지 우린 너무 많이 먹어버리는 바람에 서비스로 내어 주는 사리는 먹지 못했다. 하지만 그 넉넉한 마음만은 너무 좋았다. 알싸한 메밀면에 슴슴한 국물이 조화를 이루니 언제 먹었는지 모르게 금새 그릇의 바닥을 보게 되었다. 참 맛나네... 평양냉면을 먹은 것 같은 만족감이 밀려 왔다. 이렇게 자연스럽고, 크게 뭔가를 첨가하지 않은 원래의 맛을 보기가 쉽지 않다. 아마 우리 동네에선 못 본 것 같다. 다들 과하게 양념하는 시대에 이렇게 부족한 듯 맛을 내는 이집의 내공이 무척 고마웠다. 제대로 된 막국수 잘 먹고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