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워크숍은 제부도로 다녀왔다. 나는 제부도를 간적이 없는 줄 알았는데 가보니 예전에 마눌과 갔던 기억이 났다. 이런 그런 기억도 잊어 버리다니... 아무튼 한 번 갔던 곳이라 새록 새록 예전의 기억이 났다. 해변을 걸었던 기억과 함께 사진을 찍었던 기억도 났다. 그러고 보니 서해도 몇 차례 방문하기는 했었네! 이번 워크숍은 좀 멀리 간다고 간 것인데 내가 중간에 길을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정말 먼 여행길이 되고 말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점심 무렵 도착한 제부도에서 점심을 먹게 되었다. 관광지 비슷한 분위기의 식당은 잘 들어가지 않는데 이날은 함께 간 사람들의 의견도 있고, 또 바다 바로 옆에서 먹는 맛도 있고 해서 해변 바로 옆에 있는 이 식당을 들어갔다. 이름이 특이한 이 식당에서 우린 회를 먹기로 했지만 세트 메뉴가 더 현명하다는 판단 하에 여러 메뉴들을 섞어서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 호일에 싼 이것을 내 왔는데 새우와 낙지라고 했다. 아직은 철이 아니라서 냉동이라고는 했지만 아마도 이 지역에서는 다 이렇게 서비스를 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나서 횟집답게 여러 반찬들이 나왔는데 식전에 바닷가를 산책하고 와서인지 입에 잘 맞는 것이 그런대로 맛이 좋았다. 그리고 역시 백미는 호일에 감쌌던 낙지와 새우였는데 제철이 아니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낙지는 낙지인지라 고소하고 쫄깃한 식감에 절로 탄성이 나왔다. 이렇게 되면 아마도 함께 주문한 매운탕과 생선회, 해물탕도 괜찮으리라 기대가 됐다.
가장 먼저 등장한 주 메뉴는 조개구이였는데 세트 메뉴라고는 하지만 양이 꽤나 많은 편이었다. 여러 종류의 조개를 구워먹는 맛이 재미있었고, 맛도 좋았다. 왜 예전엔 조개구이 집이 너무나 많다 싶을 정도로 도처에 깔려 있었는데 요즘은 도통 찾아 볼 수 없는지 모르겠다. 무분별한 과당 경쟁이 불러온 일종의 쟁앙같은 폐업이었다. 물론 조개 자체가 맛이 없거나 구워먹는 재미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출혈 경쟁이 작열하면서 다 함께 사라져 버린 조개구이 집들에 대한 나의 미련과 아쉬움은 컸다. 그런 내 마음을 알아주기라도 하는 듯 이 집의 조개구이는 양도 맛도 괜찮았다.
뒤를 이어 생선회와 해물탕 그리고 조개국물에 말아 놓은 칼국수도 등장했다. 너무 배가 불러 매운탕은 손도 대지 못하고 말았는데 메뉴들이 나올 때 마다 우리가 이것도 주문했나 하면서 의아할 정도로 음식들이 계속 나왔다. 세트메뉴의 즐거움은 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특히 칼국수가 맘에 들었는데 마눌과 자주가는 바지락 칼국수 집에는 조금 못 미쳤지만 나름의 배틀한 국물맛이 일품이었다. 칼국수는 조금 짜야 제맛이지만 좀 과할 정도로 짠 것이 흠이라면 흠이겠다. 하지만 그래도 마지막을 장식하는 음식으로 이 정도면 만족할만 했다.
전체적으로 관광지 답지 않게 가격도 괜찮고 내용도 나쁘지 않았다. 그런대로 무난한 구성과 맛도 맘에 들었다. 사람들도 거의 없는 비수기여서 그런지 서비스도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가격으로 시내에서 먹었다면 더 큰 만족을 얻었으리라... 관광지의 식당은 그런 한계는 있다. 그것만 감수하면 나름의 만족을 준 괜찮은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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