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흘읍 사무소 바로 앞에 위치한 이집은 주인장이 직접 한우 농장을 운영한다고 소문이 난 곳이다. 사실 팩트 체크는 하지 못했다. 하지만 농장 직영이라는 문구가 있는 것으로 보아 아마도 낭설은 아닌 것 같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여기는 비교적 한우를 경제적인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알려져 있다. 예전에도 몇 번 다녀간 적이 있긴 하지만 이날처럼 제대로 소고기와 술 한 잔을 한적은 없는 것 같다. 한우는 가장 비싼 요리 중에 하나이고, 귀하다는 인식이 있어 선뜻 먹게 되지 않는 일종의 넘사벽의 음식이긴 하다.
우리 일행은 모두 네 명이었다. 적당한 양인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여기서 가장 비싼 특수모듬을 주문했다. 안심과 같은 98,000원이라는 꽤 센 가격이다. 물론 양은 많은 편이다. 이렇게 주문하면 600g, 즉 한 근이 나온다. 한우를 제대로 먹을 줄 아는 사람들은 보기만 해도 등급이 나온다고 하던데 워낙 소고기에 문외한인지라 그냥 선홍색의 고기가 좋아 보였다. 아주 신선해 보이는 제대로 된 소고기였다. 이러니 값이 많이 나가지... 좋은 등급의 소고기는 다른 양념도 필요없고, 오래 구울 필요도 없다고 했다. 이날이 그런 날이었다.
우리는 종업원이 일러 준대로 육사시미를 시작으로 고기 파티에 돌입했다. 불판에 오래 놔 둘 필요가 없는 소고기는 안주로 아주 제격이었다. 가볍게 고기를 불판에 올리고 건배한 뒤 그냥 집어 먹으면 되니 말이다. 삼겹살과 달리 상추쌈도 별로 필요하지 않다. 그저 기름장 하나 정도만 있으면 된다. 사실 소주와 먹기엔 좀 아까운 생각마저 들었다. 이런 고급진 안주는 더 고급진 술과 먹어야 하는 것 아닐까? 하지만 또 소주보다 더 잘 어울리는 술을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이래 저래 소주는 만능이니 말이다. 어떤 안주와도 어울리는 만능...
누가 먼저랄 것도 우린 부지런히 젖가락 질을 했고, 한 근의 소고기는 절대 많은 양이 아니라는 것이 이번에 다시 알게 되었다. 잘 익은 소고기를 태우는 화를 당하지 않으려고 무척이나 애를 썼다. 소주는 제대로 먹지도 못했는데 비싼 안주가 바닥이 나 버렸기 때문에 밥 안주로 나머지 술 배를 채우기 위해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거기에 밥을 말아서 불판에 올려 놓으면 그 유명한 된장찌개 밥 안주가 되는 것이다. 이것도 나쁘지 않다. 소고기의 기름진 맛이 된장찌개의 구수한 맛과 만나 상쇄되는 느낌이 들었다. 역시 한국 사람은 된장찌개다.
그리고 이번에 알게 된 사실인데 소고기에 김치를 얹어 먹으면 그것도 아주 좋은 궁합이다. 굳이 소고기 맛을 김치로 지울 필요가 있느냐고 할 사람도 있겠지만 푹 익은 김치와 기름진 소고기의 궁합이 개인적으로 꽤나 괜찮았다. 밥 반찬으로도 말이다. 하긴 소고기에 뭔들 안 어울릴까? 한 시간 남짓 있는 동안 계산서의 무게가 점점 압박으로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맛이 좋은 것을 어쩌랴~ 소고기 만찬은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특별한 날 즐기는 그런 특별한 포상이다. 이날이 그랬다. 작년 한 해 열심히 일한 당신~ 소고기 먹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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