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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한적하고 호젓한 시골에서 만나는 쌉쌀한 메밀의 맛, 연천군 전곡읍 아승메밀막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4. 10.

포천과 인접한 곳이 연천이라지만 사실 거리는 무척 먼 곳이다. 일 년에 서 너번이나 가게 되나? 하지만 어찌보면 또 가까운 곳이기도 하다. 사실 창수 사람들은 포천 시내로 나오는 것보다 연천의 전곡시내로 가는 것이 더 가깝고 편하다 하지 않던가? 연천이 넓고 인구가 적은  곳이라지만 사람들이 가장 모여 있는 전곡은 다른 시내 중심부와 비교하여 크게 다르지 않다. 이날은 드라이브 삼아 연천에서 맛있는 막국수를 먹으러 가기로 했다. 포천도, 철원도, 연천도 비슷한 지역인지라 막국수 집이 제법 많은 곳이다. 

 

이날 우리가 목표로 삼고 간 곳은 전곡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전형적인 시골마을에 있는 한적한 식당, 아승메밀막국수였다. 처음 가보는 곳이지만 리뷰를 보니 메밀의 향이 제대로 살아 있는 곳이라 했다. 그런 막국수 집을 무척 좋아한다. 달고, 짜고, 매운 양념보다는 메밀 고유의 향과 식감을 살려내는 막국수집 말이다. 멀다면 먼 여행을 하며 가긴 했는데 가는 길이 아주 호젓하고 좋았다. 싱그러운 4월의 휴일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아주 맑고, 청명한 날이었다. 이런 날은 사실 뭘 먹어도 반은 이미 성공한 셈이다. 

 

보통 막국수집에서 비빔이냐 물이냐로 막국수를 구분하는데 여긴 간장이라는 메뉴가 하나 더 있다. 간장 막국수라... 이건 잘 보지 못한 구성이다. 그런데 공이막국수를 주문하면 이 세 가지를 모두 맛볼 수 있단다. 우린 당연히 공이막국수를 주문했다. 언제 여길 다시 오게 될지 모르지만 일단 왔으니 모든 맛을 봐야 할 것 같았다. 식당안이 작다고 하긴 그렇지만 큰 편도 아니었다. 이날 우리가 간 시간이 오후 2시 정도로 점심 시간이 지난 시간이었지만 실내는 손님들도 만원이었다. 과연 여기가 맛집이 맞긴 맞나보다. 

 

공이막국수를 주문하면 삶은 메밀면을 한 사람당 세 개씩 준다. 이걸로 하나는 간장을, 하나는 비빔을, 하나는 물 막국수로 만들어 먹으라는 말이다. 가장 먼저 먹는 것은 간장이다. 아주 특이한 방법이었는데 이런 저런 고명을 넣은 후 정말 간장과 약간의 육수만 넣어 먹는다. 이런 비슷한 맛은 양양의 동해막국수에서 먹어 본적이 있는 것 같다. 간장의 간이 센 편은 아니지만 간장만 넣은 특이한 식감 때문인지 짠 맛이 많이 느껴졌다. 그리고 별다른 양념이 없기 때문에 메밀 본연의 맛과 향을 가장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맛이었다. 

 

가장 평범한 것이 비빔막국수였다. 야채와 고명을 넣고 옆에 있는 고추장 양념을 넣어 비벼먹는 것이다. 고추장 양념에서 초맛이 나서 어찌보면 비빔이라기 보다는 덮밥으로 먹는 비빔장 같았다. 여기에 물을 넣으면 물회 맛이 날 것 같고, 밥을 넣으면 덮밥이 될 것 같았다. 그런대로 무난한 맛이었다. 이렇게 두 개를 먹으면 얼추 배가 불러오기 시작한다. 너무 무리하여 더 먹겠다고 하면 마지막 물 막국수를 망칠 수 있다. 양조절을 세밀하게 하면서 마지막 목표를 향해 가야한다. 손님 대부분이 우리처럼 공이막국수를 먹지만 의외로 물막국수 먹는 손님도 많았다. 그렇다면...

 

가장 갑인 메뉴가 물막국수라는 말이 된다. 실제 먹어보니 그랬다. 이집에서 가장 맛난 막국수는 물막국수였다. 이것이야 말로 메밀 본연의 맛과 시원한 육수가 조화된 맛집의 퀄리티였다. 김가루로 뿌리니 정말 동해막국수 처럼 되었다. 조금 배가 불렀지만 이런 막국수 한 그릇을 어찌 마다하리요... 역시 이름있는 집은 담백하고 심플한 맛으로 승부를 거는 법이다. 우린 물막국수가 제일 맛나다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만일 다음에 온다면 공이막국수가 아니라 물막국수로 곱배기를 주문할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