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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통영에도 배말로 만든 지역명물 칼국수가 있다. 통영시 배말칼국수김밥통영루지점

by jeff's spot story 2024. 4. 11.

아무리 관광을 다닌다지만 관광객을 상대로 하는 음식점을 가게 되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아 피하는 편이다. 가능하다면 현지인들이 자주 다니는 곳을 찾게 된다. 통영하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듯 굴이나 해산물, 아니면 생선회 같은 것을 먹어야겠지만 이날 점심엔 그런 아이템을 다 피하고 그냥 통영시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이번 여행의 컨셉이 바로 이렇게 현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시각으로 통영을 바라보는 것이었기 때문에 시내 구석 구석 가능하면 골목도 보려고 애썼다. 그러다 루지 체험장 입구 근처에서 이집을 발견했다. 

 

배말 칼국수 통영루 지점이란 곳이다. 배말 칼국수는 제주에나 있는 특산물인줄 알았는데 여기도 있었다. 배말이라는 해산물을 내륙에 사는 사람이 볼 일이 거의 없다. 솔직히 어떻게 생겼는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바닷가 바위에 엄청 붙어 있는 녀석들이란 정도는 안다. 현지에서는 흔한 재료겠지만 육지에선 보기 드문 배말을 잘 갈아서 국물을 만드는데 쓴 것이란다. 안 먹어봐도 독특한 해산물의 향과 진한 국물이 떠 오른다. 실제 먹어보니 그 생각이 맞다. 여기서 다른 메뉴를 만나기란 좀 어려운 편이다. 꼬막비빔국수도 먹고 싶었지만 지금은 팔지 않는다고 했다. 

 

리뷰를 보니 이집의 칼국수 양이 적은 편이란다. 국물이 좋다는 말도 많다. 실제 먹어보니 양이 그렇게 작은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국물은 평소 먹기 힘든 특이한 맛의 진한 국물이란 점에서 맞다. 분명 해산물의 맛은 맞는데 미역이나 매생이 같은 해초의 맛은 아니고, 전복이나 조개 같은 해물류의 맛도 아니다. 정말 독특하다. 그런데 아주 칼국수 국물로 잘 맞는다. 아니 그만이다. 솔직히 이런 국물은 싸 가지고 가고 싶을 정도였다. 배말 칼국수하면 떠 오르는 제주보다 솔직히 통영의 배말 칼국수가 더 좋았다. 

 

칼국수 면발이 좀 단단하고 약간 덜 익은 듯한 맛이 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아주 훌륭했다. 이 정도라면 점심 시간에 식당 안이 붐벼야 할텐데 실상은 영 아니었다. 우리 외엔 손님이 없었다. 종업원으로 보이는 알바생이 그저 놀다시피 했다. 주인으로 보이는 주방장은 할일이 없어서인지 자꾸 자리를 비웠다. 글쎄 문제가 뭘까? 이 정도 맛이라면 어디 내놔도 손색이 없는데 말이다. 혹 한 그릇에 9,500원 하는 가격의 문제일까? 개인적으론 양을 좀 늘리고 가격을 8,000원 하면 손님들이 문전성시를 이루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분명 맛있는 칼국수 맞는데 참 아쉽네...

 

김치가 덜 짜고 자극적이라 두 번이나 갖다 먹었다. 손님은 없지만 어쨌든 김치와 물은 셀프였다. 경상도 음식이 자극적이란 말을 들은 것 같은데 이번 통영여행에서는 그런 맛을 보기 어려웠다. 좀 심심하고, 담백한 것이 건강한 맛의 반찬이 많았다. 혹 예전과 경상도 음식의 맛이 변한 것일까? 아무튼 이집의 김치도 시원하고 담백하고 진한 국물의 칼국수와는 너무나 잘 어울리는 맛이었다. 칼국수가 면발과 국물, 그리고 김치면 완성되는 아이템인데 그런 점에서 모두 합격점이라 하겠다. 다 먹고 나오는 동안도 손님이 오지 않았다. 괜히 머쩍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이 정도 맛이면 앞으로 장사가 잘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