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맛있고 행복한 곳...

현지인들이 인정하는 단골 많은 진정한 노포 식당, 강원도 고성군 거진포구 횟집

by jeff's spot story 2024. 3. 6.

지난 여름에 이어 우리의 겨울 여행이 시작되었다. 이번 여행지는 부산과는 가장 거리가 먼 강원도 고성군이었다. 남에서 북으로 마치 끝점을 확인하듯 그렇게 우린 차를 몰아 이곳 고성군 거진항으로 왔다. 오전까지는 일들을 하고 오후에 출발하였고, 부산때와는 달리 1박2일에 불과한 짧은 여행이었기 때문에 이번 코스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맛집탐방이라는 표현이 더 맞을 것이다. 고성에서 7년 가까이 근무한 동생 덕분에 우리는 어렵지 않게 숙소나 맛집을 찾아 갈 수 있었다. 


어둑해질 무렵 거진항에 도착한 우리는 바다 바로 앞에 있는 다소 세월의 흔적과 내공이 있어 보이는 거진포구라는 횟집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동생이 고성군에서 일할 때 자주 찾았던 곳으로 복어회나 다른 횟감이 아주 싱싱하고 맛난 곳이라 했다. 고성군은 인구가 많은 대도시가 아니고, 관광시즌도 아니었기 때문에 포구는 그야말로 적막할 정도로 조용했다. 과연 이곳이 얼마나 크고 아름다운 곳인지는 다음날 날이 밝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과거 고성에서 명태가 지천으로 났던 시절에는 이 포구 근처에만 3만 명이 복작이며 살았다고 한다. 지금은 고성군 전체의 인구가 3만 명이 안 된다고 하니 세월의 흐름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다. 그렇지만 거진항은 지금도 우리나라 주요 항구 중에 하나임에 틀림없다. 그리고 그곳에 그렇게 가는 세월의 흔적을 그대로 간직한 우리가 찾아간 이 횟집이 있는 것이다.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여행의 하일라이트 무대가 시작되었다. 이곳에서는 이런 저런 잡다한 반찬들 보다 이렇게 귀하고 보기 드문 해산물을 내오는 것이 특징이라고 했다. 생전 처음 먹어보는 도치라는 물고기와 씹는 맛이 일품인 해삼, 향이 그대로 살아 있는 멍게와 상 위에서도 숨을 귀는 싱싱한 전복이 바로 그런 것들이었다. 이것 만으로도 이미 우린 항구에 와 있다는 느낌을 물씬 받을 수 있었다. 특히 도치라는 물고기의 식감이 그야말로 재미있었는데 물컹거리면서도 탱탱하고 살짝 물에 데쳐 나와서인지 고소한 맛과 부드러운 맛이 함께 입안에서 춤을 추었다. 어떻게 이런 맛의 이런 모양인 고기가 있는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회는 나오지도 않았는데 이미 우린 여기서 엄청 감동을 받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 우리가 주문한 모듬회가 나왔다. 원래 목적은 복어회를 먹는 것이었는데 그러면 다섯명이 먹기엔 좀 양이 부족할 것이라는 사장님의 배려에 우리는 실컷 회맛을 볼 수 있는 모듬회로 주문했다. 15만원이라는 가격이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것인데 이 모듬회는 이렇게 쌓듯이 놔서 그렇지 얇게 펴서 비싸 보이는 장식들과 함께 놓는다면 세접시 이상 나올 정도의 양임에 틀림없었다. 광어와 복어, 우럭 등을 마치 세코시처럼 썰어 내온 이 회들로 배가 차 올 정도로 실컷, 정말 오랫만에 실컷 포식을 할 수 있었다. 신선하고 맛있는 회와 항구의 분위기 그리고 함께 한 좋은 사람들이 주는 행복한 밤으로의 여행은 이렇게 우리는 즐거운 시간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횟집의 화룡정점은 마지막에 먹는 매운탕인데 이곳은 매운탕 대신 지리, 즉 맑은탕을 내왔다. 복어로 국물을 냈다는 이 맑은탕 또한 어찌나 국물이 시원하던지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해 주었다. 술 안주로 이만한 국물이 또 어디 있을까 싶은 진하고 시원한 탕이었다. 이 맑은탕을 끝으로 횟집에서의 일정은 끝났지만 우린 즐거운 마음으로 금요일 밤을 거진항에서 여행자의 특권을 누리며 신나게 보냈다. 짧은 여행이라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날 저녁 먹은 이 회들과 맑은탕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만큼의 만족과 즐거움과 추억을 선해준 거진항에서의 저녁만찬은 정말 맛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