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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무엇이든 현지에서 먹는 맛이 좋은 법, 대부도 33호 할머니 바지락 칼국수

by jeff's spot story 2024. 3. 6.

선재도와 영흥도가 우리나라 최대 바지락 산지라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그동안 바지락은 더 남쪽에서 많이 나는지 알았다. 서해안의 너른 뻘이 가져다 주는 넉넉한 여러 특산물 중에 우린 바지락을 역시 으뜸으로 친다. 예전엔 안 그랬는데 이젠 나 역시 바지락 국물의 칼국수가 제일 좋다. 그런 산지에 와서 먹는 바지락 칼국수 맛은 과연 어떨까 기대가 컸다. 


사전에 미리 조사한 것이 아니라서 이 많은 원조를 강조하는 칼국수 집 중에 어디로 가야 할지 몰라 우왕좌왕댔다. 잘못 골라 들어가면 오늘의 이 좋은 기분을 망칠 것 같고 너무 고르다간 밀리는 차량 행렬에 갇혀 오도가도 못할지 모른다는 압박감도 있었다. 그래서 촉을 세우고 그래도 제일 포스가 느껴지는 곳을 고르리라 마음먹고 눈을 이리 저리 돌리다가 이 집을 보게 되었다. 33호라는 말이 뭘 뜻하는지는 몰라도 왠지 어판장의 경매인들의 번호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전문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강하게 몰려 왔다. 


알을 다 뺀 바지락 칼국수는 8,000원 이지만 우리는 통으로 껍질도 있는 칼국수를 주문했다. 가격은 7,000원으로 나쁘지 않았다. 사실 조개류는 껍질도 한꺼번에 넣고 끓여야 국물이 제맛이 나는 것 같다. 분명 조개껍질에도 뭔가 맛을 내는 요소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당연히 알만 있는 바지락 국물보다 통 바지락 국물이 더 좋을 것이라 그렇게 예상한 것이다. 동네에서도 바지락 칼국수라는 간판만 보면 거의 들어가 보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정도의 바지락 마니아로써 우린 이날 산지의 바지락 국물 맛을 음미해 보았다.


꼭 그런 것은 아니지만 바지락 칼국수는 사실 호박이나 감자같은 야채를 많이 넣지 않는 것이 정석인 것 같다. 바지락 특유의 향과 국물의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다. 고소하면서 달달하고 해산물의 향이 진한 제대로 된 바지락 국물은 조금 짜다는 단점에도 불구하고 계속 손이 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하지만 이날의 바지락 국물은 그런 우리의 기대에는 조금 미치지 못했다. 야채가 너무 많이 들어간 모습에서 이런 바지락 정통의 국물맛에서 뭔가 모자라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그리고 바지락이 너무 작았다. 음 산지는 맞는데 왜 이러지?


우리가 평소 다니던 동네의 바지락 칼국수 집에서 늘 큼직한 바지락을 주로 먹다가 씨알이 너무 작은 바지락을 빨아 먹자니 좀 짠한 아쉬움이 있었다. 칼국수 면은 직접 만들어 내는 것 같고 부드러운 식감이 무척 좋았다. 하지만 칼국수는 면도 면이지만 국물을 먹자는 것인데... 예전에 서해안 대천인가를 갔을 때 처럼 산지에서 먹는 음식이 오히려 더 아쉬움을 많이 주는 경우도 있구나 싶어 좀 맘이 좋지 않았다. 그래도 워낙 우리는 칼국수를 좋아하기 때문에 잘 익은 열무김치와 함께 이 바지락 칼국수를 후루룩 거리며 잘도 먹었다. 배도 고팠고, 날씨도 너무 좋았다. 작은 아쉬움은 뒤로 하고 이날의 여행이 주는 즐거운 추억만 가득 담아 돌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