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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고 행복한 곳...

제주는 여러 가지 맛의 색이 있고, 돌우럭이라는 특이한 맛도 있다. 제주도 고집돌우럭 제주공항점

by jeff's spot story 2024. 3. 6.

드디어 올라 오는 날 점심시간이 애매하게 겹쳐 우린 그냥 일찍 숙소에서 나와 제주시내로 차를 몰아 갔다. 그곳에서 점심을 먹고 비행기를 탈 생각이었다. 비행기 시간은 3시 반이지만 렌트카를 2시까지 반납해야 하기 때문에 12시 반쯤 제주 시내로 들어왔다. 몇 번 제주시내를 왔다고는 하지만 딱이 골라서 갈만한 식당을 알고 있진 못했다. 이러다 헤매기만 하는 것 아닌가 싶은 찰라 우리 눈에 이 집이 들어왔다. 제주 돌우럭찜이란 음식은 접해보지 못한 것이라 가장 제주스러운 이 점심이 대미를 장식하리라 생각했다. 


제주 동문 시장 근처에 있는 이 집은 전통이 오래 되었다는데 새로 건물을 지었는지 깔끔하고 깨끗한 홀분위기였다. 돌우럭 점심특선이 1인에 13,000원이라는 큰 문구를 보고 들어 갔는데 나중에 계산 할 때 보니 28,000원을 받는 것이다. 밖에 나가 자세히 보니 아주 작은 글씨로 3인 부터가 1인에 13,000원이란다. 그냥 두 명만 가면 14,000원이라는 것이다. 이건 좀 아니다 싶었다. 약간은 그 점에 맘이 상하긴 했다. 하지만 가장 제주도스러운 이 음식을 먹어 봤다는 경험치는 좋았다. 정말인지는 몰라도 가게 안에 돌우럭을 광고하는 글에 제주도 사람들 중에도 이 음식은 1%만 먹어 봤다고 하니 우린 아주 드문 음식을 먹은 셈이다. 


간단한 반찬과 턱하니 팔을 벌린 모양의 구운 생선이 한 마리 나왔다. 무식한 말이지만 첨에 우린 이게 돌우럭인줄 알았다. 종업원 말이 옥돔을 말렸다가 구워 내온 것이라 했다. 제주에선 이렇게 생선을 그냥 굽기 보다는 말린 다음에 구워 내오는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아마도 과거 생선을 보관하기 어려울 때 했던 지혜로운 방법이 그대로 이어 내려오는 것이리라... 옥돔구이는 정말 바다의 맛이 났다. 평소 생선을 그리 즐기지 않는 마눌이 아예 들고 뜯어 먹을 정도로 맛이 고소하고 옥돔의 명성대로 맛이 좋았다. 


옥돔에 감명을 받을 즈음 돌우럭찜이 나왔다. 전형적인 생선찜의 모습이었다. 다만 돌우럭이라는 다소 생소한 생선이 누워 있었다. 보통은 갈치나 고등어로 찜을 많이 먹는데 이런 생경한 녀석은 우리도 처음이었다. 간이 아주 잘 배어 있고, 양념 자체를 아주 잘 만들어 내는 집이 맞았다. 너무 짜지도 맵지도 않으면서 돌우럭 특유의 향은 살리고 달작지근한 맛이 도는 것이 내가 정말 먹고 싶던 생선찜의 맛이었다. 


간이 듬뿍 밴 무를 먹는 맛도 좋았고, 국물을 밥에 넣고 슥슥 비벼 먹는 맛도 일품이었다. 돌우럭의 살은 마치 말린 생선처럼 탄성이 좋은 편이었고 민물 붕어 같은 흙냄새 비슷한 생선냄새가 났다. 이걸 싫어하는 사람은 몰라도 나처럼 민물고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마 이 맛을 보면 환장 할지도 모르겠다. 마눌도 국물까지 숟가락으로 떠 먹는 것을 보면 맘에 들었다는 소리다. 암튼 찜 자체만 놓고 보면 그동안 제주에서 먹은 어떤 생선요리보다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역시 관광지 답게 가격은 비싼 편이고 약간 눈속임을 하는 것 같은 불쾌함은 여전히 남았다.